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서울대, 국내 첫 ‘학습과학연구소’ 열어... “맞춤형 교육 첫걸음”
인간의 학습체계를 탐구하는 학문인 ‘학습과학’에 관한 연구소가 서울대에 국내 최초로 세워진다. 학습과학이란 인간의 학습이 어떻게 일어나는지부터 시작해 개인의 효과적 학습을 위한 환경이 무엇인지 등을 연구하는 분야로 최근 데이터사이언스의 발전과 함께 새로이 뜨고 있는 학문 영역이다.
서울대 사범대는 오는 19일 오후 2시 사범대학 12동에서 ‘학습과학연구소’ 개소식을 갖고 연구소를 정식 출범시킬 예정이라고 4일 밝혔다. 이날 개소식에는 이주호 교육부 장관, 유홍림 서울대 총장 등이 직접 찾아 축사를 전할 예정이다. 그 외에도 장대익 가천대 교수, 김민강 시드니대 교수, 저스틴 레이(Justin Reich) MIT 교수, 하민수 서울대 교수 등 4인이 강연을 하고 ‘미래교육과 학습과학’을 주제로 한 학술포럼도 열린다.
학습과학연구소의 초대 소장은 학습과학 분야를 전공한 조영환 서울대 교육학과 교수가 맡는다. 또한 서울대 사범대, 공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 교수들을 비롯해 타교 교수들도 연구소에 참여할 예정이다. 사범대는 내년부터는 포닥(박사 후 연구원)을 뽑아 연구소 인원을 보강하고, 교수들도 수업이 아닌 연구에만 매진하게 한다는 방침이다.
학습과학이 주목받기 시작한 것은 최근이지만 그렇다고 역사가 없는 학문은 아니다. 이미 수십 년 전부터 존재했으나 그간 연구할 수단과 방법이 없어 발전하지 못했던 학문에 가까웠다. 그러나 최근 컴퓨터공학, 뇌 과학, 데이터사이언스가 발전하며 인간의 학습체계를 연구할 수단이 생겼고, 이에 급부상 중인 것이다.
사범대는 학습과학이 교육계와 과학계에 동시에 혁신을 불어넣어줄 수 있는 ‘미래 핵심 전략 연구 분야’라고 말한다. 우선 학습과학은 늘 한국 교육의 문제로 지목돼온 ‘공장 형태의 주입식 교육’에서 벗어나 ‘개별 맞춤형 교육’으로 나아가는 기초학문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그간 주입식 교육이 이어져온 배경 중에는 교수자 중심의 ‘가르침(Teaching)’에 초점이 맞춰져 있던 전통적 교육학의 문제가 있었다. 하지만 학습과학을 통해 개인의 ‘학습(Learning)’에 주목하는 순간 개별 학생의 학습 성향·메커니즘과 함께 어떠한 환경에서 효과적인 학습이 일어나는지 등을 분석하면서 맞춤형 교육으로 발전할 수 있는 길이 열린다.
다른 한편으로 학습과학은 AI 시대에 인공지능 발전에 있어서도 지대한 공헌을 할 수 있다. 인공지능 연구의 궁극적 목표는 인간이 학습하는 것처럼 컴퓨터나 로봇 등이 학습하도록 만드는 것이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정작 인간이 어떻게 학습하는지에 대한 정확한 연구가 없어 인공지능 연구도 어려움을 겪어 왔다. 결국 학습과학을 통해 인간의 학습체계를 알고 나면 인공지능 연구도 한 단계 더 발전할 수 있게 된다.
서울대 사범대는 학습과학연구소를 서울대 차원의 연구소로 가둬두지 않고 세계적 플랫폼으로 키운다는 계획이다. 강준호 사범대 학장은 “서울대 사범대는 단순히 교사 양성만 하는 데 그치지 않고 교육에 대한 근본적 고민을 해야 하는 곳”이라며 “연구소 초기 단계부터 세계적 대학들과 글로벌 네트워크를 형성해 국가의 학습과학을 주도하는 플랫폼 역할을 맡을 것”이라고 포부를 전했다. 이어 “지금 시대에 AI와 지식 주입 경쟁을 하는 것은 포크레인과 근력 경쟁을 하는 것만큼 무의미한 일”이라며 “AI 시대에 인간이 어떻게 성장할 수 있는지에 대한 진지한 고민을 서울대 학습과학연구소에서 시작하겠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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