직원 40명뿐인 공장서···산업로봇 年 1만대 양산 비결은
전기차시대 전환·노동력 감소에
다양한 분야서 로봇수요 늘어나
축구장 3배 공장엔 직원 40명뿐
굴착기·식음료용 등 생산 분주
"2% 점유율 과거속 숫자 될 것"
로봇이 로봇을 만드는 로봇 공장. 지난달 28일 서울경제신문이 찾아간 대구시 달성군에 위치한 HD현대(267250)로보틱스 공장에는 100여 대가 훨씬 넘는 산업용 로봇이 출하를 기다리고 있었다. 축구장 3개를 합친 것보다 넓은 공장에는 로봇 제조 시설인 만큼 상주하는 직원이 40여 명뿐이었다. 로봇이 로봇을 조립·도장을 하고 컨베이어벨트를 따라 무인 수송을 한 뒤 최종 제품이 완성된다. 이곳에서는 로봇 6대가 직원들과 함께 산업용 로봇을 연간 1만 대까지도 생산한다.
산업용 로봇은 자동차 등 주요 제조업 생산라인에서 쉽게 볼 수 있는 대형 로봇 팔이다. 사람을 대신해 수백 ㎏에 달하는 물건을 들거나 용접 및 도장을 한다.
최근 시장에서 로봇이 큰 관심을 받고 있지만 산업용 로봇은 1960년대부터 주요 제조 공정에 사용된 오래된 산업 분야다. HD현대로보틱스는 1984년 당시 현대그룹의 현대자동차 생산을 위한 로봇을 만들었다. 이후 현대중공업에 소속돼 있다가 2020년 별도 법인으로 독립했다.
HD현대로보틱스가 생산하는 산업용 로봇은 자동차 생산에 들어가는 제품이 대부분이었다. 선진국의 생산 인력 감소와 인건비 상승, 다국적 기업의 생산 효율화 확대 추세가 이어지면서 이제 다양한 분야에서 산업용 로봇 수요가 꿈틀거리기 시작했다. 로봇 주요 부품 가격도 꾸준히 하락해 공급 측면에서도 더 개선된 제품들이 나오고 있다. 회사 설립 이후 최근 비(非)자동차 생산용 산업로봇 매출 비중이 점점 올라가고 있다. 조선소와 굴착기 생산 공장, 식음료 생산라인에도 산업용 로봇이 확대되고 있는 것이다.
일례로 생산 규모가 거대하고 개별 주문 방식인 조선업에서는 산업용 로봇 적용이 매우 어려웠다. 하지만 최근 일부 조선소 소조립 공장에서 대구 HD현대로보틱스 공장에서 생산되는 산업용 용접 로봇을 적용하면서 완전 자동화에 성공했다.
임현규 HD현대로보틱스 로봇어플리케이션 부문장은 “HD현대중공업 울산 조선소 내 소조립 공장은 완전 자동화 실증이 최근 완료됐다”며 “현재는 중조립 공장 역시 로봇 자동화 연구개발(R&D)을 이어나가고 있다”고 말했다. 소조립 용접의 경우 과거 철판 끝단 용접은 오직 전문 용접사만 담당했는데 수년간의 R&D 끝에 로봇으로 대체할 수 있게 됐다.
전기차 등 미래차 시장의 생산 방식도 대폭 바뀌면서 생산 최전선을 담당하는 산업용 로봇도 근본적으로 변화하고 있다. 전기차는 배터리 가격이 비싸기 때문에 생산 과정에서 최대한 비용을 줄이는 유연한 생산 방식이 필요하다.
대구 공장에서는 미래차 공정에 들어갈 새로운 산업용 로봇 제품 개발도 한창이었다. 공장 한편에는 몇 대의 새로운 로봇이 끊임없이 반복 동작을 하고 있었다. 전기차 생산라인에 투입될 이 새로운 산업용 로봇은 생산원가를 떨어뜨리면서도 더 빠르고 정확한 구동을 하도록 개발하고 있다.
HD현대로보틱스는 국내 산업용 로봇 1위 기업이지만 전 세계 시장에서는 점유율 2% 안팎에 그치는 후발 주자다. 전기차 시장 재편, 생산 인구 감소로 인한 제조업 위기는 HD현대로보틱스 입장에서는 기회로 작용한다. 이에 최근 로봇 애플리케이션 부문 역할을 강화했다. 지난해 중국 장쑤성에 설립한 산업용 로봇 공장은 올 3월부터 본격 생산에 들어갔다. 특히 HD현대의 건설기계 사업부가 중국 시장 비중을 줄이는 상황에서 로봇은 오히려 중국 시장 확대에 나서는 것은 그만큼 시장이 최근 급속도로 커지고 있다는 방증이다. 점유율 2%도 과거의 숫자일 뿐이라는 얘기다.
임 부문장은 “지금까지는 일본과 독일의 고정밀도 기계·제어 기술 저변으로 우리나라의 로봇 기술 경쟁력이 다소 떨어졌던 것이 사실”이라며 “하지만 최근 인공지능(AI) 등 한국이 경쟁력을 가진 정보기술(IT) 인프라 덕분에 AI 기반 차세대 산업용 로봇을 통해 국내 로봇 시장의 경쟁력이 높아질 가능성이 크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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