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뷔 전부터 뜨는 K팝 대형 신인들…‘중소돌’ 빈익빈 우려도
4일 오후 3시 서울 용산구 이태원 블루스퀘어 마스터카드홀. 외신을 포함한 국내외 취재진 150여명이 열띤 취재 경쟁을 펼치고 있었다. 스포트라이트의 주인공은 이날 데뷔하는 7인조 보이그룹 라이즈. 에스엠(SM)엔터테인먼트가 엔시티(NCT) 이후 무려 7년 만에 선보이는 보이그룹이라 데뷔 전부터 크게 주목받아왔다. 가수 윤상의 아들 이찬영이 ‘앤톤’이란 이름으로 합류했다는 점도 큰 관심을 끌었다. 높은 관심도를 반영하듯 앨범 선주문 수량만 벌써 103만장(3일 기준)을 돌파했다.
라이즈는 이날 오후 6시 데뷔 싱글 ‘겟 어 기타’를 발표한다. 앞서 뮤직비디오를 선공개한 ‘메모리즈’와 타이틀곡 ‘겟 어 기타’ 두 곡을 담았다. ‘겟 어 기타’는 레트로한 신시사이저와 펑키한 기타 리듬이 인상적인 곡이다. 기타 소리에 맞춰 한곳에 모인 멤버들이 음악을 통해 서로 이해하고 공감하며 하나의 팀이 돼가는 과정을 노랫말에 담았다.
요즘 케이(K)팝 바닥에 초대형 신인들이 잇따라 등장하고 있다. 대형 기획사의 신인과 인기 오디션 프로그램 출신 그룹이 데뷔 전부터 거센 바람을 일으키며 대중음악계를 뒤흔들고 있다.
라이즈가 데뷔하는 날, 하이브 산하 레이블 코즈엔터테인먼트의 신인 보이그룹 보이넥스트도어도 컴백한다. 지난 5월 데뷔한 지 석달여 만이다. 이날 오후 6시 첫 미니앨범 ‘와이’를 발표하는데, 코즈의 수장 지코가 프로듀싱을 맡았다. 호사가들은 에스엠과 하이브의 막내 그룹이 같은 날 앨범을 낸다는 점에 주목하며 대결 구도를 부추기기도 한다.
이달 안에 또 다른 거물급 신인도 출사표를 던진다. 와이지(YG)엔터테인먼트의 신인 걸그룹 베이비몬스터다. 와이지가 블랙핑크 이후 7년 만에 내놓는 걸그룹인 만큼 전세계 케이팝 팬들이 주목하고 있다. 베이비몬스터는 한국(아현, 하람, 로라), 타이(파리타, 치키타), 일본(루카, 아사) 등 다국적 멤버로 구성됐다. 이들은 선배 걸그룹인 투애니원·블랙핑크 계보를 이어 와이지 특유의 강렬한 힙합 기반 노래를 내세울 것으로 보인다.
인기 오디션 프로그램을 통해 결성된 그룹들도 속속 데뷔하고 있다. 오디션 프로그램으로 이미 팬덤을 형성했기에 데뷔 즉시 막강한 영향력을 발휘한다. 지난 4월 종영한 오디션 프로그램 ‘보이즈 플래닛’(엠넷)을 통해 결성된 9인조 보이그룹 제로베이스원이 대표적이다. 이들이 지난 7월10일 발표한 첫 미니앨범 ‘유스 인 더 셰이드’는 첫주에만 182만장이 팔리는 진기록을 세웠다.
문화방송(MBC) 오디션 프로그램 ‘소년판타지-방과후 설렘 시즌2’를 통해 탄생한 보이그룹 판타지 보이즈도 오는 21일 데뷔 앨범 ‘뉴 투모로우’를 발표한다. 애초 12인조로 결성됐으나 오디션에서 우승한 유준원이 전속 계약 분쟁으로 이탈하면서 11인조 데뷔가 확정됐다.
하이브가 내놓는 차세대 걸그룹 아일릿의 데뷔 멤버도 정해졌다. 지난 1일 생방송으로 진행된 오디션 프로그램 ‘알유넥스트?’(JTBC) 최종회에서 윤아·민주·모카·영서·원희·이로하가 아일릿 여섯 멤버로 확정되는 모습이 방송됐다. ‘알유넥스트?’는 엔하이픈을 탄생시킨 하이브 산하 레이블 빌리프랩이 신인 걸그룹 멤버들을 뽑는 프로그램이다.
대형 기획사 신인들이 탄탄한 노하우와 막강한 자금력을 등에 업고 처음부터 승승장구하는 흐름 속에서 중소 기획사 신인은 상대적으로 소외되는 양극화에 대한 우려도 제기된다. 케이팝에도 부익부 빈익빈 현상이 심화되고 있다는 것이다. 써클차트에서 집계한 올해 상반기 국내 판매량 상위 100위 앨범 가운데 하이브 소속 가수 앨범 판매량 점유율이 절반에 가까운 46.2%를 차지한 것은 이런 분위기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하이브의 뉴진스가 최근 발매한 미니 2집 ‘겟 업’은 첫주 판매량 165만장을 기록하며 1년 전 데뷔 앨범(첫주 판매량 31만장)에 견줘 5배 넘는 급성장을 이뤘다. 반면 비슷한 시기 데뷔한 중소 기획사 걸그룹 하이키와 아일리원의 첫주 판매량은 아직 1만장을 넘기지 못하는 수준이다. 걸그룹 피프티 피프티가 ‘큐피드’로 글로벌 바람을 일으키며 ‘중소돌의 기적’이란 희망을 불러왔지만, 소속사 어트랙트와의 전속 계약 분쟁으로 발이 묶이면서 절망으로 변했다.
이런 가운데 중소 기획사도 오디션 프로그램 등을 통해 부활의 날갯짓을 하려는 사례가 늘고 있다. 어트랙트는 내년 데뷔를 목표로 한 새 걸그룹 프로젝트를 가동한다고 4일 밝혔다. 전홍준 어트랙트 대표는 “새 걸그룹 멤버 전원은 오디션 프로그램을 통해 발탁할 예정이며 모든 과정을 대중에게 공개하겠다”고 말했다. ‘건물 사이에 피어난 장미’로 음원 차트를 역주행하며 화제를 모았던 하이키의 휘서는 지난달 종영한 오디션 프로그램 ‘퀸덤퍼즐’(엠넷)에 도전했다. 그 결과 오는 14일 데뷔하는 프로젝트 그룹 엘즈업 최종 멤버에 들어갔다.
서정민 기자 westmi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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