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범도함 명칭 검토” 운 띄운 이종섭…세계 해군史서 극히 드물어

김성훈 기자(kokkiri@mk.co.kr) 2023. 9. 4. 16:39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국회 예결위서도 홍범도 역사논쟁 지속
“필요하면 검토” 기존 입장서 더 나아가
이념 이유로 軍함정 개명사례 사실상 ‘0’
이종섭 국방부 장관이 4일 국회에서 열린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의원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종섭 국방부 장관은 4일 육군사관학교 내 홍범도 장군 흉상 이전을 둘러싼 사회적 갈등 속에서 해군의 1800t급 잠수함인 ‘홍범도함’ 명칭 변경 여부에 대한 검토 필요성을 제기했다. 그동안 국방부가 “필요하면 검토하겠다”는 입장을 유지했던 것에서 한 발 더 나아간 셈이다.

이날 이 장관은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 출석해 기동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관련 질문에 “국방부도 홍범도함 명칭에 대해서는 검토가 필요하지 않겠나 이렇게 보고 있다”고 답변했다. 이 장관은 “(한덕수) 총리님도 개인 입장이라는 전제 하에 바꿀 필요가 있다고 말씀하신 걸로 알고 있다”면서 앞서 홍범도함 명칭 변경 필요성을 거론했던 한 총리의 입장과 좀 더 보폭을 맞췄다.

이 장관은 “의견을 좀 더 들어보고, 해군의 입장도 들어보고 해서 필요하다면 바꾸는 방안도 검토하겠다”고 설명했다. 또 해군 함정 명칭 전수조사 결과 홍범도함을 제외하고는 역사적으로 논란이 될 수 있는 인물 이름이 붙은 함정이 없었다고 덧붙였다.

이 장관의 이러한 발언은 같은 날 전하규 국방부 대변인이 정례브리핑에서 같은 질문에 대해 “필요하면 검토한다고 지속적으로 말해왔다”고 대답한 것과 비교해도 결이 다르다.

이로 인해 홍 장군의 소련공산당 입당과 활동을 둘러싼 ‘역사 논쟁’의 불길이 육사와 국방부 영내의 흉상에 이어 바다 속 해군 잠수함에도 번지는 모양새가 됐다.

“흉상 이전과는 차원 달라” 신중론 상당해
해군 1800t급 잠수함 7번함인 홍범도함 항해 모습. [방위사업청]
다만 국방부가 실제로 홍범도함 명칭을 변경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된다. 홍 장군 흉상이 들어선 자리를 옮기는 것과 해군 함정 이름을 바꾸는 것은 전혀 차원이 다른 문제라는 이야기다.

무엇보다 한국은 물론 세계 각국의 해군 역사를 살펴봐도 이념 논란으로 역사적 인물의 이름을 단 해군 함정의 명칭을 바꾼 사례 자체를 찾기 어렵다. 과거 해군이 함정 이름을 바꾼 것은 익산함과 김화함 두 척뿐이다. 모두 해당 지역의 행정구역명이 변경된 것에 따른 후속조치였다. 해외에서는 옛소련 해체 이후 일부 순양함이 함명을 변경한 경우 등이 있었다.

군 당국이 세계 해군 역사에서 유례가 드문 결정을 내려 홍범도함의 명칭을 바꾸더라도 여전히 고민이 남는다. 해군이 주로 항일 독립 운동가들의 이름을 잠수함 명칭으로 사용하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또 다른 역사논란이 불거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Copyright © 매일경제 & mk.co.kr.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