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상] “호신술은 위험 신호 감지하는 스위치…스스로 지키기 위해 배워요”
호신술 도장, 여성뿐 아니라 남성도 찾아
“호신술은 싸움 아닌 안전한 상태로 되돌리기”
[헤럴드경제=박지영‧김영철 기자] “호신술을 배우는 건 위험 신호를 감지하는 스위치를 켜는 훈련을 하는 것과 같습니다. 일상 생활에서 불안함이 감지됐을 때, 이를 위험 신호로 인지하고 대응할 수 있는 태세에 돌입하는 민감함을 연습하는 과정이죠.”(한국형 여성호신술 ASAP 개발자 김기태 관장)
최근 방문한 서울 용산구 호신술KR 체육관에서는 흉기를 막는 ‘나이프 디펜스’ 수업이 한창이었다. 무차별 공격을 상정하고 대응하는 건 쉽지 않았다. 흉기를 든 채 허공에 휘두르다 복부를 찌르려 하는 등 난이도는 올라갔다. 수강생들은 첫 공격에서 무기를 쥔 상대방의 손을 쳐냈어도 다음 공격에선 어떻게 대응할 지 어려워했다.
김 관장은 수강생들에게 흉기가 자신에게 가까워질 때 무의식적으로 뒷걸음질 치는 것이 더 위험하다고 했다. 그는 “상대방이 흉기를 들고 있는 손 반대 방향으로 몸을 45도 비틀어야 한다. ‘엑스(X)’ 모양을 생각하면 쉽다. 오른손으로 휘두르면 왼손으로, 왼손으로 휘두르면 오른손으로 막아야 합니다. 상대방의 손목을 뺨을 때리듯 힘껏 쳐야한다”고 안내했다.
몇 번의 연습 끝에 한 수강생이 상대의 겨드랑이 밑으로 들어가 그대로 팔을 잡고 돌려서 제압에 성공했다. 자리를 함께 한 필리핀 전통 무술 칼리 아르니스를 15년 이상 수련한 길용기 사범은 이 같은 광경에 “못 막는다고 단정 지으면 안 된다. 막을 수 있다는 기세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흉악 범죄의 여파로 자신을 지키고자 호신술을 배우려는 사람이 늘고 있다. 언제 어디서 흉악 범죄가 벌어질지 모르기에 자신을 지키기 위한 대비책을 마련하기 위해서다. 호신용 스프레이, 삼단봉 같은 호신용품보다 평상시에 위기 상황을 연습해보면서 내 몸과 마음을 단련하는 것이 더 안전하다고 느끼면서다. 여성을 위한 호신술 ASAP(반성폭력 대항 프로그램)을 개발한 김 관장은 “지난 달 15일 호신술 강의를 열었을 때 여성만 20명 가까이 참여했다”고 설명했다.
여성뿐 아니라 남성도 체육관을 찾는다. 이 날 수강생 6명 중 4명은 남성, 2명은 여성이었다. 호신술을 배운 지 2년 정도 됐다는 임모(39) 씨는 “2~3년 전 스토킹을 당한 적이 있는데 밤에 마주치니까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이런 상황을 대처하기 호신술을 배우게 됐다”고 말했다.
수강 과정은 총 4단계로 나뉜다. 1단계는 위기 신호를 감지하는 것이다. 누군가 나를 만지면 접촉한 반대 방향으로 거리를 벌린다. 2단계는 비물리적 대응이다. 신체 접촉이 일어나기 전 말이나 제스처를 통해 상대의 공격을 저지하는 방법이다. 처음에는 손가락을 터치하는 신체적 접촉에 속삭이는 목소리로 반응하다, 상대방이 손바닥을 건드리는 등 신체적 접촉 강도가 세지면 그에 따라 목소리가 커지는 식으로 연습한다.
3단계는 물리적 대응이다. 여기서부터는 말로만 설명해선 쉽지 않다. ▷밀기 ▷당기기 ▷주저앉기 ▷비켜돌기 등 4가지 동작으로 상대방의 공격을 방어할 수 있다. 먼저 상대방이 흉기를 들고 공격하려고 한다면 양손으로 상대방의 팔목을 있는 힘껏 밀어낸다. 상대방에게 손목을 붙잡혔다면 ‘당기기’ 동작을 활용할 수 있다. 차렷 자세에서 상체를 뒤로 지그시 누르면서 붙잡힌 손목에 체중을 싣는다. 상대방이 순간적으로 무게를 견디지 못하게 만들어 손을 놓게 만드는 것이다.
상대방이 앞이나 뒤로 안아서 옴짝달싹 할 수 없다면 ‘주저 앉기’ 자세를 활용할 수 있다. 숨을 들이쉬어 순간적으로 몸의 부피를 크게 만든 다음 순간적으로 쪼그려 앉는다. 그리고 상대방 종아리 부근을 어깨를 사용해 온 몸의 무게를 실어 민다.
‘비켜 돌기’ 자세는 제압도 가능하다. 상대방의 손목을 두 손으로 쥔 다음 무게를 실어 아래로 점프하듯 앞으로 주저앉는다. 이후 상대방의 팔목을 무릎으로 눌러 손에 힘을 뺀 다음 흉기를 빼앗을 수 있다. 그리고, 최종 4단계. 있는 힘껏 도망쳐야 한다.
수강생들은 이 같은 호신술에 대해 대체로 만족하는 분위기였다. 40대 여성 수강생 권민정 씨는 “호신술은 내가 도망을 치기 어려운 최후의 상황을 상정한 대응책이기에 나를 위한 보험을 들어 놓는다는 마음으로 배운다”며 “마치 심폐소생술 CPR처럼 배워두면 든든한 것”이라고 했다. 또 다른 수강생 김모(32‧여) 씨도 “흉기 난동과 같은 상황에 대처할 수 있다는 기개를 키울 수 있는 것 같다. 막연한 두려움을 떨쳐내는데 도움이 됐다”고 덧붙였다.
go@heraldcorp.com
yckim6452@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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