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달에 두세 번은 ‘꽝’”…제주 성산일출봉 앞 도로에 무슨 일?

민소영 2023. 9. 4. 15: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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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도 동쪽에 있는 이름난 관광 명소인 성산일출봉. 이 일대 한 교차로에서 달려오는 차들이 서로를 보지 못해 맞부딪치는 사고가 잇따르고 있습니다.

사고를 당한 운전자와 주민들이 지적하는 원인은 도로 일대에 둘러쳐친 성인 어깨 높이 정도의 '울타리'입니다. 대체 이 도로에선 무슨 일이 있는 것일까요?

■ "어깨 높이 울타리에 반대편 차로서 달려오는 차량 안 보여"

지난달 25일 오전 10시 50분쯤, 서귀포시 성산읍 고성리의 한 관광지 삼거리. 택시기사 김 모 씨는 평소처럼 운전대를 잡고 성산일출봉 일대 편도 2차로 도로를 달리고 있었습니다.

그 순간, 오른쪽 편도 1차로 도로에서 경차 한 대가 빠르게 달려왔고, 김 씨의 택시와 경차는 '꽝' 소리를 내며 크게 맞부딪쳤습니다.

지난달 25일 서귀포시 성산읍 고성리의 한 관광지 삼거리에서 발생한 충돌 사고 장면. 시청자 제공


택시 오른쪽 앞 범퍼와 충돌한 경차는 사고 충격으로 튕겨 나가며 인근에 세워져 있던 1톤 화물차를 충격한 뒤, 건물 벽면을 들이받고 나서야 멈췄습니다.

이 사고로 경차 운전자가 크게 다쳐, 병원으로 옮겨져 치료를 받았습니다. 사고를 당한 경차는 심하게 부서져, 폐차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택시 운전기사 김 씨는 KBS와의 통화에서 "서로 좌우가 보이지 않는 상태에서 '쾅' 하고 부딪힌 사고였다. 충돌 사고를 인지한 순간, 멍했다"면서 "차를 한쪽으로 세워 내려서 봤더니, 내 차는 범퍼가 찌그러졌고, 상대 차량이 건물과 부딪히면서 심하게 부서진 상태였다"고 당시 상황을 기억했습니다.

충돌 사고 직후 김 씨의 택시와 경차. 경차는 사고 충격으로 밀려 나가며 주변 화물차와 건물 벽면을 들이받아, 심하게 부서진 상태다. 시청자 제공


주민들은 이곳에서 비슷한 유형의 충돌 사고가 빈발하고 있다고 증언했습니다.

교차로 바로 옆에서 체험 승마장을 운영하는 업주는 KBS와의 통화에서 "한 달에 서너 번꼴로 충돌 사고가 나는 것 같다. 사고가 나는 모양새도 똑같다"면서 "사고 충격으로 튕겨 나간 차들이 우리 주차장에 있는 차를 들이받은 적도 많다"고 말했습니다.

한 보험사에서 사고 조사를 담당하는 직원도 "한 달에 한 번은 이곳에 출동하고 있다"면서 교통 사고 발생이 잦은 장소라고 말했습니다.

■ 교통사고 원인은 지난해 설치한 어깨 높이 '울타리'?

주민과 사고 운전자 등이 지목하는 사고 원인은 크게 두 가지가 있습니다. 하나는 △각도가 좁은 도로 구조 △다른 하나는 지난해 설치했다고 하는 '울타리'와 소나무 등 운전자의 시야를 가리는 장애물입니다.


교통 사고가 잦은 지역은 삼각형 모양의 땅을 사이에 두고, 동쪽에서 서쪽 방향(←)은 일방통행 도로, 남동쪽에서 북서쪽 방향(↖)은 편도 2차로 도로가 만나는 Y자 모양의 교차로입니다.

그런데 이 두 갈래 도로의 각도가 너무 작아, 운전자들이 서로 달려오는 모습을 보기가 어렵다는 게 운전자들의 주장입니다.

실제 사고 영상 블랙박스를 봐도, 택시가 도로 정지선을 넘어 진입하기 전과 그 직후에도 우측에서 차량이 달려오는 모습을 확인하기가 어렵습니다.


또 다른 사고 원인으로 지목받는 '울타리'는 지난해 행정기관에서 설치한 것입니다. 이 울타리의 높이는 성인 어깨와 허리 사이 정도입니다.

성산읍 관계자는 "해당 부지는 제주도 소유의 공유지로, 주민들이 이곳에 말을 묶어두기도 하는 데다가 평소에 사람과 차도 많이 다니는 곳이어서, 마을의 요청에 따라 안전 사고 예방 차원에서 울타리를 설치했다"고 밝혔습니다.

■ "사고 잦다" 민원에도 묵살?…성산읍 "사고 이후 울타리 안쪽으로 더 밀어 넣어"

성산읍 측은 "교통사고 민원이 접수된 이후 지난 1일, 울타리를 좀 더 안쪽으로 밀어 넣는 작업을 완료했다"면서 "도로 각도가 더 넓어져, 운전자들의 시야를 좀 더 확보하기 위한 목적"이라고 설명했습니다.

그러나 사고 운전자와 이 일대에서 다수의 사고 처리를 맡았던 보험사 관계자는 "도로 구조 자체의 문제도 개선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을 냈습니다. 또, 좌우 도로에서 달려오는 차량을 서로 확인할 수 있도록 반사경을 설치하는 한편, 속도를 줄일 수 있는 과속방지턱 설치 등도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한 주민은 "이 같은 필요성에 대해 이전부터 행정기관에 숱하게 건의했지만, 도로 상황은 전혀 바뀌지 않았다. 그 사이 똑같은 사고만 되풀이되고 있다"고 문제를 제기했습니다.

이에 대해 성산읍 관계자는 "기존 울타리 설치 목적이 있으므로, 울타리 철거는 어렵다"면서 "다만, 운전자 시야가 확보되는 만큼은 최대한 울타리를 안쪽으로 들이고, 기존에 있던 소나무를 베어내지 않는 선에서 곧바로 조치한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이어 "'로터리' 형식을 도입하는 등 도로 구조를 바꾸는 일은 읍 차원이 아닌 시 차원에서 논의해야 할 사안"이라며 이번 조치 이후에도 해당 도로에서 사고가 일어나는지 면밀히 살펴보겠다고 밝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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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소영 기자 (missionalist@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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