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험학습·추모집회 나선 학부모들 “우리도 함께 합니다”
‘공교육 멈춤의 날’을 맞은 4일 오전 11시, 서울 여의도 국회박물관 1층에 자녀와 학부모 40여명이 줄지어 있었다. 검은색 상·하의를 맞춰 입은 사람들이 눈에 띄었다. 교사들이 연가·조퇴 등으로 단체행동에 나서자 자녀를 학교에 보내는 대신 체험학습 등의 활동을 통해 지지를 보낸 학부모와 아이들이었다.
박물관에 온 학부모들은 ‘교권 붕괴’는 교육환경의 구조적 문제라고 했다. 서울 성동구에서 초등 4·6학년 자녀와 이곳을 찾은 정모씨(41)는 “아침에 서이초에 들러 추모를 했다. 교권 하락은 구조적 문제인데 선생님들에게만 책임을 강요하는 느낌이 들어 답답했다”며 “교권도 인권에 포함되는데 인권이 법으로 보호되고 있다는 걸 자녀에게 알려주고 싶었다. 오후에는 인권위원회에 가볼 예정”이라고 했다. 그는 “아이가 선생님과 함께 학습하고 성장하는 법을 배우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고 했다.
경기 파주에서 초등학생 남매와 함께 온 임모씨(44)는 “친한 친구 가족이 초등학교 교사인데 정신과에 다니려고 휴직했다고 들었다. 가족 중에도 초등 교사가 있는데 뉴스를 보면 남 일 같지 않았다”면서 “아이에게 누구에게든 ‘갑질’을 하면 안 된다고 강조했다. 서이초에 들렀다 오후에 열리는 서초구 교사 49재 집회에도 참석하려 한다”고 했다.
서울 종로구에서 어머니와 함께 온 이모군(11)은 “학교에서 선생님들이 아주 힘들 수 있다는 걸 알았고 친구들이랑 선생님이 힘들지 않기 위해 어떻게 하면 좋을지 생각했다”고 했다.
일부 학부모들은 자녀와 함께 이날 열린 서초구 초등학교 교사의 49재 추모 집회에 참여했다. 초등학교 3·5학년 자녀와 집회를 찾은 최윤정씨(48)는 “교육부에서 선생님들의 집회 참가를 막아 나오기 어려운 분들이 있다고 들었다”며 “그런 분들을 대신해 자리를 지켜주고 싶어 나왔다”고 했다.
최씨는 “우리 학교에서도 뉴스에 나오는 것처럼 선생님이 아동학대로 신고당하는 일이 있었다. 제도적으로 선생님 손발을 묶다 보니 점점 선생님이 아이를 혼내지 못하는 교실 문화가 되고 있다”고 했다.
서울 종로구의 고궁박물관도 자녀와 함께 온 학부모들로 북적였다. 평일 항상 여유분이 있던 음성설명기도 이날은 오전 중 동났다. 경기 화성에서 초등학교 5학년 아들과 이곳을 찾은 박이슬씨(37)는 “집회에 참여하는 선생님들이 조금이라도 부담을 덜었으면 하는 심정으로 체험학습을 신청했다”며 “과거보다 선생님들이 교실에서 많이 위축된 것 같다고 느꼈다. 선생님들이 몸을 사리게 되는 것 같아 안타깝다”고 했다.
경기 성남에서 초등학교 3학년 자녀와 박물관을 찾은 이성로씨(40)는 “학교에서 독서활동 등을 한다고 하는데 모처럼 회사가 쉬는 날이라 자녀와 좋은 추억을 쌓을 겸 해서 나왔다”며 “오늘을 계기로 일부 학부모에 의해 교육환경이 좌지우지되지 않도록 정부가 제도를 제대로 정비해줬으면 좋겠다”고 했다.
일부 학부모들은 지역 커뮤니티에서 운영하는 프로그램에 참여하기도 했다. 초등학교 2학년 자녀와 서울 성동구 금호글로벌체험센터에서 열린 특강을 들은 최이정씨(42)는 “교권 추락의 부작용을 결국 아이들이 받게 된다는 생각에 체험학습을 냈다. 학부모들도 선생님을 지지하고 동참한다는 걸 알려드리고 싶다”며 “정부는 말로는 공교육 정상화를 외치지만 예산을 삭감하고, 집회를 하면 징계를 내리겠다는 게 정말 정상화를 위한 것인지 의문”이라고 했다.
야외활동 대신 실내에서 공교육 멈춤의 날에 동참하는 이들도 있었다. 이날 온라인 학부모 커뮤니티에선 ‘공교육 멈춤의 날에 아이와 읽으면 좋은 책’을 추천하는 게시글이 올라왔다. 글 작성자는 “체험학습 신청 여부를 떠나서 선생님들의 교권과 안전한 학습권을 생각하는 같은 마음으로 하루를 보내면 좋겠다”고 했다. 직장 등 이유로 체험학습 신청하지 않은 학부모들도 “아이에게 사안 설명하고 교육 동참하기 위해서 독서 활동 함께 하겠다”며 호응했다.
김세훈 기자 ksh3712@kyunghyang.com, 김송이 기자 songyi@kyunghyang.com, 강은 기자 eeu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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