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성호 기자의 열려라! 우리말] 관형어 남발, 문장 힘 빠지고 의미도 모호해져
“올해 매출 목표는 5,500억 원이다. 3년 안에 매출 1조 원 브랜드로 키운다는 목표다.”
한 중견 기업의 경영지표를 소개하는 인터뷰 중 한 대목이다. 우리의 관심은 두 번째 문장에 있다. 명사문 형태인데, 비정상적으로 쓰였다. “~브랜드로 키운다는 것이 (그의) 목표다.” 이렇게 써야 완성된 문장이다. 원래 이런 구조에서 문장 주어 ‘것이’를 버리고(그럼으로써 자동으로 의미상 주체인 ‘그의’도 사라진다) 주어를 꾸며주던 관형절이 바로 서술부의 명사(‘목표’)를 수식하는 방식으로 바뀌었다. 비정상적 명사문인 예문은 이렇게 생성됐다. 신문 언어의 한 형식으로 자리 잡은 이러한 문장이 주위에 넘쳐난다. 여러 차례 살펴온, 관형어 남발로 인한 우리말 문장의 왜곡되고 일탈된 여러 형태 중 하나에 해당한다.
힘 있게 쓰려면 명사문을 버려라
관형어 남발은 필연적으로 명사문을 만든다. 명사문(‘무엇이 무엇이다’ 꼴)은 동사문(‘무엇이 어찌하다’), 형용사문(‘무엇이 어떠하다’)과 함께 서술어에 따른 우리말 문장의 세 형식 중 하나다. 일반적으로 신문 언어의 특징은 동사문으로 써야 할 것을 자꾸 명사문으로 쓰려는 경향이 있다. 이는 잘못된 글쓰기 습관 탓이다. 동사문에 비해 명사문은 대부분 문장의 힘이 덜하다. 명사문을 남용하면 힘 있는 문장 쓰기에 실패하기 십상이다. 심하면 주체도, 의미도 모호하게 만든다. 다음 문장을 살펴보자.
“‘영(令)이 안 선다.’ 과거 한 지자체장은 만날 때마다 ‘영’을 언급했다. 전임자가 분위기를 너무 풀어놓는 바람에, 업무 지시를 하면서 되레 상관이 눈치를 봐야 한다는 하소연이었다.”
주목해야 할 부분은 세 번째 문장이다. 골자는 ‘상관이 눈치를 봐야 한다는 하소연이었다’이다. 앞부분 ‘~는 바람에’ ‘~를 하면서 되레’는 모두 부사어라 문장 구성을 따질 때는 삭제해도 무방하다. 그러면 남은 부분은 주어가 사라진 명사문이다. 굳이 주어를 찾으면 ‘그의 말은’ 또는 ‘그것은’ 정도가 된다. 즉 앞에 나온 ‘한 지자체장이 영을 언급했다’는 것을 가리킨다. 그러니 다시 풀면, 원래 표현은 ”그것은 상관이 눈치를 봐야 한다는 하소연이었다”인 셈이다. ‘주어(그것은)+관형절(상관이 눈치를 봐야 한다는)+서술어(하소연이었다)’ 구성이다. 여기서 주어인 ‘그것은’은 사라지고 나머지 ‘관형절+서술어’로만 제시된 게 예의 명사문이다.
주어 살리고 동사문 써야 문장 ‘탄탄’
왜 이렇게 문장이 비틀어졌을까? ‘~한다는 하소연이었다’도 하나의 문장이다. 틀린 것은 아니다. 다만 힘이 빠졌다. 마무리를 관형어 ‘~한다는’으로 썼기에 뒷말은 반드시 명사가 와야 하고, 이것이 동시에 서술어 기능을 해야 하기 때문에 서술격 조사 ‘-이다’가 붙을 수밖에 없다. 결국 ‘눈치를 봐야 한다는 하소연이었다’ 형식의 명사문이 되고 만 것이다.
주어인 ‘그’를 살려야 문장이 탄탄해진다. 동시에 서술부를 예문의 관형어 대신 인용격 조사 ‘-고’를 써서 동사문으로 만들어주는 게 요령이다. “그는 되레 상관이 눈치를 봐야 한다고 하소연했다.” 이게 우리말다운 어법이다. 이때 ‘그는’은 앞 문장에 나왔으므로 삭제해도 무방하다. 이렇게 동사문으로 쓰면 간결하면서도 관계가 명확해진다. 당연히 문장 흐름이 빨라지면서 힘도 붙고 성분 간 관계도 긴밀해진다.
글쓰기에서 ‘관형어+명사’로 이뤄지는 명사구 남발은 필히 ‘이상한 명사문’을 낳는다. 저널리즘 언어에서 흔히 나타나는 ‘A는 ~라는 전망이다/~라는 설명이다/~라는 분석이다/~라는 지적이다’ 식의 문형이 대부분 이런 오류에 빠진 명사문이다. ‘A는 ~라는 게 전문가(업계)의 전망이다/설명이다/분석이다/지적이다.’ 이렇게 써야 올바른 문장이다. 이는 다시 주체를 주어로 삼아 ‘전문가(업계)는 ~라고 전망했다/설명했다/분석했다/지적했다’ 꼴로 쓰는 게 가장 건강한 문장이다. ‘-고’는 앞말이 간접 인용되는 말임을 나타내는 격조사다. 이를 활용해 주어를 살리고 동사문으로 쓰는 게 우리말다운 어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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