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단 이의리는 넘었고, 이제 원태인-소형준… ‘고졸 루키’ 윤영철의 이닝 종착역은?

김태우 기자 2023. 9. 4. 1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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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올 시즌 좋은 활약으로 시즌 완주 기대감을 높이고 있는 윤영철 ⓒ곽혜미 기자
▲ 윤영철은 안정적인 피칭으로 올 시즌 1,2군 합산 100이닝 투구를 넘어섰다 ⓒ곽혜미 기자

[스포티비뉴스=김태우 기자] 리그의 수준이 높아짐에 따라 예전처럼 신인들이 데뷔 첫 시즌부터 맹활약하기는 어려운 시대다. 가장 진입 난이도가 높은 포지션 중 하나인 선발 투수는 더 그렇다. 그래서 그 바늘구멍을 뚫고 들어가는 선수들은 더 특별하고, 그만큼 일일이 더 특별한 관심을 받는다.

올해는 윤영철(19‧KIA)이 그렇다. 치열한 경쟁 속에 선배들을 제치고 팀의 개막 로테이션에 합류했다. 자리는 차지하는 것보다, 지키는 게 더 어려운데 윤영철은 그 자리를 실력으로 지켜왔다. 압도적인 투구 내용은 아니지만, 좀처럼 대량 실점을 하지 않는 능구렁이 같은 피칭으로 지금까지 선발 한 자리를 유지하고 있다. 고졸 신인이라고 보기 어려울 정도의 담대함과 노련함은 이미 많은 관계자들을 놀라게 했다.

윤영철은 4일 현재 시즌 20경기(선발 19경기)에 나가 98이닝을 소화하며 8승5패 평균자책점 4.13의 성적을 거두고 있다. 1.39의 이닝당출루허용수(WHIP) 또한 그렇게 높은 건 아니다. 특급이라는 수식어를 붙이기는 어려워도, 19살의 신인 투수라는 것에 주목하면 충분히 훌륭하고 기특한 성적이다. 당장 올해 신인 최고의 투수다. 시즌 초반 5이닝 투수에서, 이제는 그 한계를 확장해 6이닝 투수로 가는 길목에 있다. 성장까지 보이는 선수다.

꾸준하게 선발로 활약했고, 이제는 시즌 종반이다. 마무리를 어떻게 하느냐도 중요하다. 내년과 맞닿아있는 대목이기 때문이다. 일단 로테이션 자리는 계속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윤영철이 건강을 유지한다면 선발 완주가 가능한 그림으로 흘러가고 있다. 개인의 의지도 그렇고, 팀 사정도 그렇다.

KIA는 선발 로테이션에 펑크가 곳곳에 나 있다. 외국인 투수 마리오 산체스가 팔꿈치 부상으로 9월에는 합류가 쉽지 않다. 이의리는 9월 22일 항저우 아시안게임 소집이 예정되어 있다. 가뜩이나 팀 경기 수는 많이 남았고, 더블헤더 일정도 폭탄처럼 끼어 있다. 선발이 더 필요한 판국에 기존 선발인 윤영철을 빼기 어렵다. 이 신인의 어깨에 부담을 줄여줄 수 있는 여유가 있으면 좋으련만, 아쉽게도 소속팀 KIA의 사정은 그렇지 않다.

가능성과 투구 퀄리티는 증명했다. 이제 관심은 첫 시즌 이닝 소화가 어느 정도 수준에서 마무리되느냐다. 5선발로 시작한 까닭에 아주 무리했다고 보기는 어려운 일정이다. 나흘 휴식 후 등판은 한 번밖에 없었다. 5일 휴식 후 등판이 9경기, 그 이상 휴식 후 등판 경기가 9경기였다. 투구 수도 100구를 넘기는 일은 많지 않았다. 다만 고졸 신인은 로테이션을 지키는 것 자체가 힘든 일이다. 지금은 무리하지 않은 일정처럼 보여도, 훗날 돌이켜보면 이 선수에게는 무리한 일정이 될 수 있다.

▲ 이의리는 첫 시즌 후반기 부상으로 오히려 이닝은 적당한 선에서 마무리된 케이스다 ⓒKIA타이거즈
▲ 근래 들어 고졸 신인으로 가장 많은 이닝을 소화했던 kt 소형준 ⓒ곽혜미 기자
▲ KIA는 윤영철의 몸 상태를 면밀하게 관찰하고 있다 ⓒ곽혜미 기자

근래의 전례를 참고할 수 있다. 윤영철은 4일 현재 올해 1군에서 98이닝, 2군에서 13이닝을 던졌다. 총 111이닝이다. 팀 2년 선배이자, 역시 고졸 신인으로 로테이션을 소화했던 이의리는 넘어섰다. 이의리는 당시 1군에서 94⅔이닝을 던졌다. 여기에 도쿄올림픽에서 던진 이닝이 추가된다. 다만 부상으로 시즌을 조기에 접으면서 오히려 이닝은 관리가 될 수 있었다. 2년 차인 지난해에는 1군에서 154이닝을 던졌다.

이민호(LG)는 2020년 1군에서 97⅔이닝, 2군에서 3이닝을 던져 100이닝을 살짝 넘겼다. 원태인(삼성)은 2019년 1군에서 112이닝, 2군에서 10⅓이닝을 소화해 총 122이닝 남짓을 소화했다. 근래 가장 많은 투구 이닝을 소화한 고졸 신인 투수는 2020년 소형준(kt)이었다. 소형준은 2020년 1군에서 133이닝을 소화했다. 여기에 포스트시즌에서의 투구 이닝이 더해졌다. 당시 kt의 당초 계산보다는 많은 이닝이었다.

윤영철의 111이닝은 이미 이의리 이민호보다 많다. 이대로 가면 원태인의 첫 시즌 이닝은 추월할 가능성이 높고, 소형준의 첫 시즌을 넘어설 가능성까지 있다. 선발 로테이션을 지키며 계속 공을 던진다는 자체가 기량을 인정받고 있다는 의미도 되지만, 고졸 신인인 만큼 앞으로 각별히 몸 상태를 더 확인해야 한다는 당면 과제로도 이어진다. KIA도 윤영철의 몸 상태를 면밀히 추적 관찰하고 있다. 건강하게, 시즌을 완주해야 올해 경험을 잃지 않고 내년으로 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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