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딩크족’ 수락해 결혼하니 출산 강요하는 남편 “더 나이 들기 전에 자식 봐야지”

변호사 “출산 관련해 ‘설득’의 말만 지속했다면 이혼 시 위자료 청구 어려워”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 사진. 게티이미지뱅크 제공

 
‘딩크족’ 조건으로 결혼을 수락한 여성이 결혼 뒤 자녀를 강요하는 남편에 이혼을 결심했다.

지난달 28일 YTN라디오 ‘조인섭 변호사의 상담소’는 맞벌이 하면서 자녀를 갖지 않는 ‘딩크(DINK·Double Income No Kids)족’ 조건으로 결혼을 한 여성 A씨의 사연을 전했다.

A씨는 “행복하지 않은 어린 시절을 보내 부모가 되지 않기로 결심을 굳힌 상태였고 연애 시절에도 이 같은 의사는 정확히 밝혔으며 남편이 이를 받아들여 결혼했다”고 말했다.

문제가 생긴 건 결혼 3년 차에 접어들었을 무렵이라고 한다.

그는 “남편이 갑자기 출산 이야기를 꺼내며 ‘더 나이 들기 전에 자식은 봐야 하지 않겠냐’며 설득했다. 여러 번 대화했지만 전혀 말이 통하지 않았고, 절대 양보할 뜻은 없어 보여 결국 이혼소송을 하게 됐는데 위자료 청구가 가능하냐”고 질문했다.

또 “이혼 과정에서 남편한테 대출금 2억원이 있다는 걸 알게 됐다”면서 “아이를 낳을 계획이 없었기에 그간 자신의 급여는 각자 알아서 관리해 서로 얼마 버는지 잘 몰랐고, 심지어 남편이 빚을 졌다는 것도 전혀 몰랐다”고 설명했다.

그런데 “남편은 결혼 기간 중에 빌린 2억원의 대출금은 ‘부부 공동재산’에 포함하므로 저도 갚아야 한다고 하더라”며 조언을 구했다.

답변에 나선 이경하 변호사는 “남편이 자녀 계획 생각을 바꾼 데 대한 위자료 청구는 어려울 것 같다”며 “남편이 A씨에게 임신, 출산을 일방적으로 강요하면서 폭언, 폭행을 하거나 심히 부당한 대우로 여길 만한 행동을 했다면 위자료 청구가 가능하다”고 답변했다.

이어 “예를 들어 남편이 ‘애를 낳고 싶지 않다니 넌 제정신이 아니다. 정상이 아니다. 너 같은 여자랑은 살 수 없다’ 등의 폭언을 지속적했다면 위자료 청구가 가능하지만, 지속적으로 아이를 낳자고 ‘설득’했다는 것만으로는 위자료 청구가 어렵다는 뜻이다”라고 부연했다.

A씨 남편 빚에 대해서는 “부부 공동재산의 형성‧유지에 수반하여 부담한 채무가 아니라면 분할대상 재산이 되지 않는다”고 선을 그었다.

특히 “A씨의 경우 급여는 각자 관리했고 공동생활비는 같은 비율로 부담했다”며 “남편이 부담한 월 100만원의 생활비 3년치를 계산하더라도 3600만원에 그치기 때문에, 빚 2억원 전체를 부부 공동재산의 형성‧유지에 수반한 채무로 보기 힘들다”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청약, 보험료, 월세 등 부부 공동생활비가 매월 200만원 정도 지출된 내역을 제출해 입증하면 되고 남편의 예금 거래 내역에 대한 조회 신청을 한 뒤 남편이 어디에 2억원을 소비했는지 파악해 두는 것도 좋다”고 조언했다.

다만 “혼인 기간 중 배우자와 함께 지낼 아파트 마련을 위한 전세대출 등은 그 빚도 부부 공동재산에 기여했기 때문에 분할대상 재산이 된다. 그렇지만 부부 중 한쪽의 채무를 분할대상 재산으로 보긴 어렵다”고 덧붙였다.

정경인 온라인 뉴스 기자 jinorij@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