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MCM, 잉카 일로리의 의자로 전달한 '지속가능성'
[스포츠한국 임현지 기자] 등받이가 의자 위와 아래에 모두 달려있는 의자가 있다. 좌석부분에는 강렬한 핑크색의 MCM 원단이 씌워져 있다. 의자를 디자인한 작가 '잉카 일로리'가 어린시절 아버지로부터 받았던 지지와 응원, 사랑을 통해 느낀 자신감을 투영돼있다.
일반적인 의자와 달리 다리가 여러 개 달린 또 다른 의자는 가족에서 남성들에게 부여되는 기대와 책임감을 표현했다. 다리는 각각 조부모와 형제자매, 사촌 등으로 이어지는 유산 속 맡은 역할을 나타낸다. 좌석부터 다리까지 MCM의 대표 색상인 갈색의 코냑 원단이 재활용됐다.
MCM이 4일 서울 청담동에 위치한 MCM하우스(HAUS)에서 세계적인 디자이너 잉카 일로리와 함께한 'MCM X 잉카 일로리(Yinka Ilori)' 전시 기자간담회를 열었다. 이번 전시에서는 나이지리아계 영국인으로서의 잉카 일로의 삶을 투영한 의자 작품이 전시됐으며, '지속가능한(Sustainability) 패션'에 대한 MCM의 비전이 소개됐다.
잉카 일로리의 시선으로 재해석한 의자 컬렉션
전시 주제는 '공감과 상생'으로, 매장 1층과 3층 두 곳에 오는 10월22일까지 운영된다. 1층에 마련된 첫 번째 섹션 'THERE IS GOOD IN ALL OF US'는 MCM의 '업사이클 프로젝트'와 연계된 공간이다. 런던에서 수집한 버려진 의자들이 MCM의 비세토스 패턴을 입고 재탄생한 모습을 볼 수 있다. 일로리가 이번 전시를 위해 특별히 제작한 의자 컬렉션이다.
해당 컬렉션에는 만화경이 설치돼 있다. 이를 통해 겉으로 드러나지 않은 다채로운 무늬와 색상을 볼 수 있다. 이는 아름다움을 발견하는 방법에 대해 이야기한다. 각자 가진 진정한 아름다움을 발견하기 위해서는 충분한 시간과 관심이 필요하며 그 아름다움은 표면적인 판단 너머에 존재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3층에 마련된 두 번째 섹션 'LOOKING AT ME'는 작가가 2014년부터 2022년까지 제작한 작품 컬렉션을 볼 수 있다. 서로 대화하는 듯한 구도로 배치된 10개의 작품들은 작가의 경험과 기억을 바탕으로 문화, 가족, 유산이라는 공동의 주제를 담았다.
그중 초기작인 의자 6점은 나이지리아계 영국인 일로리가 가진 두 문화 사이의 계급, 신앙 등에 대한 작가의 고찰을 반영하고 있다. 4개의 신작에는 아프리카 전통적인 미학과 현대적 디자인을 결합하려는 작가의 시도가 담겨 있다.
왜 의자일까. 잉카 일로리는 "18살때부터 의자를 수집했다"며 "사람들이 삶에서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는 공간인 만큼 의자를 물건이야말로 삶을 잘 표현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고 답했다.
전시 주제인 공감과 상생에 대해서는 "부모님은 런던에 이민 온 후 자리를 잡는 과정에서 많은 기쁨과 긍정적인 에너지를 보여줬다"며 "공동체 안에서 사랑을 표현하고 마음을 나누고, 서로를 돌보는 부분에 있어서 영향을 주셨다"고 설명했다.
MCM "지속가능성, 패션 브랜드 이상의 가치"
이번 잉카 일로리와의 협업은 지난 컬렉션 소재를 재활용해 새 제품으로 탄생시키는 'MCM 업사이클 프로젝트'의 일환이다.
회사는 지난 2019년 친환경 소재 언더웨어를 시작으로 친환경 스니커즈 및 의류를 출시하고 있다. 2021년에는 프랑스 아티스트 아카 보쿠와 협업한 리미티드 에디션을 공개하기도 했다. 이번 의자 작품 역시 MCM 원단이 재활용됐다.
MCM의 글로벌 브랜드 전략을 담당하고 있는 사빈 브루너 GBCO는 "브랜드의 지속가능성을 위해 상품을 만들 때 유기농 소재 등 인증된 친환경 소재를 사용하려고 노력하고 있다"며 "자재뿐만 아니라 이를 수출입하는 운송에도 비행기가 아닌 배를 활용하려고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레더의 경우 공정에서 많은 물이 소비되는 측면이 있어 친환경적이라고 말하기 어려울때도 있다"며 "그러나 지속가능성있는 자재를 선별하는 데 있어 가장 최고의 선택이 될 수 있도록 신중하게 검증하고 접근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MCM은 1976년 독일에서 탄생했으며, 2005년 국내 기업 성주그룹이 인수하면서 현재는 한국 기업이 보유한 글로벌 브랜드로 알려져 있다. 코로나19 이후 보복소비 트렌드로 명품에 대한 수요가 급증했으나, 준명품(Masstige)에 대한 수요는 상대적으로 줄어들어 MCM의 실적은 주춤한 상태다.
이에 MCM은 브랜드를 디지털 중심의 럭셔리 브랜드로 리포지셔닝하기 위해 액세서리, 레디투웨어 및 라이프스타일로 사업 영역을 확장한다는 방침을 내놨다. 이를 위해 티나 루츠 글로벌 크리에이티브 리더(CR)와 케이티 정 크리에이티브 디렉터(CD)로 구성된 새로운 혁신 팀 'T&K Duo'를 꾸렸다.
두 디자이너는 지난 6월 진행된 '2024 밀라노 남성 패션위크'에서 2024 봄·여름(S/S) 컬렉션을 통해 MCM의 '비세토스 모노그램'을 현대적인 버전으로 선보였다. 이때 선보인 액세서리 제품들은 친환경 비건 가죽 등 기존 관습을 뛰어넘는 소재를 활용해 주목을 받았다.
MCM은 오는 2024년 가을·겨울(F/W) 시즌에서도 친환경 캔버스 제품과 비건 가족을 사용한 컬렉션을 준비하며 지속가능성에 힘을 실을 계획이다. 국내에서는 MCM하우스를 중점으로 전시회 등을 진행하고, 여행객이 다시 늘어남에 따라 국내 백화점과 면세점으로 네트워크도 확장한다는 방침이다.
사빈 브루너 MCM GCBO는 "과거 세대가 올드한 명품을 좋아했다면 최근 세대는 새로운 의미의 명품을 찾기 시작했다"며 "가치 있는 것과 새로운 이야기, 색다른 가격대를 원하는 MZ세대와 디지털 노마드를 위한 브랜드로 이미 선두 자리를 지키고 있는 MCM은 앞으로 더욱 새로운 것을 만들려고 한다"고 말했다.
스포츠한국 임현지 기자 limhj@hankook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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