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태 “홍범도, 자유시 참변서 아주 짙은 혐의를 받는 분”
“역사의식 바로하라”, “견강부회”, “반역사적 망언” 비판 잇따라
홍범도 장군 동상 철거를 주장한 김진태 강원도지사가 “자유시 참변은 우리 독립운동사의 숨겨진 민낯”이라며 홍 장군을 “아주 짙은 혐의를 받는 분”이라고 말했다.
앞서 김 지사는 지난달 31일에도 “홍범도 장군의 동상을 철거하는 게 맞다”며 “자유시 참변은 1921년 소련 적군에 의해 우리 독립군 수백 수천 명이 몰살당한 끔찍한 사건. 이 사건으로 우리 무장독립군은 사실상 궤멸됐다”고 SNS에서 주장했다. 그러면서 “사료에 의해 홍범도 장군이 이 사건에서 소련 편에 가담했다는 정황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그는 이 사건 이후 레닌으로부터 권총을 하사받고 평생 차고 다녔다고 한다”며 “우리 독립군을 살육했다는 사람을 다른 데도 아닌 육사에 모셔놓고 생도들에게 뭘 배우라는 것인가? 천보만보를 양보해도 동지를 학살한 사건의 유력한 용의자”라고 썼다.
이와 관련 도내 시민사회단체와 야권은 김 지사의 입장에 대해 잇따라 비판의 목소리를 냈다. 강원평화경제연구소는 이날 ‘김진태 특별도지사의 경박함에 대해’라는 제목의 논평을 통해 “강원특별자치도 단체장의 입에서 나올 수 있는 주장이고 품위인가”라고 성토했다. 또 “김 지사는 출처도 어느 하나 밝히지 않으면서 동지를 학살한 사건의 유력한 용의자로 단죄하고 있다”며 “자유시 참변 연구 최고 권위자로 알려진 윤상원 전북대사학과 교수는 ‘홍 장군의 부대가 자유시 참변에 가담했다는 기록은 전혀 없고, 오히려 참변 당시 홍 장군이 휘하 장교들과 인근 솔밭에 모여 땅을 치며 통곡했다는 증언만 있다’”고 반박했다. 이어 “레닌에게 권총을 하사받는 총을 소지하고 있었기에 공산주의 분자라 규정하여 흉상 철거의 또 다른 당위를 제시하고 있는데 이도 견강부회하는 자의적 주장에 불과하다. 자중하고 또 자중하며, 성찰할 것을 간곡히 촉구한다”고 주문했다.
정의당 강원도당도 지난 1일 ‘홍범도 장군 동상 철거 망언, 김진태 지사는 역사인식을 바로 하라’는 논평을 통해 이념 갈라치기를 중단하라고 요구했다. 논평은 “1921년 6월28일 발생한 자유시 참변은 사할린 의용군이 러시아 적군의 공격을 당한 참변으로, 그 배경에는 한국 독립군의 해체를 요구하는 일본군과 볼셰비키 러시아 공산당 간의 협상 결과가 있다”며 “김 지사는 홍범도 장군이 독립군을 학살했다는 정황이 드러나고 있다고 주장하나 오히려 그 반대”라고 비판했다. 또 “독립운동가들이 사회주의를 적극적으로 받아들인 배경에는 당시 제국주의 열강이 조선 독립을 외면할 때 소련은 독립운동을 지원했던 배경이 있다”며 “일본과 열강에 괴롭힘당했던 독립운동가들이 이제는 후손들에게 괴롭힘을 당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더불어민주당 강원도당도 지난달 31일 “김 지사의 홍범도 장군 흉상 철거 주장은 국군과 대한민국의 정통성을 부정하는 반역사적·반헌법적 망언”이라고 논평했다. 민주당은 “김 지사의 강변은 견강부회식 궤변”이라며 “김 지사는 작년 레고랜드채무 불이행 선언으로 대한민국 금융시장을 패닉에 빠뜨렸고, 이번엔 홍범도 장군 흉상 철거를 주장하며 항일 독립 영웅을 모욕하는 반역사적 망언을 했다”고 비난했다.
조성민 기자 josungmi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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