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의 터’ 조형물 철거 계획에 “임옥상 개인작품 아냐” 반대 목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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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역시 임옥상 지우기에 참여했다."
최 전 위원장은 2016년 3월 서울 중구 남산에 있는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추모 공간인 '기억의 터'에 세울 조형물을 임옥상(73)씨한테 의뢰할 때 깊이 관여했다.
그런 최 전 위원장이 이날 새벽 기억의 터에서 서울시가 조형물을 철거하려는 시도에 반발하며 포크레인을 가로막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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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역시 임옥상 지우기에 참여했다.”
최영희(73) 전 기억의 터 조성 추진위원장은 4일 한겨레에 이렇게 말했다. 최 전 위원장은 2016년 3월 서울 중구 남산에 있는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추모 공간인 ‘기억의 터’에 세울 조형물을 임옥상(73)씨한테 의뢰할 때 깊이 관여했다. 그러나 지난달 임씨가 성추행 혐의로 1심 재판부에서 유죄를 선고받으면서, 최 전 위원장은 크게 분노했다. 사건이 터지자마자 서울시에 연락해 기억의 터에 설치된 키오스크와 누리집에서 임씨의 이름을 지우자고 한 것도 그다.
그런 최 전 위원장이 이날 새벽 기억의 터에서 서울시가 조형물을 철거하려는 시도에 반발하며 포크레인을 가로막았다. 전 기억의 터 조성 추진위와 정의기억연대 등은 이날 새벽 6시부터 기억의 터를 평화를 상징하는 보라색 천으로 둘러싸고 작품 철거를 막았고, 서울시는 철거에 실패했다. 최 전 위원장은 “서울시가 충분히 의견을 듣겠다고 했지만 그렇지 않고 협의 도중 갑자기 철거하겠다고 나온 것”이라며 “오세훈 시장이 지금이라도 철거 계획을 철회해야 한다”고 말했다.
자칫 성범죄자의 작품을 비호한다는 비판을 받을 수 있음에도 최 전 위원장은 조형물이 ‘임옥상만의 작품이 아니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피해자들의 의사가 반영된 ‘집단 창작물’이라는 것이다. 조형물 제작에는 수많은 기억의 터 추진위원들과 여성작가들이 참여했고, 시민 1만9755명도 모금에 동참했다.
조형물 중 하나인 ‘세상의 배꼽’에는 여성작가 윤석남씨의 그림과 함께 ‘기억하지 않는 역사는 되풀이된다’는 문구가 새겨져 있다. ‘대지의 눈’에는 위안부 피해자 김순덕 할머니의 요청에 따라 위안부 증언록 5권에서 발췌한 247명의 피해자 명단과 증언들이 기록돼 있다. 위안부 피해자 김순덕 할머니의 작품인 ‘끌려가는 소녀’도 함께 새겨져 있다.
최 전 위원장은 “여기 새겨진 한 글자도 포기할 수 없다”고 했다. 지난 2016년 기억의 터 제막식에 온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은 조형물을 보며 ‘돌에 새겨서 안심이다. 대대손손 이것을 보면서 우리를 잊지 않을 것’이라 말했다고 한다. 그는 “그 광경을 생각하면 이걸 이렇게 부술 수는 없다”고 했다.
서울시는 작품 철거 후 대체 조형물을 다시 만들겠다고 밝혔지만, 최 전 위원장은 “말뿐이고 보장된 것은 아무것도 없다”며 우려한다. 철거 현장에 모여든 극우 유튜버들이 이런 심증을 더 굳히게 한다. 이들은 이날도 ‘위안부’ 피해자들을 모욕하는 발언들을 쏟아냈다. 최 전 위원장은 “저런 사람들이 ‘왜 우리 세금으로 저런 걸 만드느냐’ 난리 치면 공사를 할 수 있겠냐”며 “그 핑계로 안 할 것이 불 보듯 뻔하다”고 말했다.
심우삼 기자 wu32@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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