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험학습 신청서에 ‘지지한다’ 적기도… “휴가 내고 교사 응원”

2023. 9. 4. 16: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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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에서 초등학생 1학년 딸을 키우는 이모(35) 씨는 4일 하루 휴가를 냈다.

체험학습 신청서를 낸 이씨는 이날 오전 자녀와 학교와 관련된 책을 읽었다.

초등학교 6학년 자녀를 둔 장정호(45) 씨도 교사들의 시위 소식을 듣고 체험학습 신청서를 썼다.

장씨는 멈춤의날에 참석한 교사들이 불이익을 받지 않았으면 좋겠다며 "선생님도 사람이고 근로자인데 스스로를 보호하고 잘못된 일이 있으면 목소리를 내는 것이 자연스럽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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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일 공교육 멈춤의 날 풍경
학부모도 휴가 내고 “학교 소중함 생각”
SNS에는 ‘#멈춤의날’, ‘#교권회복’ 인증
태권도, 피아노 학원으로 가는 학생도
서울 서초구 초등학교에서 숨진 교사의 49재 일인 4일 세종시 한 초등학교 교실이 비어있다. 교육계에 따르면 교사들은 이날을 '공교육 멈춤의 날'로 정하고 전국 곳곳에서 다양한 방식으로 올해 7월 숨진 서초구 초등교사를 애도할 계획이다. [연합]

[헤럴드경제=김빛나 기자] 경기도에서 초등학생 1학년 딸을 키우는 이모(35) 씨는 4일 하루 휴가를 냈다. 교사들의 ‘공교육 멈춤의 날’을 응원하기 위해서다. 체험학습 신청서를 낸 이씨는 이날 오전 자녀와 학교와 관련된 책을 읽었다. 이씨는 “딸과 책을 읽고 독후감을 쓰면서 ‘오늘 왜 선생님들이 쉬었나’, ‘학교가 없으면 어떻게 될까’를 토론하며 학교의 소중함을 생각했다”며 “오늘은 선생님들에게 꼭 필요한 날이라 생각해 휴가가 아깝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씨 자녀가 다니는 초등학교는 예상보다 선생님들의 부재로 정상 수업이 어려웠다. 이씨 학교는 오전 9시께 공지사항을 통해 “다수의 선생님들의 부재로 긴급상황이 발생해 부득이하게 교육과정을 변경 운영한다”며 “전학년이 급식 후 하교를 실시한다”고 공지했다. 등교한 학생들은 강당에 모여 시청각 자료를 감했다. 이 초등학교처럼 일부 학교에서는 결원 규모를 파악하지 못해 아침에 부랴부랴 학부모에게 공지했다.

4일 공교육 멈춤의 날을 맞아 전국 곳곳서 교권 회복을 촉구하는 행사가 이어지는 가운데 학부모들도 동참하는 분위기가 이어졌다. 교사를 응원하는 차원에서 체험학습 신청서에 “선생님들을 지지한다”고 적는 등 자녀와 시간을 보내는 학부모들도 많았다. 맞벌이로 자녀를 돌보기 어려운 경우 태권도 학원 등 사교육의 도움을 받기도 했다.

서울 서초구 초등학교에서 숨진 교사의 49재이자 이를 추모하는 '공교육 멈춤의 날'인 4일 오전 서울 광화문광장 이순신 장군 동상 앞에서 진보당 여성-엄마당 관계자 및 학부모·학생이 '공교육 멈춤의 날' 지지 기자회견을 마친 뒤 현장체험학습 판에 표어를 붙이는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당일 현장체험학습을 낸 가족과 청소년, 학부모가 함께 참가했다. [연합]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인스타그램에는 ‘#멈춤의날’, ‘#교권회복’ 등 태그와 함께 체험학습 신청서를 인증한 게시글이 100여건 올라왔다. 한 한부모는 “꽃다운 나이에 세상을 떠난 선생님들 깊이 애도한다”며 “선생님이 마음껏 가르치시기를 응원하고 존경하는 마음을 전한다”고 말했다. 공교육 멈춤의날 지지선언 제안자에 따르면 지난달 30일부터 전날인 3일 자정까지 온라인 설문을 통해 2만343명의 학부모 지지선언이 이뤄졌다.

교사들이 '공교육 멈춤의 날'로 정한 4일 휴교를 한 광주 북구 한 초등학교가 한산하다. [연합]

학부모들은 대부분 교사의 심정이 이해가 간다는 입장이다. 초등학교 6학년 자녀를 둔 장정호(45) 씨도 교사들의 시위 소식을 듣고 체험학습 신청서를 썼다. 장씨는 “아내 통해서 이야기를 들어보면 학부모들이 선생님들을 너무 쉽게 생각해서 선생님들이 학부모 눈치를 보는 경우가 많더라”며 “오랜 시간동안 교권이 무너진 것이 이번 일을 계기로 터지지 않았나”고 말했다.

장씨는 멈춤의날에 참석한 교사들이 불이익을 받지 않았으면 좋겠다며 “선생님도 사람이고 근로자인데 스스로를 보호하고 잘못된 일이 있으면 목소리를 내는 것이 자연스럽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맞벌이로 체험학습이 어려운 부모들은 태권도, 피아노 학원 등 사교육 시설을 통해 공교육 공백을 채웠다. 서울 마포구 A 태권도 관장은 “학부모님의 요청으로 4일 하루 특별하게 오전반 수업을 만들었다”며 “오전 8시반부터 수업을 시작했는데 초등학생 전학년 60여명 정도가 수업에 참여했고, 점심 먹고 일부 학생들은 방과후수업을 들으러 갔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연차나 병가를 낸 교사들은 전국에서 이뤄지는 추모 행사에 참여한다. 오후 3시부터 서이초 강당에서는 '49재 추모제'가 서울시교육청 주최로 열렸다. 행사에는 조희연 서울교육감, 임태희 경기교육감, 정성국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장, 김용서 교사노동조합연맹 위원장, 전희영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위원장 등과 고인의 학교 선후배 등이 참석한다. 오후 4시 30분에는 서울 국회의사당 앞 대로에서 대규모 집회가 열릴 예정이다.

binna@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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