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은 거대한 정신병동 ... 돈이 아닌 관계에서 행복 찾을 줄 알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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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과 물질을 숭배하는 풍조가 만연한 한국 사회에서 서울 강남은 명실상부 '욕망 1번지'다.
그가 보는 강남 그리고 한국 사회는 언제 무너져도 이상하지 않은 위태로운 상태다.
"만난 환자의 99.9%는 '사람을 믿지 않는다'고 해요. 강남처럼 돈이 중심인 사회에서는 관계를 형성하며 관계에서 행복을 찾기보다 각자도생으로 삶을 지탱하려 합니다. 다른 사람을 만나면서 따뜻한 유대감을 느끼는 게 인간의 본능입니다. 성장하면서 공동체 감각을 키워야 하는 이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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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과 물질을 숭배하는 풍조가 만연한 한국 사회에서 서울 강남은 명실상부 '욕망 1번지'다. 거리에는 집 한 채 값에 달하는 외제차가 즐비하고, 자정이 넘어서도 휘황찬란한 클럽과 유흥주점의 네온사인이 불을 밝힌다. 대치동 학원가에는 '내 새끼는 명문대에 가야 한다'는 부모들의 맹목적인 신념으로 지친 아이들이 '학원 순례길'을 걷는다.
이런 강남에 김정일(65)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는 1995년 의원을 열었다. 그 후 수많은 환자를 만난 그에게 어느 날 유흥업소에 종사하는 이가 찾아왔다. "강남은 거대한 정신병동이에요." 환자의 이 한마디에 그는 대한민국 최고 부자와 명망가, 연예인들이 모이는 이 지역이 얼마나 병들었는지 써야겠다고 다짐한다. 그가 7일 발간될 에세이 '강남은 거대한 정신병동이다(지식공작소 발행)'를 쓰게 된 배경이다.
김 전문의는 강남 소재 의원에서 만난 환자들의 우울증, 불안, 자살, 마약, 성 중독 등에 대한 상담 사례와 사회에 대한 단상을 책에 녹였다. 환자의 동의를 받은 내용을 바탕으로 일부 픽션을 가미했다.
"강남은 화려한 면이 많죠. 그간 많은 부자들을 봤지만, 부자들이 남아도는 시간과 돈으로 오히려 자기 인생을 망치는 데 쓰는 걸 많이 봤어요." 그는 4일 서울 종로구에서 열린 출간 기자간담회에서 단호하게 말했다.
그가 보는 강남 그리고 한국 사회는 언제 무너져도 이상하지 않은 위태로운 상태다. 최근 개봉한 영화 '콘크리트 유토피아'처럼 아파트 한 채만 남고 무너지는 거대 재난 상황에서도 자기만 살겠다고 주변과 벽을 치고 다른 사람을 죽이는 상황이 바로 현재 한국 사회라는 설명이다.
그런 그는 경기 분당 서현역과 서울 신림동에서 발생한 흉기 난동 이상범죄의 원인을 "원시 본능"에서 찾았다.
그는 "인간의 유전자(DNA)는 95%가 '원시'고 5%가 '문명'"이라며 "원시시대 맘모스(매머드)를 사냥하기 위해 인간들이 협업했다면 문명이 발달하면서 이제는 그러지 않아도 되면서 몸과 마음이 퇴화하게 됐다"고 했다. 바깥으로 나가야 타인이 위험하지 않다는 것을 확인하는데 방에 혼자 머물며 은둔형 외톨이의 삶이 길어지면서 바깥세상을 위협으로 받아들인다는 것이다. '만인의 만인에 대한 투쟁이 되어버린 세상에서 '선공격'을 날리지 않으면 내가 피해를 본다고 생각'하는 게 흉기 난동 범죄자들의 심리라는 게 그의 분석. 그가 5년 전 은둔형 외톨이 전문 클리닉을 오픈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하지만, 그는 사람으로 인한 문제의 해법도 '사람'에서 찾는다. "만난 환자의 99.9%는 '사람을 믿지 않는다'고 해요. 강남처럼 돈이 중심인 사회에서는 관계를 형성하며 관계에서 행복을 찾기보다 각자도생으로 삶을 지탱하려 합니다. 다른 사람을 만나면서 따뜻한 유대감을 느끼는 게 인간의 본능입니다. 성장하면서 공동체 감각을 키워야 하는 이유죠."
이혜미 기자 herstory@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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