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 세대를 위한, ‘프리 철수 리’[MK무비]

한현정 스타투데이 기자(kiki2022@mk.co.kr) 2023. 9. 4. 1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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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줄리·이성민 감독 “반드시 기록해야 할 역사...韓 개봉 영광”
랑코 야마다 “보편적 주제, 불공정 상황 속 개인에 대한 이야기”
‘프리 철수 리’ 스틸. 사진I커넥트픽쳐스
“나는 천사가 아니다, 그러나 악마도 아니다”

한국 이민사 중에서도 가장 센세이셔널한 것으로 손꼽히는, 50년 전 ‘이철수 사건’을 스크린에서 만난다.

‘프리 철수 리’(감독 하줄리 이성민)는 미국에서 2건의 살인으로 사형을 선고받았던 21살의 한인 이민자 이철수와 그를 구명하기 위해 인생을 걸었던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은 다큐멘터리 영화다.

한국 언론에 작품이 공개된 4일, 하줄리·이성민 두 감독을 비롯해 수킴 프로듀서 등 제작진은 이날 오후 롯데시네마 건대입구에서 열린 언론 시사회에도 참석했다. 랑코 야마다 여사도 함께 했다.

두 감독이 ‘프리 철수 리’와 함께 한국을 방문하는 건 지난해 부산국제영화제 다큐멘터리 쇼케이스 부문 공식 초청에 이어 두 번째다. 하줄리 감독은 미국 내 아시안아메리칸 출판 잡지 ‘코레암 저널’의 편집장 출신이며, 이성민 감독은 뉴욕타임스, 알자지라 등 세계적인 언론사의 영상을 제작한 바 있다.

‘프리 철수 리’ 스틸. 사진I커넥트픽쳐스
이성민 감독은 이날 “한국 관객들에게 소개할 수 있어서 영광”이라며 “학교나 공적인 자리에서 이철수 사건을 들은 적은 없었다. 이경원 기자를 통해 이 사건을 알게 됐다”고 말했다.

이어 “미국 사회 안에서 아시아계 이민자들의 이야기는 가치 있는 것으로 여겨지지는 않는다. 역사에 반드시 기록해야겠다고 생각했고, 딸과 같은 다음 세대들을 위해서 제작을 시작했다”며 “한국계, 일본계, 대만계가 모두 이철수의 구명 운동에 함께 한다. 그 당시에 70~80년대 이민자들은 서로 친밀하지 않았었다. 그런 차이점과 다른 배경에도 불구하고 공통의 목적을 위해서 싸운 것을 한국 관객들이 많이 봐주시면 좋겠다”고 진심을 전했다.

하줄리 감독도 “이 이야기를 한국에서 소개하게 돼 영광”이라며 “이철수의 모국인 한국에서 한국 관객들과 만나서 행복하다”고 기뻐했다.

이어 “이경원 기자는 나를 기자로 이끌어준 멘토다. 많이 들어서 이철수 사건에 대해서 많이 알고 있었다. 잡지 커버를 위해서 이철수 장례식에 참석한 적이 있었다. 기자로서 리포트를 하려고 갔지만, 무거운 중압감을 마주하게 됐다”면서 “애도의 감정을 장례식장에서 이야기하시는 것을 많이 들었다. 이경원 기자는 ‘왜 이야기가 잊혀지는가’에 대해 성토했다. 중요한 이야기가 역사의 뒤안길로 가지 않기를 원해서 이성민 감독과 제작하게 됐고, 책임이자 의무라고 생각했다”고 제작 이유를 밝혔다.

더불어 “어려웠던 부분 중 하나는 이철수 본인의 이야기를 만들고 싶었는데 (돌아가셔서) 인터뷰를 할 수 없다는 것이었다”며 “그가 남긴 편지나 작은 메모나 추도사, 이경원 기자와 전화 녹음본 등을 아무리 봐도 이철수라는 인물에 가까워졌는가를 생각했을 때, 만족스럽지 않은 느낌이었다. 어려운 부분들이 세바스찬 윤을 만나면서 모든 것이 해소가 됐다. 세바스찬 윤이 나온 다큐멘터리를 보고 이철수의 목소리가 될 수 있다는 생각에 연락을 드려 함께 하자고 제안했다”고 전했다.

