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국 눈 부릅떠도…8월 시중은행 가계대출 증가
금감원, 주담대 급증한 은행권 현장점검 시작
지난달 시중은행 가계대출이 또 큰 폭으로 증가했다. 당국이 50년 만기 주택담보대출 제한 조치를 앞두고 있고, 주택 거래량도 늘어 주담대 수요가 늘어난 영향으로 풀이된다. 금융당국은 지난 5월 이후 늘어나는 가계부채를 관리하겠다고 나섰지만 증가 폭은 오히려 커졌다. 금융당국은 이날부터 KB국민은행 등 대형 시중은행과 인터넷전문은행에 가계대출 점검을 나갈 계획이다.
4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은행의 지난 8월 말 가계대출 잔액은 680조8120억원으로 7월 말(679조2208억원)보다 1조5912억원 늘었다. 지난 4월(680조7661억원→677조4691억원) 소폭 감소한 이후 5월(677조6122억원)부터 4개월 연속 증가세를 보이는 것이다.
특히 전세대출을 포함한 주담대 잔액이 크게 증가했다. 지난달 말 5대 은행의 주담대 잔액은 514조9997억원으로 전월 말(512조8875억원)보다 2조1122억원 증가했다. 주담대 증가액이 1개월 새 2조원을 넘긴 것은 작년 12월(2조3782억원) 후 8개월 만이다.
주담대 대출 잔액은 전 1금융권으로 범위를 넓혀봐도 꾸준히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전월 말 대비 지난 7월 말 주담대 잔액은 2금융권에서 4000억원 감소했으나 1금융권에서 6조원이 넘게 늘어 전 금융권에서 한 달 새 5조6000억원 증가했다.
한 은행권 관계자는 "최근 정부가 부동산 연착륙을 위해 부동산 대출 규제를 완화한 영향으로 주담대 수요가 연초 대비 대폭 증가했다"고 말했다. 반면 개인신용대출(108조4171억원)은 전달보다 2657억원 줄어들며 21개월째 감소세를 이어갔다.
주택시장 회복세가 주담대를 늘리는 데 한몫했다.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지난 6월 서울 아파트 매매 거래량은 전날 기준 3853건으로 2021년 8월(4065건) 이후 가장 많았다. 작년 10월 559건까지 떨어졌다가 꾸준히 증가하고 있는 것이다. 7월에도 이날 기준 3589건(집계중), 8월에는 2247건(집계중)이 거래된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한국은행은 부동산 규제 완화가 따른 주담대 증가가 가계부채 증가로 이어진다고 우려하고 있다. 한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은 지난 13일 기준금리 결정 당시 "최근 부동산 관련 규제 완화가 가계부채 증가세 확대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며 "금융 불균형 완화를 위해서는 적절한 정책 공조(policy mix)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창용 한은 총재 또한 지난 7월 통화 정책회의 후 기자간담회에서 "정부의 역전세 관련 제도(보증금 반환에 한해 DSR 규제 완화)는 분명히 가계부채를 늘리는 쪽으로 작용하는 것이 사실"이라며 "다만 미시적인 정책으로 자금시장에 물꼬를 터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금융당국은 50년 만기 주담대와 인터넷전문은행을 주담대 증가세를 원인으로 지목했다. 실제 5대 시중은행의 50년 만기 주담대 잔액의 경우 7월 말 8747억원에서 8월 말 4조2822억원 으로 3조원 넘게 불어났다. 이는 지난달 14일부터 50년 만기 주담대를 다루기 시작한 우리은행은 포함되지 않은 실적이다.
인터넷전문은행들의 주담대는 지난해 말 15조5928억원에서 올해 6월 말 21조220억원으로 6개월 새 5조원 넘게 늘었다. 이에 금감원은 이날부터 나흘간 국민은행과 카카오·케이뱅크를 대상으로 가계대출 취급실태를 현장 점검할 계획이다. 금감원이 인터넷전문은행에 가계대출 현장점검을 나가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은행들이 50년 만기 주담대를 내줄 때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을 제대로 산정했는지 확인하고 인터넷전문은행들의 주담대가 급증한 원인을 파악하기 위해 점검에 나선 것"이라며 "5대 시중은행과 카카오뱅크, 케이뱅크를 우선적으로 점검 후 나머지 9개 은행에 대해서도 추가 점검에 나설 계획"이라고 말했다.
유진아 (gnyu4@bizwatch.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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