젤렌스키, 국방장관 전격 교체…새 수장엔 '반러 저항' 민족 출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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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국방장관을 전격 교체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레즈니코우 장관은 550일 이상 (러시아와) 전면 전쟁을 치렀다"며 "나는 국방부가 군대 및 사회 전체에 대해 새로운 접근방식, 다른 형식의 상호 작용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해임 배경을 설명했다.
러시아와 장기 대치중인 전쟁 국면과 사회 분위기를 환기시키기 위해 국방장관을 교체하기로 했다는 게 젤렌스키 대통령의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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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질적 부패' 전쟁 이후에도 지속…민심 악화 등 영향
후임자로 반러 저항민족 ‘크림 타타르인’ 출신 내정
"전쟁 1년 6개월 만에 최대 규모 국방체제 개편"
[이데일리 방성훈 기자]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국방장관을 전격 교체했다. 러시아와의 전쟁, 그것도 ‘대반격’이 한창 진행되는 도중에 국방장관을 교체한 것이어서 전 세계 이목이 쏠리고 있다.
젤렌스키, 우크라 국방장관 전격 교체…“부패 혐의”
3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 등에 따르면 젤렌스키 대통령은 이날 밤 화상 연설에서 “올렉시 레즈니코우 현 국방장관을 교체하기로 결정했다”면서 후임 국방장관으로 루스템 우메로우 국유재산기금 대표를 지명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레즈니코우 장관은 550일 이상 (러시아와) 전면 전쟁을 치렀다”며 “나는 국방부가 군대 및 사회 전체에 대해 새로운 접근방식, 다른 형식의 상호 작용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해임 배경을 설명했다.
러시아와 장기 대치중인 전쟁 국면과 사회 분위기를 환기시키기 위해 국방장관을 교체하기로 했다는 게 젤렌스키 대통령의 설명이다. 하지만 이는 국방부가 연루된 다양한 부패 스캔들과 무관하지 않다는 분석이다. WSJ 등은 레즈니코우 장관이 지난해 2월 러시아 침공 이후 서방 국가들을 직접 방문하며 군사적·인도적 지원을 끌어오는 데에 크게 기여했지만, 올해 1월 우크라이나 국방부가 식량을 부풀려진 가격에 구매했다는 의혹이 불거지면서 지속적으로 사퇴 압박을 받아왔다고 전했다.
레즈니코우 장관뿐 아니다. 우크라이나는 전쟁 이전부터 부패 문제가 국가의 고질적인 병폐로 지목돼 왔다. 부패감시 단체 국제투명성기구(TI)에 따르면 2021년 우크라이나의 ‘부패인식지수’는 전 세계 180개국 가운데 120위를 기록했다. 유럽에선 러시아에 다음으로 부패 문제가 심각하다는 평가다.
러시아와 전쟁을 치르고 있는 상황에서도 구호물자 배분, 징병·조달 문제 등과 관련해 각종 비리 사건이 터졌다. 이에 젤렌스키 대통령은 전시에 부패를 저지르는 경우 국가반역죄로 다스리는 법안을 마련하겠다며 ‘부패와의 전쟁’을 선포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앞서 지난 1월에도 국방부 차관, 검찰 부총장 등 10여명을 교체하는 개각을 단행하며 부패 척결 의지를 드러낸 바 있다. 당시 해임된 인사들은 전쟁 초기 혼란을 틈타 군수자금 등과 관련해 비리를 저지른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선 대반격이 성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뉴욕타임스(NYT)는 전쟁이 장기화하면서 새로운 리더십이 필요하다는 대중의 인식, 레즈니코우 본인의 사임 요청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라고 설명했다. 이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최대 규모의 군사 지도부 개편”이라며 러시아와 전면전을 치른지 1년 6개월 만에 국방 체제를 다시 짜기 위한 틀을 다졌다고 평가했다.
후임자로 반러 저항민족 ‘크림 타타르인’ 출신 내정
신임 국방장관으로 지명된 우메로프 내정자는 야당인 홀로스(목소리)당 소속 전직 의원으로, 외신들은 그가 우크라이나에선 보기 힘든 크림 타타르인 출신이라는 점에 주목했다. 크림 타타르인은 크림반도에서 러시아를 상대로 저항운동을 펼쳐온 튀르키예계 소수 민족으로 대부분이 수니파 무슬림이다. 크림 타타르인이 우크라이나 장관직에 오른 건 이번이 처음이다.
우메로프 내정자는 지난해 9월부터 우크라이나 국유재산기금을 이끌고 있으며 대통령 특사로도 활동하고 있다. 지난해 흑해곡물협정을 비롯한 민감한 협상에서 우크라이나를 대표하는 중책을 맡아 왔다. 이에 국방장관 교체를 위한 의회 인준 절차 등이 남아 있지만, 무난하게 과반 이상의 지지를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로이터통신은 우메로프 내정자에 대해 부패 스캔들에 휘말린 국유재산기금을 잘 이끌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고 전했다. 젤렌스키 대통령도 “추가설명이 필요하지 않은 인물”이라며 신뢰를 표명했다.
방성훈 (bang@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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