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 우방 아르메니아 “러 의존 안보전략은 실수”···NYT “분쟁 지역 내 아르메니아인들 제노사이드 우려”
러시아 우방 아르메니아가 아제르바이잔과의 국경 분쟁 지역 내 아르메니아인 보호와 관련해 러시아의 소극적 역할을 비판하며 러시아에 의존하고 있는 안보 전략의 변경 가능성을 시사했다.
니콜 파시냔 아르메니아 총리는 3일(현지시간) 이탈리아 일간 라레푸블리카 인터뷰에서 “아르메니아의 안보 구조는 무기 및 탄약 조달을 포함해 99.999% 러시아와 연결돼 있다”면서 “그러나 오늘날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해 무기와 탄약을 필요로 하고 있는 있고 이런 점에서 러시아는 아르메니아의 안보 요구를 충족시키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이번 사례는 안보 문제에서 하나의 파트너에만 의존하는 것은 전략적 실수라는 점을 입증한다”면서 “따라서 아르메니아는 안보 협정을 다각화하려 한다”고 말했다. 로이터통신은 안보 협정 다각화에 대한 파시냔 총리의 발언은 유럽연합(EU)·미국 및 중앙 아시아 지역 다른 국가들과의 관계 강화를 언급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1991년 구 소련에서 독립한 아르메니아는 독립 이후 줄곧 러시아와 우호적인 관계를 유지해왔다. 아르메니아는 러시아가 주도하는 구소련 6개국 정치·군사동맹인 집단안보조약기구(CSTO) 회원국이다. 아르메니아 북서부 귬리의 군사기지에 러시아군 3000여명 이상이 주둔 중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아르메니아 총리가 러시아의 역할에 대해 불만을 제기한 것은 캅카스 지역의 앙숙 아제르바이잔과의 분쟁 지역인 나고르노-카라바흐 때문이다.
‘캅카스의 화약고’로 불리는 나고르노-카라바흐는 국제적으로는 아제르바이잔의 영토로 간주되나 주민 12만명 중 대다수가 아르메니아인들이다.
구 소련 시절인 1988년 이 지역 아르메니아 분리주의자들이 독립을 선언하면서 아르메니아와 아제르바이잔이 1992~1994년 전쟁을 벌여 3만명이 사망했다. 아르메니아와 아제르바이잔은 2020년 이 지역을 놓고 두 번째 전쟁을 벌여 6주 동안 양측 군인 7000명이 사망했다.
양측은 러시아의 중재로 2020년 11월 휴전했다. 아제르바이잔은 전쟁을 통해 나고르노-카라바흐 지역 대부분을 장악했다. 러시아는 이 지역에 평화유지군을 파견해 관리해왔으나 이후에도 산발적인 교전이 이어졌다.
아제르바이잔이 지난해 연말부터 라친 통로를 봉쇄해 식량과 의약품 등에 대한 접근에 제약이 생기면서 국제 사회에서는 인권침해 우려가 꾸준히 제기됐다. 라친 통로는 아르메니아에서 나고르노-카라바흐로 들어가는 유일한 입구다. 아제르바이잔은 지난 4월 아르메니아에서 나고르노-카라바흐로 이어지는 유일한 입구인 라친 통로에 검문소를 세운 데 이어 지난 7월에는 통로를 완전히 폐쇄했다.
통로 폐쇄로 인해 아르메니아 주민들이 극심한 굶주림을 겪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더타임스는 이날 “겨울이 다가옴에 따라 아제르바이잔 산악 지대에 갇힌 민간인 수만명이 굶어죽을 가능성에 직면했다”고 전했다. 뉴욕타임스(NYT)는 전날 칼럼을 통해 아제르바이잔이 나고르노-카라바흐에서 제노사이드(대량학살)을 저지르고 있는데도 서방 국가들이 우크라이나 전쟁 이외에 다른 글로벌 위기에 신경을 쓰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앞서 국제형사재판소(ICC) 초대 수석 검사를 지낸 루이스 모레노오캄포는 지난달 7일 보고서를 통해 “굶주림은 눈에 보이지 않는 제노사이드의 무기”라면서 “즉각적이고 극적인 변화가 없다면 이곳의 아르메니아인들은 몇주 이내에 소멸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정원식 기자 bachwsik@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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