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디자인서 청소·세탁까지 … 모든 서비스는 '크몽'에서"
영상·마케팅·프로그래밍·통역 등
16개부문 프리랜서 30만명 활약
기업 프로젝트별로 전문가 매칭
삼성·SK 등 제휴社 2천곳 넘어
전세계서 급성장 '긱 이코노미'
2027년 시장규모 1151조원 전망
'2억2000만원.'
프리랜서 마켓 플랫폼 크몽에서 정규직으로 일하는 개발자 A씨가 지난 4년간 '부업'을 통해 벌어들인 수입이다. 한 해 평균 5000만원을 웃돈다. 웬만한 대기업 신입사원 초봉 이상이다. 퇴근 후 1~2시간, 주말 3~4시간을 투자한 것을 감안하면 '가성비 높은 알바'다. A씨는 크몽에서 전문가로 활동하는 'N잡러'(직업이 여러 개인 사람)다. 크몽에 셀러(Seller)로 등록한 뒤 기업과 개인사업자를 위해 온라인 광고 지원 시스템을 구축해주고 있다. 흥미로운 사실은 일터인 크몽에서 A씨를 비롯한 직원에게 부업 활동을 적극 장려하고 있다는 점이다. 프리랜서 마켓을 선도하는 사업자답게 노동 방식에 대한 사고가 개방적이고 유연하다.
1일 서울 서초구 소재 크몽 본사에서 만난 김태헌 대표는 "노동의 미래는 '긱 이코노미(Gig economy)' 방향으로 흘러갈 것"이라며 "이 같은 흐름은 돌이킬 수 없는 노동 시장의 트렌드"라고 설명했다.
긱 이코노미는 기업에서 발생하는 업무 수요에 따라 계약직·프리랜서 형태로 인력을 초단기 고용하는 경제 현상을 의미한다. 김 대표는 "'장기 계약, 고정적인 월급, 사무실 근무'가 주요 특징인 전통적 노동 시장에서 '원하는 곳에서, 원하는 방식으로, 원하는 만큼' 근무하는 '일하는 방식의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디지털 업무 환경 발달, MZ세대 부상, 팬데믹이 앞당긴 원격근무 등이 긱 이코노미로의 변화를 촉진하고 있다"며 "크몽은 장기적 노동 시장 트렌드를 읽으면서 '일하는 방식'에 혁신을 불어넣는 것을 미션으로 삼는다"고 설명했다.
크몽은 2012년 6월 창업자 박현호 대표가 설립한 프리랜서 인력 공급 플랫폼이다. 보스턴컨설팅 출신인 김 대표는 2018년 크몽에 합류했다. 그는 기획, 재무, 인사 등 회사의 굵직한 관리 영역에서 의사결정을 주도해오다 지난 6월 말 대표직에 올라 크몽을 이끌고 있다. 크몽은 16개 부문, 700여 개 카테고리에서 40만개 이상의 프리랜서 인력 공급 서비스를 제공 중이다. 디자인, 정보기술(IT)·프로그래밍, 영상·사진·음향, 마케팅, 번역·통역은 물론 생활 서비스인 세탁·청소까지 다양한 분야에서 프리랜서 전문가를 매칭해주는 것이 특징이다. 현재 크몽에서 활동 중인 프리랜서는 30만명, 서비스 이용 누적 회원은 300만명에 달한다. 양질의 서비스가 입소문을 타자 매칭 성사에 따른 결제 건수도 빠르게 늘어나는 추세다. 서비스 결제 건수는 2020년 140만건에서 지난해 290만건을 넘어섰고, 올해는 9월 1일 기준으로 400만건을 돌파했다. 크몽이 자체 조사한 고객 만족도는 98.6%에 달한다.