이철수를 위해 변호사로 진로를 결정했던 랑코 야마다는 “‘결정적인 사건’이라는 단어가 있다. 법에 대해서 늘 관심은 있었지만, 친구인 이철수가 수감되었을 때 도와주는 사람이 없었다. 그게 내 인생의 전환점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이 영화는 보편적인 주제를 담고 있다. 불공정한 상황이 개인에게 무엇을 가져다주는지, 어떤 나라든 잘못된 상황 안에서 한 인간이 이것을 바로잡을지에 관한 이야기”라고 소개했다.

김수현 프로듀서도 “이 영화를 처음 만들었을 때의 목표가 한국에서의 개봉이었다”면서 “재미교포 출신의 프로듀서를 찾고 있단 말에 중간에 합류했다. 우리 가족이 이 이야기를 기억하고 있었다. 어머니에게 여쭤봤을 때, 알고 있는 이야기라고도 하시더라. 아마도 이민자로 사는 어머니의 삶이 쉽지만은 않았겠다고 생각하고 합류하게 됐다”고 애정을 보였다.

더불어 “‘아메리칸 드림’을 찾을 것이라는 기대가 컸다. 이민해 온 많은 사람은 비슷한 일을 겪었음에도 본국에 알리지 못했다. 한국 관객들이 많이 알아주고 이해해주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영화는 앞서 선댄스영화제, 부산국제영화제 등 다수 영화제에 공식 초청되며 뛰어난 완성도를 인정받았으며, 2023 미국 텔레비전 비평가협회상(Television Critics Association Awards) 최우수뉴스정보상(Outstanding Achievement In News And Information) 부문 후보로 깜짝 노미네이트 되기도 했다.

‘프리 철수 리’ 포스터. 사진I커넥트픽쳐스
탕! 탕! 탕! 1973년 6월 3일, 미국 샌프란시스코 차이나타운 거리 한복판에서 중국인 갱단이 총격을 받고 사망한다. 5일 후, 한 동양인 청년이 살인 용의자로 긴급 체포된다. 이름 ‘철수 리’, 21살의 한인 이민자였다. 동양인 외모를 구별 못하는 백인 목격자들의 증언으로 종신형을 선고받은 이철수는 곧장 캘리포니아에서 가장 폭력적인 교도소에 수감된다.

그대로 묻힐 뻔했던 사건은 한 기자의 심층 보도로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른다. 한인 최초의 미국 주류 신문사 기자였던 이경원은 차이나타운 취재 중 우연히 이철수 사건을 접하고, 엉터리 재판 과정을 폭로한다.

이철수의 억울한 사연이 알려지며 한인 이민 사회와 종교계가 들끓고, 재심을 요구하는 구명 운동이 시작된다. 이는 단순히 한 인간의 억울함을 풀어주려는 노력이 아닌, 타국에서 차별받는 동양인을 위한 지켜내기 위한 표징, 그 자체였다.

그렇게 ‘프리 철수 리’ 운동이 아시안아메리칸 사회를 뒤흔들며 빠르게 번져가던 중, 교도소 안 이철수는 갱의 공격으로부터 자신을 지키려다 진짜 살인을 저지르게 된다. 반전에 반전을 거듭한 10년의 재판, 그리고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던 이철수 삶의 반전을 그린다.

하줄리 이성민 감독이 이 사건을 처음 접했을 때, 그 중요성에도 불구하고 공식적인 기록이 거의 남아있지 않아 더 늦기 전에 사건의 전모를 기록하려던 게 영화의 첫 시작이었다.

그만큼 ‘프리 철수 리’는 집요하리만치 치밀한 아카이빙이 돋보인다. 저널리스트 출신답게 두 감독은 사건 당시의 신문이나 방송 자료는 물론 관계자가 개인적으로 보관하고 있던 사진이나 문서도 샅샅이 수집해서 인터뷰와 함께 감각적인 영상으로 담아냈다.

한편, 이씨의 사건 이후 캘리포니아주에서는 ‘이민자 학생들이 100명이 넘는 공립 학교에서는 의무적으로 이중 언어 교사를 채용해야 한다’는 조례가 제정됐다.

또한 이씨는 청소년들을 상대로 범죄 예방 활동을 하는 등 선도에 나섰다. 자신의 사건을 보도한 이 기자와는 절친한 관계를 유지한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건강이 악화해 2014년 샌프란시스코의 한 병원 응급실에서 향년 62세에 혈관폐색으로 세상을 떠났다.

오는 10월 18일 개봉. 12세 이상 관람가. 러닝타임 8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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