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말 살린 체험실…가족 방문객 친근감 ‘두배’

한겨레 2023. 9. 4. 1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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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쉬운 우리말 쓰기]어린이체험관 속 우리말 7
우리말로 바꾸니 이해 빨라져
국립국어원이 공모 통해 선정
업사이클링은 우리말로 ‘새활용’
팩토리의 순화어는 ‘공방, 공장’
QR코드, 어플, 다운 등은 순화어를 함께 알아두면 그 뜻을 더욱 명확히 알 수 있다.

지난 7월28일 경기 성남시 분당구에 있는 한국잡월드 ‘어린이체험관’을 찾았다. 어린이체험관은 5살(48개월 이상)부터 초등학교 4학년을 위한 직업 체험 놀이공간이다. 아이들이 관심을 보일 만한 분야를 중심으로 체험실 42개가 있고 이곳에서 54개의 직업 체험이 가능하다. 4시간 동안 원하는 체험실을 찾아다니며 다양한 직업을 체험할 수 있다.

각 체험실은 6가지(현실·탐구·예술·사회·진취·관습형) 유형으로 구성됐다. 기자나 아나운서, 기상해설자(캐스터) 등에 흥미를 보인다면 발표하기 좋아하는 진취형으로 나뉘고 의사나 로봇기술자, 무인기(드론)개발자 등에 관심이 있다면 호기심이 많은 탐구형으로 분류할 수 있다.

무엇보다 피자가게, 미용실, 꽃집, 소방서, 은행 등 어린이들이 주변에서 쉽게 만날 수 있는 공간뿐만 아니라 우주센터, 애니메이션 스튜디오, 방송사, 미래과학센터 등 영상 매체 등을 통해 간접적으로 접할 수 있는 곳들도 함께 꾸려져 있어 아이들의 흥미를 끈다.

이날 오후 2시30분 2부 체험 시간이 시작되자 한 무리의 아이들이 탄성을 내지르며 저마다 미래의 나를 만나 볼 수 있는 체험실을 향해 뛰어갔다. 자신이 원하는 체험실을 선택해 놀이를 하듯 꿈을 그려 본다는 것만으로도 아이들은 신나고 설레 보였다. 가장 먼저 만나는 ‘공룡캠프’부터 ‘야구경기장’까지 다채롭게 펼쳐지는 직업 체험의 매력에 아이들은 행복한 모습이었다.

우리말의 아름다움을 살린 체험실도 곳곳에서 볼 수 있다.

QR코드는 정보무늬, 다운로드는 내려받기

어린이체험관에 들어서자 ‘어린이 메타버스 오픈’이라고 쓰인 전광판을 내건 모형버스가 기자를 맞았다. 버스 앞으로 다가가니 ‘QR코드로 어플 다운 후 메타버스에서 온라인 직업체험 즐겨보시고 여러분의 소중한 의견을 올려주세요!’라는 문구가 보였다. 엄마와 함께 이곳을 찾은 한 아이에게 다가가 메타버스가 뭔지 아느냐고 묻자 “게임과 비슷하다고만 알지 정확히 무슨 뜻인지는 모르겠다”라는 답변이 돌아왔다.

메타버스는 가상·초월을 의미하는 메타(Meta)와 현실 세계를 의미하는 유니버스(Universe)의 합성어로 가상과 현실이 어우러진 디지털 세계, 초월 세계를 말한다. 우리말로 바꾸면 ‘확장 가상 세계’ ‘가상 융합 세계’다. QR코드는 격자무늬 그림으로 많은 정보를 나타내는 2차원 바코드를 이르는 말인데 2011년 국립국어원은 ‘모두가 함께하는 우리말 다듬기’ 누리집(홈페이지)에서 QR코드의 다듬은 말로 가장 많은 지지를 얻은 ‘정보무늬’를 결정했다. 둘 다 우리말로 바꾸니 이해의 속도가 빨라진다.

