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日⋅英, 이달부터 코로나19 백신 맞는데…한국, 이제야 XBB 허가 절차 착수

김명지 기자 2023. 9. 4. 15: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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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이자 모더나 XBB백신 서류 식약처 접수
질병청, 지난주 식약처에 긴급사용허가 요청
“화이자, 모더나, 7월 말 사전검토 민원 신청”
“코로나 신형 백신 확보전에서 뒤처지면 안돼”
올해 5월 코로나19 고위험군 사전예약과 당일 접종이 시작된 15일 서울 종로구보건소에 관련 안내문이 붙어 있다./뉴스1

미국과 일본이 이달 중순부터 코로나19 오미크론 변이 세부 계통 ‘XBB’를 겨냥한 신형 백신 접종에 들어간다. 정부는 XBB 겨냥한 신형 백신을 올겨울 백신 접종에 활용하겠다고 일찌감치 알렸지만, 실제 접종은 오는 10월 중순에야 가능할 것으로 보여 늑장 대응이란 지적이 예상된다.

정부는 8월 말까지 코로나19 유행을 겪은 만큼 접종 시기를 9월로 앞당기는 것은 적절치 않다는 입장이지만 XBB 신형 백신에 대한 허가 절차가 지연되면서 백신 접종 시기도 늦어진 것 아니냐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된 해석이다. 이에 따라 코로나19 백신을 맞은 지 6개월이 넘은 취약층인 고령층의 감염이 우려된다.

4일 제약업계와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미국의 화이자는 식품의약품안전처에 ‘XBB’ 겨냥 신형 백신에 대한 긴급 사용 승인 관련 서류를 접수했다. 이는 질병청이 지난주 식약처에 긴급사용승인을 요청한 데 따른 것이다. 질병청은 식약처 허가 절차가 마무리되는 대로, 65세 이상 고위험군을 시작으로 접종을 시작할 계획이다.

질병청 관계자는 “9월 말에 구체적인 백신 접종 계획을 공표할 계획”이라며 “10월 중순에 고령층부터 접종을 시작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신형 백신은 현재 증가하는 ‘EG.5′(일명 ‘에리스’) 등 XBB의 하위 변이에 대해서도 중증화 및 사망 예방 효과가 확인된 만큼 질병청은 적극 접종을 권고할 계획이다.

지난 9월 자카르타에서 열린 아세안 정상회의를 앞두고 2023년 아세안 비즈니스 및 투자 서밋에서 아세안 원샷 캠페인의 레거시 리드 마이클 람판길레이(오른쪽 2번째)가 코로나19 투영 이미지 앞에서 연설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질병청이 지난주 신형 백신에 대한 허가 신청에 돌입한 것을 두고, 선진국과 비교해 한발 늦은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코로나19 변이가 올여름부터 기승부리면서 미국 영국 일본 등이 동절기 백신 접종 일정을 9월로 앞당기고 있기 때문이다.

전 세계적으로 동절기 백신은 매년 10월에 시작하지만, 미국 식품의약국(FDA)은 타임라인을 앞당겨 이달 중순 XBB 겨냥 신형 백신 출시를 예고했다. 일본 후생성도 지난 9일 동절기 백신으로 XBB 백신을 쓴다고 밝히면서 오는 20일부터 접종을 시작한다고 알렸다. 영국은 기존에 허가 받은 오미크론 개량 백신으로 이달 11일 접종을 시작해서 내달 XBB 접종에 들어갈 예정이다.

업계 관계자는 “화이자 모더나는 XBB 겨냥 신형 백신에 대한 해외 인허가 관련 서류를 갖추고 있었는데, 유독 한국에서만 다른 나라에서 신형 백신이 허가를 받아야 신청을 받을 수 있다고 접수를 미뤘다”고 말했다.

한국에서 코로나19 백신은 긴급 사용 승인 절차를 통해 접종할 수 있다. 감염병 당국인 질병청이 ‘이 백신이 감염병 대응에 필요하다’고 식약처에 요청하면, 식약처가 검토를 거쳐서 백신을 승인하는 구조다. 그런데 국내법에 따르면, 식약처는 외국에서 허가에 준하는 조치를 받은 경우에만 질병청으로부터 긴급 사용 승인 신청을 받는다.

식약처 관계자는 “화이자와 모더나가 지난 7월 말 식약처에 사전검토 민원 신청을 제출했고, 내부 검토 중에 있었다”며 “식약처는 질병청의 긴급사용승인 신청에 따라 현재 검토를 진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질병청이 식약처에 신형 백신에 대한 긴급 사용 승인을 신청하면, 빠르게 대응할 수 있도록 관련 자료를 미리 보고 있었단 뜻이다.

다만 신형 백신 접종 시기를 이달로 앞당기는 것이 ‘정답’은 아니라는 주장도 있다. 질병청 관계자는 “한국은 8월 초에 코로나19 유행이 정점을 찍고 내려왔다”며 “백신 접종 후 3개월 이후에 최상의 감염 예방 효과를 기대한다면 10월 중순 접종 일정이 맞다”고 설명했다.

코로나19가 6개월의 유행 주기를 보인다고 생각하면, 다음 유행은 내년 1월 말~2월이 될 것이고, 이를 역산하면 9월보다는 10월 말이 효과적인 접종 시기라는 것이다. 질병청 관계자는 “행정적으로도 인플루엔자(독감) 백신과 코로나19 백신을 한꺼번에 맞는 것이 편의성을 높이는 데 좋다고 전문가들도 의견을 냈다”라고도 설명했다. 매년 어르신 독감 예방 백신은 10월 19일 시작하는 것을 감안해 코로나19 백신 접종 시기도 결정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정부의 행정편의적 사고로 인해 코로나19에 취약한 고령층이 10월~11월 한 달 동안 코로나 변이에 무방비 상태에 놓일 것이라는 수요자들의 지적도 있다. 한 백신 업계 관계자는 “코로나19 백신을 구하려고 전 세계 정부가 물밑 전을 벌였던 지난 2021년과는 다르겠지만, 올겨울 XBB 변이가 크게 유행할 경우 한국이 유행의 온상이 될 수도 있다”며 “다른 나라와 비교해 한국이 신형 백신 확보에서 뒤처지지 않도록 식약처가 빠른 검토를 거쳐 최대한 빨리 승인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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