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생망’이라고? 걱정 마, 인생은 놀이 종합세트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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격투기는 과격하다.
"약속된 시간과 장소 안에서 이뤄진다. 서로 합의한 규칙에 따라, 각자가 맡은 역할을 한다." 역사학자 요한 호이징아가 말하는 놀이의 특징이다.
그렇다 해서 인생이라는 놀이 전체에서 지지는 않았다.
놀이에서 졌다고 인생이 망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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격투기는 과격하다. 서로를 격하게 때리지만 경기를 뜯어말리지는 않는다. ‘게임’이라는 사실을 선수도, 관중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시합이 끝나면 싸우던 두 사람은 상대에게 예의 바른 모습을 갖출 테다. 반면, 길거리 싸움은 다르다. 드잡이 정도로 다툰다 해도, 빨리 말려야 한다. 이는 ‘폭력 행위’인 탓이다. 격투기와 길거리 싸움은 어떻게 다를까?
“약속된 시간과 장소 안에서 이뤄진다. 서로 합의한 규칙에 따라, 각자가 맡은 역할을 한다.” 역사학자 요한 호이징아가 말하는 놀이의 특징이다. 격투기는 정해진 시간과 장소 안에서, 동의한 규칙에 따라 선수로서 다툰다는 점에서 길거리 싸움과 다르다. 사실, 인간 사회 안에서 이뤄지는 모든 활동은 놀이여야 한다. 전쟁을 예로 들어보자. 전투는 민간인 피해가 최대한 없을 장소와 시간에, 교전 규칙에 따라 전투원끼리 이뤄져야 한다. 이를 따르지 않는 공격은 테러이거나 국가 폭력일 뿐이다.
입시 경쟁도 다르지 않다. 학교 교육 과정이라는 범위와 평가 시간 안에서, 정해진 절차에 따라 수험생 스스로 노력해야 한다. 이를 어긴다면 부정행위로 처벌받는다. 기업의 경쟁, 재판정에서 벌어지는 논리 싸움도 마찬가지다. 사회 안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은 놀이의 특징을 갖춰야 한다. 그렇지 않을 때 인간 문명은 약육강식의 야만 상태로 떨어져 버리고 만다. 그래서 호이징아는 인류를 놀이하는 사람, ‘호모 루덴스(homo ludens)’라고 부른다. 이는 인간 문화의 고갱이가 놀이에 있음을 잘 짚어준다.
“이생망(이번 생은 망했어)”을 읊조리는 젊은이들이 적지 않다. 그럴수록 학생들은 사람다운 삶은 곧 놀이임을 깨달아야 한다. 삶은 작은 게임들이 모인 ‘놀이 종합 세트’와 같다. 이 가운데 ‘성적 경쟁’이라는 경기에서 질 수도 있다. 그렇다 해서 인생이라는 놀이 전체에서 지지는 않았다. 삶에는 친구 사귀기, 연애, 가족 보듬기, 재산 모으기, 환경 가꾸기 등등 숱하게 많은 게임이 있다. 놀이에서 졌다고 인생이 망하지 않는다. 그냥 몇 판에서 승리를 놓쳤을 뿐이다. 또한, 몇 개 게임에서 이겼다고 거들먹거릴 일도 아니다. 삶에는 내가 풀어가기에는 능력치가 부족한 놀이도 셀 수 없이 많은 까닭이다.
물론, 경기에서 이기려면 최선을 다해야 한다. 나아가, 모두가 열심히 뛰어들수록 게임이 재밌어진다. 입시도, 회사들의 경쟁도, 치열할수록 흥미롭고 의미도 깊다. 그래도 승부가 가려지면 웃으며 상대의 등을 두드려줄 수 있어야 한다. 삶을 놀이로 여긴다면 멋진 스포츠맨십이 세상 곳곳에서 피어날 테다.
하지만 과연 우리 아이들은 놀이를 충분히 익히고 있을까? 쉬는 시간의 학교는 놀이의 시공간으로 바뀐다. 하지만 지금 적지 않은 학교의 교실은 시선을 스마트폰에 내리꽂은 친구들로 가득하다. 시끌벅적한 웃음 가득한 쉬는 시간이 절실하게 아쉬운 이유다.
안광복 | 중동고 철학교사·인문철학재단 타우마제인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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