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훈 前수사단장 보직해임 집행정지 첫 심리···추석 전 결과 나올 듯
재판부, 양측에 증거 제출 요구
채 모 상병 순직 사건을 수사하다가 상부에 항명해 보직 해임된 박정훈 전 해병대 수사단장의 ‘보직 해임 처분 집행정지 신청’ 첫 심리가 4일 수원지법에서 진행됐다.
수원지법 행정3부(엄상문 부장판사) 심리로 진행된 이날 첫 기일에는 원고 측으로 박 전 수사단장과 그의 법률대리인 김정민 변호사가, 피고 측으로 해병대사령부 측 변호인 등이 참석했다. 심리는 1시간 20분 가량 진행됐다.
재판부는 양측에 국방부의 채 상병 사건 이첩 보류 지시가 구체적으로 언제 있었는지 등을 묻고 이달 15일까지 각각의 주장 정리와 관련 증거를 제출하라고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 전 단장 측은 당시 채 상병 수사 결과와 관련해 국방부의 수용할 수 없는 지시가 내려왔고, (김계환) 해병대사령관과 이에 대한 대처 방안을 모색했을 뿐 국방부의 이첩 보류 지시를 명시적으로 받지는 못했다고 주장한다.
김정민 변호사는 이날 심문을 마치고 취재진에 “군검찰은 줄기차게 구두 명령이 있었다고 얘기하고 있는데, 그렇다면 구두 지시에 대한 객관적 진술이라도 확보돼야 한다”며 “지시가 실제 있었는지는 피신청인인 피고 측에서 입증해야 할 부분”이라고 말했다.
그는 “박 전 단장은 수사를 공정하게 했음에도 불구하고 사실상 해임된 것이나 마찬가지”라며 “해병대 수사 최고 지휘관이 공백인 상태인데, 해병대 내에서 벌어지는 여러 형사사건에 대한 업무 공백이 명백하다. 박 전 단장이 공정한 수사에 임할 수 있도록 법원이 현명한 판단을 내려줄 거라 믿는다”고 강조했다.
통상 집행정지 심리는 한 차례 진행된 뒤 종결된다.
김 변호사는 재판부가 이날 본안 심리에 가까운 쟁점들을 언급했고 15일까지 입증 자료를 제출하라고 한만큼 추석 전에는 집행정지 신청에 대한 판단이 내려질 것으로 예상했다.
박 전 단장은 소송과 관련해 취재진에 별다른 입장을 내놓지 않았다.
이날 법원에는 군 사망 사건 유족들과 박 전 단장의 해병대 동기 등 10여명 자리해 박 전 단장을 격려했다.
임태훈 군인권센터 소장은 “유족분들께서 채 상병의 억울한 죽음에 대한 진실을 밝히고자 했던 한 명예로운 군인에게 힘을 주기 위해 오셨다”며 “박 전 단장에 대한 보직 박탈은 채 상병의 억울한 죽음의 실체적 진실을 파헤치는 것을 방해하는 행위”라고 말했다.
군인권센터는 지난 1일 박 전 단장에 대한 중앙군사법원의 영장실질심사를 앞두고 제출받은 구속 반대 1만 7000명의 탄원서를 이날 재판부에 참고 자료로 제출했다.
앞서 박 전 단장은 지난달 21일 수원지법에 (김계환) 해병대사령관을 상대로 보직해임 무효확인 소송과 함께 보직해임 처분의 효력을 정지하는 집행정지 신청을 냈다.
박 전 단장 측은 소장에서 “피고는 원고에게 명시적으로 이첩 시기를 늦추라는 지시를 한 바 없고 설사 그런 지시를 했다 하더라도 이는 명백히 불법적인 지시”라며 “이 사건 보직해임 처분은 명백한 사실오인과 법리 오해에 터 잡은 것이므로 그 하자가 중대하고 명백하다”고 밝혔다.
이어 “보직해임 처분의 위법성이 중대하다고 보고 처분 무효확인 소송을 제기했으나 승소 판결이 확정된다고 하더라도 그사이 신청인(박 전 단장)은 적법한 권한을 완전히 박탈당해 수사 업무에 종사할 수 없고, 회복할 수 없는 손해를 입게 되는 것이 명백해 집행정지 신청을 하게 됐다”고 강조했다.
박 전 단장은 올해 7월 20일 발생한 채 상병 순직 사건과 관련해 해병 1사단장 등 8명이 과실치사 혐의가 있다는 내용의 수사 결과를 국방부 장관에게 보고한 후 경찰에 인계하는 과정에서 국방부의 ‘인계 보류’ 방침을 따르지 않아 항명 혐의로 군검찰에 입건됐다.
군검찰은 오는 5일 오전 10시 용산 국방부 검찰단으로 출석하라고 박 전 단장에게 통보한 상태다.
중앙지역군사법원은 지난 1일 국방부 검찰단이 박 전 단장에 대해 청구한 사전 구속영장을 “현 단계에서는 증거인멸 내지 도망의 염려 및 구속의 사유와 필요성을 인정하기 어렵다”며 기각했다.
김남명 기자 name@sedaily.comCopyright © 서울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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