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암 검진, '증상이 없는데 내시경 해야하나?'
[이데일리 이순용 기자] 오는 9월 7일은 ‘위암 조기 검진의 날’이다. 우리나라는 위암 발생률이 높은 나라로, 위암 조기 검진의 중요성을 알리기 위함이다. 실제 내시경 검사는 대부분의 나라에서 검진 목적이 아닌 증상이 있을 때 시행하지만 1년에 3만 명 정도의 새로운 위암 환자가 발생하는 우리나라의 경우 국민 대부분이 어느 정도의 나이가 되면 검사를 받고 있다.
따라서 우리나라의 위암 환자는 비교적 질환의 초기 즉 조기위암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정기적인 검진으로 조기위암을 발견한다면 위암은 95% 이상 치료할 수 있고, 적절하게 치료한다면 재발과 전이의 걱정 없이 평생을 살 수 있다. 김정구 가톨릭대학교 대전성모병원 외과 교수의 도움말로 위암 정기 검진에 대해 알아본다.
Q. 증상이 없어도 위내시경 검사를 정기적으로 해야 하나.
A. 우리나라는 세계에서 위암이 가장 많이 발생하는 나라 중 하나다. 따라서 무증상인 일반인을 대상으로 40세부터 적어도 2년에 한 번 위내시경을 시행하도록 권하고 있다. 만성 위축성 위염, 장상피화생과 같은 소견이 있는 위암 발생 고위험군은 매년 내시경 검사를 받는 것이 좋다.
Q. 수면내시경을 자주 하면 안 좋다던데.
A. 수면내시경의 정확한 용어는 진정 내시경이다. 진정 내시경은 내시경 시술 시작 전에 진정제를 투여한 뒤에 시술하므로 내시경 시행 과정을 기억하지 못한다. 다만 일시적인 무호흡 상태가 발생할 수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같이 내시경 검사가 흔한 나라에서는 대부분의 내시경 검사실에서 이에 대한 준비를 철저히 하고 있으니 크게 걱정할 일은 아니다.
Q. 위염과 위궤양이 위암으로 진행될 수도 있나.
A. 모든 위염이 위암으로 진행되지는 않는다. 다만 위축성 위염 중 일부가 장상피화생으로 진행하고 이것은 나중에 위암으로 진행될 수도 있다. 위축성 위염 또한 모두 위암으로 진행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위축성 위염의 정도와 범위가 심할수록 암의 발생은 비례하기 때문에 이에 대한 관찰과 변화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위내시경 검사를 반복적으로 시행할 필요가 있다. 특히 위축성 위염이 있더라도 증상이 없는 경우가 많아 정기적인 내시경 검진이 진단과 발견에 큰 도움이 된다.
또한 악성 위궤양과 달리 양성 위궤양은 위암으로 진행하지 않는 전혀 다른 성격의 질병이다. 다만 위암이 궤양을 동반하는 경우가 있기 때문에 내시경상 궤양이 있다면 조직 검사를 통한 감별 진단이 필요하다. 양성 위궤양이라도 추적 내시경 검사를 통해 반복해 병의 개선 여부를 확인하는 것이 좋다.
Q. 속이 좋지 않거나 배가 더부룩한데, 위암일까.
A. 위암 환자 중 일부에서 윗배가 불편하고 속이 좋지 않다든가 혹은 소화가 잘 되지 않는 다는 증상을 표현하는 경우가 있다. 대부분의 위암 환자는 이러한 증상이 없는 경우가 훨씬 많다. 특히 내시경을 통한 정기검진이 널리 시행되면서 조기 위암의 빈도가 높아졌고 이런 조기위암의 경우에는 대부분이 아무런 증상이 없다. 위암 이외에도 각종 위염, 역류성 식도염, 소화성 궤양 등도 상복부 불쾌감 등을 호소할 수 있으므로 증상만 가지고 위암 여부를 자가 진단하지 말고 전문가와 상의해 위내시경 검사 후 정확한 진단을 받아 치료하는 것이 중요하다.
Q. 조직검사 결과 고도 이형성증이라고 하는데, 암과 다른가.
A. 고도 이형성증은 위암의 전 단계 병변을 말한다. 정상 위점막 세포에 해로운 자극이 지속되면 일부 위벽 위점막은 저도 이형성증의 변화가 나타난 뒤, 고도 이형성증 변화를 거쳐 암세포로 진행되는 것으로 생각된다. 내시경으로 절제한 후 위암 부위를 현미경으로 관찰하면 암세포와 저도·고도 이형성증이 섞여 있는 경우가 많고, 반대로 시술 전에는 고도 이형성증만 진단됐더라도 내시경 절제 후 조직검사 소견에는 암세포가 함께 존재하기도 한다. 즉 고도 이형성증은 위암 전 단계일 뿐만 아니라, 위암 조직이 일부 포함될 수 있어 적극적인 치료와 면밀한 관찰이 필요한 병이다.
Q. 위암 진단 후 위를 다 잘라야 한다는데, 위 없어도 살 수 있나.
A. 위는 음식물을 저장하고 잘게 부수는 역할을 한다. 음식물의 소화와 영양소를 흡수하는 기능은 대부분은 소장에서 담당하게 된다. 따라서 위가 없더라고 살 수 있는 것이다. 위는 우리에게 꼭 필요한 기관이지만, 간이나 심장처럼 없으면 생명을 잃는 기관은 아니다. 위암 수술 환자 중 약 20~30% 정도는 위를 다 잘라내는 전절제술을 시행받는다. 간혹 조기 위암인데도 위를 전부 절제해야 하는지 문의하는데, 위의 절제 범위는 암의 진행 정도보다는 위암이 발생한 위치에 따라 주로 결정된다. 위를 다 잘라내는 위전절제술을 받아야 하는 경우는 위암이 위 전체에 퍼져 있거나 위의 상부에 있을 때이다. 최근에는 위의 상부에 발생한 조기암의 일부에서 위의 하부를 40~50% 정도 남기는 수술 방법 등이 시행되기도 한다.
Q. 위를 잘라내면 정상적인 식사는 불가능한 것 아닌가.
A. 수술을 받은 직후에는 이전과 비교해 식사하기가 불편할 수 있지만 식이교육과 영양관리를 통해 충분히 극복할 수 있다. 위의 일부분 혹은 전체를 제거하고 나면 위의 크기도 줄어들고 위 운동 기능도 떨어지므로 처음에는 부드러운 음식 위주로 조금씩, 천천히, 꼭꼭 씹어 자주 먹는 연습을 해야 한다. 수술 후 3~6개월 정도 지나면 먹는 것도 편해지고 식사량도 서서히 증가하면서 회복된다. 이 시기가 지나면 개인차는 있지만 대부분 식사하는 데는 큰 문제가 없다.
이순용 (sylee@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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