또한 국립국어원은 애플리케이션(애플/앱)은 ‘응용’으로, 다운로드는 ‘내려받기’로 순화할 수 있다고 밝혔다. QR코드, 어플, 다운 등은 스마트폰과 인터넷 생활에 익숙한 사람들이 이미 편하게 사용하는 말이지만 순화어를 함께 알아두면 그 뜻을 더욱 명확히 알 수 있다.

각각의 체험코스는 실제 체험교육과 직업에 대한 이해를 돕는 시청각 교육으로 진행된다. 소방관 체험에 참가한 아이들은 소방호스로 물을 뿌리며 화재진압을 했고, 해양구조사 체험에 나선 아이들은 구명조끼를 입고 구조활동에 나서느라 진땀을 흘렸다. ‘야구경기장’에서 투수가 돼 공을 던지고 ‘업사이클링 팩토리’에서 버려진 CD(Compact Disc·콤팩트 디스크)로 팽이를 만드는 등 다양한 직업 체험의 매력에 모두가 행복한 모습이었다.

업사이클링은 버려지는 제품에 가치를 더해 새로운 제품으로 재탄생시키는 것으로 우리말로 ‘새활용’이라고 한다. 국립국어원이 국민 공모를 통해 접수된 267건의 제안 중 의미 적합성 등을 고려해 선정한, 일반 시민 손에서 탄생한 말이다. 또한 서울시는 국어바르게쓰기위원회 선정 행정용어 순화어에서 팩토리의 순화어로 ‘공방, 공장’을 제시했다. 따라서 업사이클링 팩토리는 ‘새활용 공방(공장)’으로 풀어 쓸 수 있겠다.

체험관에서는 ‘늘품신문’ ‘늘품TV’ ‘늘품버스’란 단어를 만날 수 있다. 늘품은 앞으로 좋게 발전할 품질이나 품성을 뜻하는 순우리말이다.

‘늘품TV’ 등 아름다운 우리말에 눈길

‘슈즈아틀리에’와 ‘AR신발패턴실’에서는 신발 디자이너가 돼 나만의 신발을 직접 디자인해보고 다양한 색을 조합해 신발을 만들 수 있다. 슈즈아틀리에서 아틀리에는 화가나 조각가가 그림을 그리거나 조각하는 따위의 일을 하는 방으로 ‘작업실’이나 ‘제작실’로, AR는 현실이 아닌데도 실제처럼 생각하고 보이게 하는 현실을 뜻하는 말로 ‘증강현실’이라고 다듬어 쓸 수 있다.

물론 우리말의 아름다움을 살린 체험실도 곳곳에서 볼 수 있다. 체험관을 걷다 보면 ‘늘품신문’ ‘늘품TV’ ‘늘품버스’ 등 늘품이란 단어가 들어간 체험실을 만날 수 있다. 여기에서 늘품은 앞으로 좋게 발전할 품질이나 품성을 뜻하는 순우리말로 몇 년 전 한국잡월드가 누리소통망(SNS)에 올린 늘품버스를 알아맞히는 문제에 ‘우리말 참 예쁘다’ ‘아이들과 어울린다’ ‘어감도 좋고 뜻도 좋다’는 댓글이 줄을 이었다.

초등생 두 자녀와 함께 이곳을 찾은 김윤석씨는 “늘품버스 등 우리말 이름이 슈즈아틀리에와 같은 외국어보다 친근하게 느껴진다”며 “아이들이 우리말에 조금 더 친숙하게 다가갈 수 있도록 영어식 시설물 이름을 우리말로 바꾸는 것도 좋을 것 같다”라고 말했다.

직업체험관은 자신의 꿈과 미래를 미리 그려 볼 수 있는 곳으로 아이들에게 무척이나 소중한 곳이다. 그만큼 더 많은 어린이가 다양한 직업을 잘 이해하고 미래를 현명하게 가꿔 나갈 수 있도록 길잡이가 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글·사진 나윤정 객원기자

감수: 김형주 상명대 국어문화원 교수

공동기획: 한겨레신문사 (사)국어문화원연합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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