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님, 오늘 점심은 버거 어때요?"…지리산 화엄사, '비건버거' 출시
군대를 다녀 온 남자라면 공감할 만한 이야기입니다.
훈련소 시절 첫 일요일, 종교를 선택해 참석하라는 내무반 방송 소리에 한 번쯤은 이런 발칙한 고민을 해 봤을 지도 모릅니다.
일반적으로 기독교와 천주교는 초코파이, 불교는 떡을 주는데, 특정 종교에서 갑자기 자장면이라도 쏜다고 하는 날에는 자신의 종교도 버린 채 다른 종교를 찾아가기도 했을 지도 모릅니다. 심지어 자대 배치 후에는 피자와 햄버거를 먹었다는 무용담도 심심치 않게 들었을 겁니다.
대위 계급장을 단 목사님과 기도로 형제가 되고, 신부님과 담배 한 대를 나눠 맞서 폈다는 후일담은 군대라서 가능한 이야기입니다. 그렇다해도 불살생계를 지키며 육식을 금하는 스님과 함께 햄버거를 먹는 상상은 쉽지 않은 일입니다.
사실 불교에서 육식을 할 수 있냐 없냐에 대한 논의는 줄곧 이어져 오고 있지만, 일반 대중의 입장에서는 법회를 마치고 햄버거를 나눠 먹는 장면은 떠올리기가 어렵습니다.
그런데 지리산 화엄사는 이것을 '비건'으로 대안점을 찾았습니다. 참으로 놀라운 일입니다.
대한불교조계종 19교구 본사 지리산 대화엄사는 지난 2일 화엄사 범음료에서 화엄사 비건버거(BRUGER) 사업자인 주식회사 그린마타와 공식 사업조인식을 가졌습니다.
그동안 지리산 화엄사는 홍매화 사진 찍기 대회, 세계요가의 날 기념 요가 대회, 모기장 영화음악회, 화엄 문화제 등을 통해 산사의 빗장을 열어 왔습니다. 산 속에 숨은 종교가 아닌 일반 대중에게 좀 더 가깝게 다가가는 시도를 통해 호응을 얻고 있으며, 7080세대에는 추억의 소풍 장소로, MZ세대에게는 산사를 핫플레이스로 인식시켜줬습니다.
덕문 주지스님은 "사찰이 불교의 가치를 유지 지속하는 것이 첫 번째 이지만 일반대중들이 사찰을 찾는 입장에서 보면 다시 한 번 돌아 볼 필요가 있다. 그동안 산사, 사찰은 스님들만의 독점적 공간이었다면 이제는 모든 국민이 함께 향유하고 그들에게 도움 주는 공간으로 변화해야 불교에 대한 호감과 이미지가 높아질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화엄사의 브랜드비건 버거를 통하여 신뢰와 건강을 국민들에게 나누어드리고 싶다"며 "지난 8월에 화엄사는 석경관 화장 카페에서 산업폐기물로 폐기 될 커피마대자루를 친환경 굿즈 제품으로 출시하여 인기를 모으고 있는데 화엄사 굿즈에 이어 비건 버거를 전문업체와 개발하여 불교에 관심과 경험을 공유하는 계기가 되기를 희망한다"고 밝혔습니다.
그린마타 우의수 대표는 협약식 인사말에서 "화엄사 비건 버거는 번(빵)과 패티는 물론 치즈와 소스를 포함한 모든 재료를 식물성 재료로만 만든다. 콩단백질을 이용한 패티와 쌀을 주 원료로 사용한 번을 주요 재료로 사용한다"고 밝혔습니다.
이어 "지금까지 기존의 햄버거 전문점에서도 비건 버거가 출시된 적은 있으나 제대로 된 맛을 내지 못하여 주요 메뉴로 자리 잡지 못한 사례가 있었다. 화엄사 버거는 식물성 대체식품 푸드테크 전문기업인 알티스트와 공동으로 식물성 단백질을 활용하여 채식주의자 뿐만 아니라 일반고기 버거 매니아들도 만족할 만한 수준의 식감을 구현하는 데 성공하였으며 비건 새우맛 버거, 비건 치킨 버거도 추가로 개발중이다"고 덧붙였습니다.
최근 건강과 휴식을 함께하는 웰니스 열풍이 불면서 '비건'은 건강 키워드로도 떠오르고 있습니다. 기존의 사찰 음식또한 사실 가장 비건에 부합한 음식으로 볼 수 있습니다. 채식 위주의 식단에 최소한의 양념과 맛을 곁들이면서 마치 자연을 먹는 듯한 사찰음식에 관심도가 높아지는 이유입니다.
이 때문에 화엄사 홍보위원장인 성기홍 박사는 비건 버거 외에도 산사 브랜드 이미지와 잘 어울리는 쌀빵, 쌀식빵, 카스테라, 라이스롤러, 떡, 식물성치즈, 음료와 차, 대체유, 식물성 화장품 사업을 진행할 예정이며 화엄사 브랜드를 활용한 라이선스 사업과 병행할 예정이라고 밝혔습니다. 비건 브레드는 쌀빵의 리딩컴퍼니인 미듬영농조합에서 라이선스를 진행할 예정입니다.
오는 10월 정식 출시를 앞둔 화엄사 버거는 직영 전문점 및 밀키트 형태로 인터넷 판매가 진행되며 대형 프랜차이즈에도 공급하며 내년 상반기에는 미국 뉴욕 및 동남아시아 시장에도 진출할 예정입니다.
판매되는 수익금은 어려운 이웃과 환경·생명존중 사상을 전하는 활동가에게 전달할 계획입니다.
덕문 스님은 "전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음식 가운데 하나인 버거를 통해 자비와 생명존중 사상이 널리 퍼질 수 있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전했습니다.
[정치훈 기자 pressjeong@mb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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