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년 허허벌판 춘천 캠프페이지 이번엔 개발되나…청사진 '주목'
육동한 춘천시장 "공원 유지…'직주락' 공간 개발 원칙"
총사업 2조원 규모, 2026년 착공…문화재 발굴 최대 난관
(춘천=연합뉴스) 이상학 기자 = 강원 춘천시 도심 한복판에 18년째 허허벌판인 옛 미군 캠프페이지 부지가 정부의 도시재생 후보지에 선정돼 구체적인 개발 밑그림이 주목받는다.
국토교통부는 4일 춘천 캠프페이지를 도시재생 혁신지구 국가시범지구 후보지로 선정했다.
2005년 폐쇄된 캠프페이지는 '기름 범벅' 토지를 정화하는 데 많은 시간을 보낸 데다 문화재까지 발견돼 현재까지 답보상태다.
부지에 봄내체육관 등 일부 시설물이 들어서기는 했지만, 전체적인 개발은 '개발이냐, 보존이냐'를 두고 논란만 거듭한 채 18년 허송세월을 보내왔던 터라 이번 시범지구 선정에 관심이 쏠린다.
문화재·환경정화 발목에 도청사 이전 불발에 개발 답보
캠프페이지는 6·25 한국전쟁이 한창이던 1951년 당시 도시 한복판 근화동에 군수품을 공급하는 비행장 활주로 설치를 시작으로 들어섰다.
이어 1953년 미군은 전쟁 때 공을 세운 페이지 중령을 추모해 캠프페이지로 명명하고 부대에 병력을 주둔시켰다.
특히 1983년 5월 5일 당시 중공 민항기가 불시착, 송환 문제로 정부 당국자 간 첫 교섭이 이뤄진 것을 계기로 한·중 수교 물꼬를 튼 역사적 무대기도 하다.
이후 1990년대 들어 도시개발이 가속화하고, 부대 이전을 요구하는 시민사회단체 목소리가 높아졌다.
헬기의 이착륙으로 인한 도심 소음공해도 부대 이전의 촉진제가 돼 2005년 3월 미군기지가 폐쇄됐다.
한미 당국이 연합토지관리계획(LPP)에 따라 2011년까지 캠프페이지를 이전하기로 했지만, 이전 시기를 앞당겼다.
하지만 부대 이전 이후 2009년 유류 저장시설이 있던 지역을 중심으로 토양의 환경오염 문제로 몸살을 앓았다.
결국 환경정화작업을 거쳐 국방부 소유였던 부지는 2012년부터 1천억원이 넘는 매입비용을 들인 끝에 2016년 춘천시가 소유권을 넘겨받았다.
개발이 본격화될 것이라는 예상과 달리 60여 년 만에 돌아온 도심 알짜배기 부지는 지역사회에서 개발 여부를 두고 논란에 휩싸였다.
그 사이 춘천시는 부지에 어린이 놀이시설과 체육관 등 임시 시설물만 조성한 채 대부분 부지는 공터로 남겨 놓았다.
또 2020년 캠프페이지 개발을 위해 문화재 발굴 조사를 벌이는 과정에서도 기준치를 넘는 토양 오염이 또다시 확인, 정화작업과 함께 문화재 정밀 조사까지 거쳐 미세먼지 차단 숲 일부만 시작했을 뿐 사실상 개발은 '시계 제로' 상태다.
지난해에는 도청사 이전 부지가 캠프페이지로 결정됐다가 다시 원점에서 재검토돼 현재 '없던 일'이 됐다.
하지만 이번 국토부의 도시재생 혁신지구 국가시범지구 후보지에 선정됨에 따라 개발에 청사진이 켜졌다.
윤여준 도시건설국장은 "그동안 지지부진하며 표류하던 캠프페이지 활용방안에 대해 본격적인 해법을 찾아 도시 발전의 기폭제가 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공원 유지, 도시 성장 거점' 개발 본격화…2026년 착공 목표
춘천시는 시범지구 지정을 도시개발 기폭제로 삼는다는 방침이다.
혁신지구는 산업·상업·주거 등이 집적된 지역거점을 조성하는 지구 단위 개발 사업이다.
육동한 춘천시장이 생각하는 개발 방향은 캠프페이지가 미래 세대를 위한 현재 세대의 소중한 유산인 만큼 '시민공원 기본 형태는 유지하되 도시 성장을 위한 거점을 조성한다는 계획이다.
조성 방안은 K-콘텐츠를 대표하는 케이컬쳐(K-Culture) 연관 산업과 첨단산업 육성이 골자이다.
춘천시가 이처럼 혁신지구에 큰 기대감을 갖는 이유는 신속한 사업이 가능하다는 데 있다.
지구 지정 및 시행계획인가 관련 건축, 도시, 교통, 재해 심의 등이 총리 주재 도시재생특별위원회를 통한 통합심의가 가능해 신속하게 행정절차를 진행할 수 있다는 것이다.
또 혁신지구계획에 따라 자연녹지지역을 상업지역 및 준주거지역으로 용도지역 상향이 이루어져 더 높은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데다 국가 재정지원으로 안정된 사업추진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이번 사업 관련 생활 SOC 조성을 위한 국비는 최대 250억까지 지원되며, 전체 사업 규모는 2조원에 달할 전망이다.
사업에 필요한 자금은 국토부 산하 주택도시보증공사에서 운용하는 주택도시기금을 통해 총사업비의 70% 한도 내에서 안정적인 출자 및 융자가 가능, 금융 리스크를 최소화할 수 있다.
여기에 춘천이 가진 장점인 수도권과의 접근성 등을 앞세워 문화산업뿐 아니라 데이터와 바이오, 의료 등 첨단산업을 담을 공간도 마련하면 전반적인 고용 인원이 2만명 이상일 것으로 예측한다.
춘천시는 이 같은 청사진과 관련 올해 말까지 주민공청회 등 지역 의견 청취를 마무리하고 혁신지구계획(안)을 내년 상반기에 수립, 2026년 착공한다는 게 목표다.
하지만, 사업 추진과정에서 문화재 발굴에 대한 추가적인 조사는 걸림돌이 될 수 있다.
육동한 춘천시장은 "캠프페이지 개발은 첫 번째로 뚜렷한 방향을 정해 속도감 있게 추진하는 것"이라며 "공원의 기본골격은 유지하면서 첨단산업과 문화가 공존하는 공간, 즉 일과 거주, 즐길 거리를 한곳에서 누릴 수 있는 '직주락'(職住樂, Work·Live·Play) 공간 구성이라는 개발 원칙을 명확하게 실현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hak@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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