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료 죽는 것 더 보고 싶지 않아" 서이초서 열린 49재 추모제[영상]

서울 서이초 교사 49재 추모제 "그곳에선 평온하고 행복하길"
추모 공간엔 길다란 추모 행렬…"고인의 뜻 이어가겠다"
교사들 "나한테도 늘 있었던 일이고 내 동료들도 언제나 겪던 일"
시민들 "교권도, 학생 인권도 함께 지켜야"

서울 서초구 서이초등학교 교사가 극단적 선택으로 세상을 등진 지 49일째 되는 4일, 고인이 근무했던 학교에서 추모제가 열려 추모객들이 고인의 명복을 기렸다.

이날 오후 3시 서울 서초구 서이초등학교 강당에서 서울시교육청 주관으로 '서이초 교사 49재 추모제'가 진행됐다.

추모제는 생전 고인의 모습을 담은 추모 영상과 함께 시작됐다. 추모 노래와 함께 고인의 생전 사진들이 화면에 나타나자, 곳곳에서 추모객들이 손수건으로 눈물을 훔쳤다.

4일 서울 서이초등학교에서 '서이초 교사 49재 추모제'가 진행됐다. 민소운 기자

유족을 대표해 추모객들 앞에 선 고인의 외삼촌은 "서이초등학교가 조카의 첫 부임지이자 마지막 부임지가 됐다. 왜 이런 기가 막히고 비극적인 죽음이 학교에서 일어나야 하는지 우리는 믿을 수 없다"면서 "다시는 이러한 비극적인 죽음이 학교 현장에서 또는 학교 주변에서 일어나지 않도록 대책이 마련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최근 잇단 교사들의 죽음이) 개인적인 문제로 치부할 것이 아니라, 도대체 학교에서 어떤 문제가 있었는지 철저하게 진상을 규명하고 다시는 되풀이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면서 "고인의 죽음이 교육 현실을 바로 잡는 계기가 된다면 더 이상 바랄 것이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49재 추모제에는 교직원과 유가족, 유가족이 초청한 인사가 참여했다. 조희연 서울시교육감, 이주호 교육부총리, 정성국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장, 김용서 교사노동조합연맹 위원장 등도 자리를 지켰다. 박광온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윤재옥 국민의힘 원내대표, 이정미 정의당 대표도 이곳을 찾아 고인에게 헌화했다.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은 "선생님을 지켜주지 못한 나는 죄인"이라면서 "선생님이 행복해야 학생도 행복하게 자라난다는 잊었던 사실 등을 고인을 떠나보낸 뒤에야 깨우쳤고, 부끄러운 마음으로 깊이 반성한다"고 밝혔다.

이어 "지금 국회에서는 선생님들의 교육 활동 보호를 위한 법안 개정이 이루어지고 있고, 서울시교육청도 학교 민원 대응 체계를 개선하는 등 노력하고 있다"면서 "선생님들이 더는 다치지 않게 정부와 정치권, 시민사회가 함께 해주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선생님들이 겪었을 상처가 얼마나 크고 깊은지, 학교와 교실이 얼마나 큰 위기에 직면하고 있는지 알게 됐다"면서 "지난 7월 22일부터 매주 토요일마다 선생님들이 모여 외치신 간절한 호소를 겸허하게 받아들인다"고 말했다.

아울러 "그동안 무너진 교권에 대한 선생님들의 목소리 그동안 외면했던 것은 아닌지 다시 한번 돌아본다"면서 "선생님들이 홀로 외로움과 마주하지 않도록 함께할 것을 약속한다"고 밝혔다.

마이크 앞에 선 동료 교사는 한참 말을 잇지 못하며 훌쩍이다 겨우 고인을 향한 편지를 읽어내려갔다. 동료 교사는 "내가 너를 동기로 만나서 정말 너무나 감사하고 행복하다고 했었단 말 기억하냐"면서 "너를 지키지 못했다는 후회 속에 우리는 멈춰 있다"고 울먹였다.

또한 "너를 이제는 보내려고 노력해보려 한다. 너무 그리운 내 친구, 편히 눈 감길 바라고, 그곳에서만큼은 평온하고 행복하길 바란다"고 고인을 향해 외쳤다.

고인의 대학 후배도 "옆에서 지켜주지 못해서, 힘이 들 때 털어놓을 만한 믿음직한 상대가 못돼서 미안하고 또 미안하다는 말 밖에 할 말이 없다"고 "내가 기억하는 고인은 강하고 책임감 강한 사람이었고, 등대 같은 선배였다"며 눈물 가득 찬 목소리로 말했다.

