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배터리 과잉 생산 도 넘어, 해외 덤핑 가능성에 경쟁사 긴장

박종원 2023. 9. 4. 15: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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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中 배터리 기업들, 수요보다 2배 넘게 생산 전망
보조금과 정책 대출로 과잉 생산 멈추지 않아
쌓이는 재고가 해외 덤핑으로 이어지면 해외 경쟁사 생존 어려워
지난해 7월 30일 중국 안후이성 허페이에서 배터리 공장 노동자들이 배터리를 조립하고 있다.신화연합뉴스

[파이낸셜뉴스] 전기차에서 발전용 설비까지 다양한 용도의 배터리를 만드는 중국 기업들이 올해 막대한 국가 보조금과 저렴한 정책 대출에 힘입어 수요의 2배가 넘는 배터리를 생산할 전망이다. 관계자들은 중국이 남는 배터리를 해외에 저렴한 값으로 쏟아낸다면 과거 알루미늄과 태양광 설비처럼 해외 경쟁 업체들이 살아남지 못한다고 경고했다.
배터리 쏟아내는 中 공장, 과잉공급 우려
파이낸셜타임스(FT)는 3일(이하 현지시간) 영국 원자재 시장정보업체 CRU그룹 자료를 인용, "올해 중국 배터리 기업들의 생산 능력이 1500기가와트시(GWh)에 달한다"고 전했다. 이는 약 2200만대의 전기차를 만들 수 있는 양이며 올해 중국 내수 예측치(636GWh)의 2배가 넘는 양이다.

중국 기업들은 이미 지난해에도 배터리를 과잉 생산했다. 지난해 중국산 배터리 생산량은 545.9GWh였으며 이 가운데 전기차 생산에 294.5GWh가 쓰였고 전력 공급 설비 등에 쓰이는 고정형 에너지 저장 시설에 84.3GWh가 투입됐다. 내수 판매 외에 68.1GWh가 수출되었으며 99.03GWh만큼의 배터리가 남아 재고로 쌓였다.

CRU그룹의 샘 애드햄 배터리 소재 대표는 "많은 중국 제조사들이 과잉 생산 및 재고 축적을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앞서 발표된 공장 건설 계획에 따르면 중국 내 배터리 생산 물량는 2027년 기준으로 수요의 약 4배 규모에 달할 전망이다. 과잉 공급 규모는 2030년에도 생산(4223GWh)과 수요(1674GWh)의 차이가 크게 좁혀지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FT는 중국이 차세대 성장 동력으로 배터리 산업을 육성하면서 관련 기업들에 막대한 국가 보조금과 저렴한 은행 대출을 제공한다고 지적했다. 영국 배터리 컨설팅업체 로모션에 따르면 유럽 배터리 기업들이 은행 대출을 받으려면 공장 가동률이 70%를 넘겨야 하지만 중국 기업들은 약 55%의 가동률에도 금융 지원을 받을 수 있다.

중국 역시 과잉 생산을 우려하고 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지난 3월 6일 정치자문기구인 인민정치협상회의(정협)에서 세계 1위 배터리 업체인 CATL의 쩡위췬 회장과 만났다. 이날 쩡위췬은 CATL이 지난해까지 6년 연속 세계 점유율 1위를 거뒀다며 금융 지원을 요청했다. 이에 시진핑은 “이 분야에서 세계 선두권에 있다는 건 기쁜 일이지만, 기세에 비해 실효성이 떨어지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배터리 업계가 지나치게 과열되어 부동산처럼 거품 붕괴로 이어질 수 있다고 걱정했다.

중국산 덤핑으로 경쟁 업체 위기
시장 관계자들은 중국이 남는 배터리를 해외에 저렴한 가격으로 쏟아낼까 걱정이다.

프랑스 르노자동차가 지분을 투자한 프랑스 배터리 기업 버코의 올리비에 뒤푸르 공동 창업자는 "매우 걱정스럽다"고 말했다. 과거 호주 광산업체 리오 틴토에서 임원으로 일했던 그는 "지금 배터리 업계는 과거 알루미늄 업계와 매우 비슷하다"며 "중국 기업들은 시장 선점 이상의 영향을 끼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익명의 서방 자동차 기업 임원은 "중국이 남는 배터리를 다른 시장에 덤핑할지는 모른다. 하지만 확실히 가능한 일이다"고 밝혔다.

FT는 버코가 최근 유럽연합(EU) 관리들에게 진행한 프리젠테이션을 인용해 2030년 기준으로 유럽에 500GWh의 배터리가 부족하다고 전했다. 버코는 같은 시기 과잉 생산된 1100GWh에 달하는 중국산 배터리가 유럽의 부족분을 채운다고 내다봤다.

스웨덴 배터리 기업 노스볼트의 패트릭 안드레아슨 전략 담당 부사장은 에너지 저장 분야가 중국산 배터리에 취약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유럽이 "저렴한 중국산 배터리를 많이 수입한다면 유럽의 지속가능성이 약해질 수 있다"며 "전략적 실수"라고 경고했다.

물론 최근 미국과 EU 등은 각각 인플레이션감축법(IRA), 핵심원자재법을 도입해 자국 내 생산 제품에 특혜를 주고 있다. 중국 기업들은 이러한 무역 장벽을 넘기 위해 현지 합작을 서두르는 추세다. CATL은 지난 2월 미 포드 자동차와 미시간주에 합작 법인을 세운다고 알렸다. 중국계 배터리 기업 엔비전 AESC는 인도 타타그룹의 영국 선덜랜드 공장에 대규모 물량을 납품할 예정이다.

한편 중국발 배터리 대란이 과장되었다는 주장도 있다. 미 골드만삭스는 중국의 전력 생산이 화력 발전에서 재생에너지로 넘어가는 과정에서 에너지 저장용 배터리 수요가 폭발한다고 추정했다. 이어 중국의 에너지 저장용 배터리 수요가 2030년까지 70배 증가한다고 예측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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