佛 독자적 외교관계, 무기 판매 활용… 제3국가서 ‘러브콜’ [뉴스 인사이드-방산 수출 강국 프랑스]
대표주자 라팔전투기 ‘100% 佛 기술’
美 영향력 떠나 첨단무기 운영 매력
금융지원·무기 패키지 판매도 ‘톡톡’
‘집토끼’ 관리로 부가가치 극대화도
K방산 핵심장비·기술 국산화 박차
지속 공급 가능한 ‘단골’ 확보가 중요
우크라戰 무기력… 러산 무기 성능 의심
‘러 기술 기반· 저비용’ 중국산 대안 주목
‘독립적인 대외 정책과 강한 프랑스의 위상 확보.’ 냉전 시절부터 오랜 기간 유지된 프랑스의 정책이다. 독자적인 외교안보 노선을 내세우며 자국의 영향력을 확대한 프랑스는 국방과학 분야에서도 독자적인 무기 개발을 추구했다. 프랑스가 자체 개발한 무기들은 미국이나 소련(현 러시아)에 의존하지 않으려는 비동맹 국가들 사이에 주목을 받으며 상업적 성공을 거뒀다. 이는 프랑스 방위산업이 세계 무기시장에서 미국, 러시아와 어깨를 나란히 하는 데 도움이 됐다.
프랑스의 방산 수출 정책과 성과는 우리 ‘K방산’에도 적지 않은 교훈을 준다. 한국은 북한과의 대결 구도 속에서 무기 성능을 높이고자 연구·개발(R&D)에 지속적으로 투자한 결과 해외시장에서 주목받는 무기를 개발했다. 최근에는 폴란드에 K2 전차와 K9 자주포, 천무 다연장로켓, FA-50 전투기 등을 대량으로 판매하는 성과를 올렸다. 하지만 세계 무기시장에서 한국은 여전히 후발주자다. 글로벌 시장에서 K방산의 영향력을 높이고 방위산업의 부가가치를 극대화하기 위해서는 현재의 성과가 일회성 ‘대박’으로 그치지 않게 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중장기적 관점에서 방위산업과 수출 진흥 전략을 추진해야 한다고 방산업계 관계자들은 조언한다. 우선 미국의 수출 승인 여부에 따른 정치적 제약에서 벗어나기 위해 핵심 장비와 기술의 국산화를 서둘러야 한다는 주장이다. 그렇지 않으면 선발주자들의 ‘사다리 걷어차기’ 시도를 막을 수 없다는 것이다. 위키리크스가 폭로한 미 외교문서에 따르면 미국은 2008년 노르웨이의 전투기 도입 사업에서 미국산 F-35 전투기와 경합한 스웨덴 사브의 그리펜을 밀어내고자 사브 측이 그리펜 탑재용으로 요청한 미국산 다기능위상배열(AESA) 레이더 판매 승인을 고의로 지연시켰던 것으로 드러났다. 결국 노르웨이는 F-35 도입을 결정했다. 한국도 KF-21과 K2 등 첨단무기 판매 과정에서 엔진, 레이더 등 핵심 구성품 공급을 해외에 의존한다면 해당 장비 제작국의 승인 여부에 따라 수출이 영향받을 수 있다.
2022년부터 지속된 우크라이나 전쟁은 글로벌 무기 시장에서 러시아의 입지를 크게 약화시켰다.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무기력함을 드러낸 러시아군의 모습이 생중계되며 러시아는 군사강국의 위상에 큰 상처를 입었다. 러시아산 무기의 성능과 생산 능력에 대한 의심도 커졌다. 러시아군이 전쟁을 치르며 상실한 막대한 양의 군사장비를 서둘러 충당하려면 수출 물량을 줄일 수밖에 없다. 싱가포르 ISEAS-유소프 이샥 연구소의 이안 스토리 연구원은 뉴욕타임스(NYT)와의 인터뷰에서 “러시아가 주요 무기 수출국으로서 위상을 회복하기 어려울 것”이라며 “장기적으로 그럴 뿐 아니라 아예 못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러시아를 지지하는 모습을 보이기를 꺼리는 국제사회 분위기도 러시아산 무기 수출을 위축시키는 요인이다.
러시아산 무기를 사용한 국가들은 딜레마에 빠질 수밖에 없다. 전력 공백을 메우려면 다른 나라에서 무기를 사와야 하지만, 무기 운용체계가 러시아 시스템 위주로 구성돼 호환성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 재정적 부담 증가도 변수다.
이런 상황에서 중국이 대안으로 주목받고 있다. 중국이 개발한 첨단무기 중에는 러시아 기술에 기반을 둔 것이 적지 않다. 특히 지대공미사일 체계는 러시아산 S-300 지대공미사일보다 우수하면서도 가격은 비싸지 않다. 서방 측이 패트리엇 등 요격 무기 판매를 꺼리는 국가에는 좋은 대안이 될 수 있다. 실제로 동유럽의 세르비아는 러시아와 가까우면서도 지난해 중국에서 HQ-22 지대공미사일을 도입했다. HQ-22는 S-300과 유사한 무기인데 가격은 더 저렴한 것으로 알려졌다. 아프리카의 적도기니는 중국에서 호위함을 구입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며, 태국은 상륙함을 도입할 예정이다.
우크라이나 전쟁을 계기로 주목받는 무인공격기는 중국이 경쟁력을 자랑하는 분야다. 비용이 저렴하면서도 운용에 필요한 기술 수준은 높지 않아 개발도상국도 충분히 운용할 수 있다. 중국산 윙룽 무인공격기의 경우 미국산 무기를 대량 구매하는 사우디아라비아, 러시아산 무기 사용국인 우즈베키스탄 그리고 에티오피아 등에 수출됐다. 현대전에서 무인기가 지속적으로 위력을 발휘하는 가운데 무인공격기는 앞으로 중국산 무기 판매를 주도하는 장비로 자리 잡을 전망이다.
박수찬 기자 psc@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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