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방장관 "해군 홍범도함 명칭 검토 필요... 바꾸는 방안 검토"

김진욱 2023. 9. 4.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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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방부, 홍범도 장군 흉상 설명문에 "'포병' 조직" 적시 '오류'
당시 '포'는 '총' 의미... 단어 의미 모른 채 무지성적 1 대 1 대응
이종섭 국방부 장관이 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의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뉴스1

국방부가 ‘홍범도 지우기’ 드라이브에 속도를 내고 있다. 육사 흉상 이전 발표에 이어 이종섭 국방부 장관이 해군 잠수함 ‘홍범도함’의 명칭 변경 가능성을 공개적으로 언급했다. 반면 국방부 청사 앞에 설치된 홍 장군 흉상 설명문에서 오류가 발견돼 빈약한 역사의식을 그대로 드러냈다.

이 장관은 4일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홍범도함 개명에 대한 국방부의 최종 입장은 무엇인가’라는 기동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질의에 “국무총리도 개인의 입장을 전제로 바꿀 필요가 있다고 했고, 국방부도 명칭에 대해선 검토가 필요하지 않겠느냐고 보고 있다”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의견을 좀 더 들어보고 해군 입장도 들어보고 해서 필요하다면 바꾸는 방안도 검토하겠다”고 덧붙였다.

앞서 지난달 31일 한덕수 총리는 국회 예결위에서 같은 질문에 "우리의 주적과 전투를 해야 하는 군함에 소련 공산당원 자격을 가진 사람(이름)을 (붙여서는 안 된다)"이라며 "수정을 검토해야 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총리와 국방장관이 모두 함명 변경에 무게를 두고 있는 것이다.

이어 이 장관은 ‘논란을 불러일으킬 만한 다른 함정이 있는지 조사도 했느냐’는 질문에 “전수조사는 하지 않았고 해군 함정은 전체 1차 확인을 했다”며 “(논란이 될 만한 게) 없는 것으로 안다”라고 말했다. 전하규 국방부 대변인은 정례브리핑에서 “(홍범도함 함명 변경을) 필요하면 검토한다는 말을 드렸고, 그러면 그전에 다양한 의견을 충분히 시간을 갖고 수렴해야 하는 과정이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4일 서울 용산구 국방부 청사 앞에 설치된 홍범도 장군 흉상 설명문. 홍 장군이 '포병' 부대를 조직했다는 잘못된 내용이 적시되어 있다. 김진욱 기자

이처럼 국방부가 홍범도 장군을 공산주의자로 몰아가며 올바른 역사인식을 강조하고 있지만, 정작 청사 앞에 설치한 흉상에는 그의 항일투쟁 공적이 잘못 새겨져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흉상 밑에 달린 설명문을 보면, 홍 장군은 “의병장이자 독립운동가”로 “1907년 11월 포병 부대를 조직하여 삼수, 갑산 일대에서 의병전쟁을 전개했다”고 쓰여 있다. 이를 영어로 번역한 부분에도 “organized an artillery unit”으로 적시했다.

하지만 홍 장군은 ‘포병 부대’를 조직한 것과 거리가 멀다. 홍범도장군기념사업회가 홈페이지에 공개한 ‘홍범도 장군 일대기’는 홍 장군이 1907년 일본이 공포한 ‘총포 및 화약류 단속법’에 저항해 그해 10월 14명의 포수들과 의병 봉기를 결의했으며 이어 11월 2일 안산, 안평지역 포수계를 중심으로 의병부대를 조직했다고 밝히고 있다.

당시 사용하던 ‘포’는 안중근 의사가 1909년 이토 히로부미를 사살할 때 사용했던 ‘육혈포(6연발 리볼버 권총)’ 등의 용례에서 볼 때 현재의 ‘총’에 해당한다. 홍 장군이 의병운동에 투신하기 전의 직업인 ‘포수’ 역시 총기를 사용해 사냥하는 직업을 뜻한다는 점에서 설명에 적힌 ‘포’는 현재의 ‘포병’과 다르다. 그런데도 국방부는 억지춘향식으로 홍 장군을 포병 부대와 연결시킨 셈이다.

국방부는 1998년 구 청사(현 국방부 별관) 앞에 홍범도 장군 흉상을 마련했다. 이후 2003년 청사 신축(현 대통령실)에 맞춰 흉상을 옮겼고, 지난해 청사를 다시 합동참모본부 건물로 이전하면서 흉상도 함께 이전 설치했다. 홍 장군 유해가 2021년 카자흐스탄에서 봉환된 내용이 함께 쓰여 있는 것에 비춰 국방부가 그 이후에 새긴 최신 정보인데도 엉터리였던 셈이다.

국방부가 홍범도 장군과 관련해 용어를 잘못 사용한 것은 처음이 아니다. 국방부는 지난달 28일 육군사관학교에 설치된 홍범도 장군 흉상에 대한 입장문에서 “홍범도 장군의 빨치산 증명서에는 활동기간이 1919∼1922년으로 기록되어 봉오동과 청산리전투에도 빨치산으로서 참가했다는 의혹이 있다”고 밝혔다가 반발을 샀다. 당시 ‘빨치산’이라는 단어는 의병 등 비정규군을 뜻하는데 이를 무리하게 1950년 6·25전쟁 이후 공산 게릴라와 연결시켜 홍 장군이 공산주의자라고 강조했다는 것이다.

김진욱 기자 kimjinu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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