크몽의 경쟁력은 '서비스 제품화'(SaaP·Service as a Product)라는 독특한 사업 모델에서 나온다. SaaP는 무형의 전문성을 표준화해 거래 가능한 제품으로 만드는 것을 의미한다. 이를 위해 크몽은 가격, 작업일, 수정 횟수, 평가 등 정보를 이용자가 일목요연하게 확인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했다. 김 대표는 "과거에는 용역 서비스의 가격과 품질을 확인하기 힘들었지만 우리는 SaaP를 통해 용역 서비스가 제값을 받을 수 있도록 시장의 틀을 마련했다"고 강조했다. 그동안 축적한 양질의 거래 데이터와 노하우도 크몽의 강점이다.
김 대표는 "400만건이 넘는 거래 데이터가 검색·매칭 알고리즘에 녹아 있고, 거래가 더해질수록 기능이 정교하게 향상되고 있다"며 "에스크로 기능까지 갖춰 거래의 안정성도 높였다"고 말했다.
크몽의 사업 목표는 '휴먼 클라우드(Human Cloud)'로 압축된다. 마치 클라우드 서비스처럼 전문 용역이 필요할 때 관련 서비스를 실시간 제공하겠다는 의미다. 김 대표는 "'물건은 쿠팡에서, 식품은 컬리에서, 서비스는 크몽에서'라고 팀원들과 자주 이야기를 나눈다"며 "모든 용역 서비스를 크몽에서 거래하는 세상을 만드는 데 역량을 쏟고 있다"고 전했다.
이를 위해 크몽은 사업 외연을 빠르게 넓혀나가고 있다. 이질적인 사업 영역에 진출하는 것이 아니라 프리랜서 마켓 사업을 중심으로 시너지 효과를 거둘 수 있는 전문 분야로 뻗어나가는 전략이다. 크몽 엔터프라이즈, 알바 매칭 서비스 쑨(soon), 크몽 프리랜서클럽, 크몽 전자책·VOD 등은 크몽이 2019년 이후 선보인 대표 신사업이다. 크몽 엔터프라이즈는 기업을 대상으로 전문가와 프리랜서 풀을 제공하는 서비스다. 중대형 프로젝트 수요가 있는 기업이 활발하게 이용 중이다.
크몽 엔터프라이즈는 삼성전자, SK, LG, 엔씨소프트, 에듀윌 등 다양한 고객사를 두고 있는데 현재까지 제휴 기업만 2000곳이 넘는다. 예컨대 사내 IT 인프라 구축을 원하는 기업이 서비스를 의뢰하면 크몽 소속 전담 매니저가 전문가 탐색부터 결제까지 원스톱 지원에 나선다. 지난 4월 KB금융지주와도 '디지털 전문인력 확보를 위한 업무협약(MOU)'을 맺었는데 현재까지 KB금융지주가 추진한 프로젝트에 크몽이 추천한 전문가가 30명 이상 투입됐다. 엔터프라이즈 서비스는 지난해 대비 계약 건수가 2배 이상 늘어날 정도로 기업 고객 사이에서 인기가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프로젝트를 빨리 실행해야 하는데 계약직을 채용하기에는 부담스럽고, 전문 인력을 찾아 나서는 것도 비용 문제와 연결되기 때문에 차라리 프로젝트별로 전문 프리랜서를 공급해주는 서비스로 눈을 돌리는 기업이 늘고 있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크몽은 프리랜서 마켓을 보다 세분화하고, 각 사업 영역에서 독보적 경쟁력을 갖추는 일에 속도를 내고 있다. 김 대표는 "엔터프라이즈를 통해 기업 고객 대상 프리미엄 서비스를 제공하는 동시에 다양한 노하우가 담긴 전자책 서비스로 일반 고객을 끌어당기는 사업 모델 확장을 꾀하고 있다"며 "나아가 프리랜서를 꿈꾸는 모든 이를 위한 성장 커뮤니티인 '프리랜서클럽'을 통해 발전적인 프리랜서 생태계 조성에 앞장서고 있다"고 말했다. 미국 마켓워치에 따르면 전 세계 긱 이코노미 시장 규모는 2021년 3550억달러(약 468조원)에서 2027년 8730억달러(약 1151조원)로 매년 16.18%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김대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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