더불어 "왜 누가 죽고 다쳐야 그때에서야 무언가 바뀌려 할까 절망스런 마음만 들었다"면서도 "더이상 누군가가 아프지 않도록, 고인의 마음을 이어 받아서 모든 선생님들이 행복하게 교육할 수 있도록 우리가 계속 나아가겠다"고 밝혔다.

앞서 이날 오전부터 서이초등학교 운동장 한켠에 마련된 추모 공간에는 추모객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운동장 가장자리에 마련된 추모 공간 앞부터 정문 앞까지, 헌화하거나 고인에게 포스트잇 메시지를 남기려는 시민들과 학생들, 교사들이 모여 긴 줄이 늘어섰다.

1학년 6반 인근에 자리한 추모 공간은 꽃송이들과 포스트잇 메시지로 빼곡이 들어차 있었다.

'혼자 감당하게 해서 미안하다. 이제는 함께 하겠다', '선생님 거기에선 행복하세요'라며 고인의 명복을 비는 메시지들이 눈에 띄었다.

또 '선생님 편안하게 쉬세요. 공교육 정상화를 위해 산 자들이 하겠습니다', '더 나은 사회를 위해 헌신하신 선생님의 뜻을 이어가겠다' 등 고인이 미처 다 이루지 못한 뜻을 펼치겠다는 각오를 담은 메시지들도 벽면을 가득 메웠다.

검은색 계열의 추모 복장을 갖춰 입은 추모객들은 헌화를 한 뒤, 고인에게 마지막 인사를 남기고 자리를 떠났다. 이내 차오른 눈물을 훔치며 자리를 뜨는 이들도 적지 않게 찾아볼 수 있었다.

이날 학교에 가는 대신 이곳을 찾은 교사들은 남일 같지 않다면서 안타까워했다. 경기도에서 교직원들과 함께 추모를 하러 왔다는 초등학교 교사 A(47)씨는 "나한테도 늘 있었던 일이고 내 동료들도 언제나 겪던 일이었다는 걸 지금 자각하고 있다"며 눈물을 글썽였다.

A씨는 "서이초 선생님이 얼마나 혼자 외롭고 쓸쓸하셨을지 모르겠다. 우리가 여기(극한의 상황)에 너무 무감하게, 너무 길들여진 상태로 있었다는 생각이 많이 들었다"면서 "교육 공동체를 회복하는 데 앞서서, 그것보다 지금 당장 정말 너무 시급한 건 사람을 살리는 것이고, 동료들이 죽는 걸 더 이상 보고 싶지 않기에 최소한의 보호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26년차 교사 안모(52)씨는 "내 초임 교사 시절이 생각나는데, (숨진 서이초 교사가) 너무 예쁜 나이에, 너무 아이들을 사랑할 나이에 마지막을 그렇게 보낸 걸 생각하면 가슴이 너무 아프다"며 울먹였다.

안씨는 "예전에는 교사를 존중하고 믿어주는 마음이 있었는데 왜 이제는 교사를 신뢰하지 못할까 싶다"면서 "지금도 교사들이 아이를 사랑하는 마음은 여전하니, 교사나 학부모, 학생이 서로를 믿어주는 마음이 필요하고 그에 따르는 여러 제도가 마련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교사가 아닌 일반 시민들의 추모 발걸음도 이어졌다. 청소년 관련 분야에서 일하고 있다는 최모(24)씨는 "아직 진상 규명이 제대로 안 됐는데, 거기에 대한 답답함도 있어서 왔다"고 말했다.

최씨는 "교육부에서 교사들을 많이 억압하고 있는데, 나는 교육부가 교사를 지켜야 한다고 본다"면서 "교권도 회복하면서 동시에 학생 인권도 같이 보장받을 수 있는 기회가 되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초등학생 자녀 둘과 경기 시흥시에서 왔다는 정지영(43)씨는 "선생님들의 멈춤을 지지해서 아이들을 학교에 안 보내고 서이초 선생님의 추모를 함께하고 싶어서 왔다"고 말했다.

정씨는 "잘못된 점을 꾸짖어주는 게 훈육이라고 생각하는 데, 훈육이 전혀 이루어지지 않는 이 (교육)현장이 너무 걱정이 된다"면서 "선생님들이 적당한 훈육을 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지지해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한편 '한마음으로 함께하는 모두'라는 이름의 교사 모임은 이날 오후 4시 30분부터 6시까지 국회 앞에서 만 명 이상이 참가하는 '추모집회'를 개최한다.

전국 교육대학교(서울교대·경인교대·춘천교대·한국교원대·공주교대)에서도 오후 7시쯤 학내에서 동시 다발 추모 집회를 열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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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BS노컷뉴스 민소운 기자 solucky@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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