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 만에 다시 만난 트레이드 파트너…'무상 거래'로 바뀐 1대 4 트레이드 [김한준의 재밌는 야구]
1명을 주고 4명을 받은 트레이드가 1년 만에 공짜로 4명만 받은 트레이드가 됐다? 미국 메이저리그(MLB)에서 실시간으로 벌어지고 있는 일입니다. 볼티모어 오리올스가 1년 전쯤 미네소타 트윈스와 진행했던 트레이드 이야기입니다.
지난해 8월 2일 볼티모어는 클로저 호르헤 로페즈(30)를 미네소타로 트레이드했습니다. 트레이드 당시 볼티모어는 53승 51패로 아메리칸리그(AL) 와일드카드 3위팀을 1.5게임 차로 추격하는 등 가을야구 가시권이었지만, 팀의 마무리 투수를 과감하게 내보냈습니다. 펠릭스 바티스타(28)라는 당시 최고의 셋업맨이자 강력한 클로저 후보가 있기 때문이었지만, 과감한 결정인 건 분명했습니다.
로페즈는 지난해 44게임 48.1이닝, 평균자책점(ERA) 1.68, 19세이브를 기록하며 올스타로도 뽑힌 리그 정상급 클로저였습니다. 덕분에 볼티모어는 트레이드 대가로 4명의 젊은 투수를 데려올 수 있었습니다. 좌완 케이드 포비치(23), 좌완 후안 로하스(19), 우완 후안 누네즈(22), 우완 예니어 카노(29)였습니다.
1년이 지난 현재 이 트레이드는 볼티모어의 완벽한 승리로 결론나고 있습니다. 포비치는 볼티모어의 12번째 유망주로 성장했고, 누네즈 역시 팀의 29번째 유망주로 올라섰습니다.
그리고 카노는 올시즌 리그 최고의 불펜으로 거듭났습니다. 지금까지 61게임에 나와 64.1이닝을 소화하며 ERA 1.68, 29홀드, 5세이브의 성적을 거두고 있습니다. 올해 올스타 선정은 당연한 일이었습니다.
그러니까 볼티모어 입장에선 '지난해 올스타 불펜'을 트레이드해서 '올해 올스타 불펜'을 배출한 데 이어 투수 유망주 3명까지 추가로 얻어낸 겁니다.
하지만 로페즈는 굴곡이 심했습니다. 미네소타로 옮긴 지난해 하반기 22.2이닝 동안 ERA 4.37, 1홀드, 4세이브로 기대에 미치지 못했습니다. 급기야 로페즈 합류전 54승 49패로 AL 중부지구 선두였던 미네소타는 78승 84패로 5할 승률마저 붕괴되면서 포스트시즌 진출에 실패했습니다. 오히려 로페즈를 트레이드해 버린 볼티모어의 성적(83승 79패)이 더 좋았습니다.
로페즈는 올 시즌에도 부활하지 못했습니다. 시즌 초반 잠시 위력적인 투구를 선보였지만, 다시 부진에 빠지며 35.1이닝 ERA 5.09, 6홀드, 3세이브로 필승조 불펜으로 쓰기에는 곤란한 성적을 보여줬습니다.
결국 미네소타는 지난 7월 26일 로페즈를 마이매미 말린스의 불펜 딜런 플로로(32)와 다시 교환했습니다. 애매한 성적을 내던 두 투수를 서로 바꿔, 분위기 전환을 꾀한 건데 이 딜은 더 최악의 결과를 내고 말았습니다.
로페즈는 마이애미서 11.2이닝을 던지며 ERA 9.26으로 커리어 최악의 성적을 내 버렸고, 플로로 역시 미네소타서 10.2이닝 동안 ERA 5.91로 극도의 부진을 보이고 있습니다.
마이애미의 인내심은 한계에 이르렀고, 로페즈를 웨이버 공시해 버렸습니다. 이 로페즈를 볼티모어가 클레임(영입 의사)해 복귀시킨 겁니다. 1년 전 1대 4로 진행한 트레이드가 1년 만에 그냥 4명을 '무상'으로 받아온 트레이드로 바뀐 셈입니다.
로페즈는 좋은 기억이 많은 팀으로 돌아온 게 기쁜 듯 "다시 이 팀으로 오게 돼 정말 흥분되고 감사하다"고 말했습니다.
볼티모어는 로페즈를 영입하자마자 바로 경기에 투입했습니다. 로페즈는 우리 시간 오늘(4일)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와의 원정경기에서 8대 4로 이기던 8회초 마운드에 섰습니다. 지난해 7월 29일 이후 볼티모어 유니폼을 입고 첫 등판에 나선 겁니다.
로페즈는 첫 타자에게 2루타를 맞았지만, 이후 3타자를 1삼진 포함 모두 범타 처리하며 1이닝을 무실점으로 막았습니다.
9회는 '로페즈의 유산'이었던 카노의 몫이었습니다. 카노는 1이닝을 1실점으로 마무리하며 경기를 승리로 이끌었습니다. 트레이드 당사자들이 1년 만에 한 경기에 나와 팀 승리에 기여한 겁니다.
현재 볼티모어는 85승 51패(승률 0.625)로 AL 동부지구는 물론, AL 전체 1위를 질주 중입니다. 하지만 동부지구 2위팀인 탬파베이 레이스(83승 54패, 승률 0.606)의 2.5게임차 추격을 받고 있습니다.
와일드카드로 포스트시즌에 진출하는 것은 사실상 확정적이지만, 디비전시리즈로 직행할 수 있는 지구 1위는 안심할 수 없습니다. 1년 만에 복귀한 로페즈가 카노와 함께 철벽불펜을 이뤄 볼티모어의 '선두 지키기'에 힘을 보탤지 주목되는 이유입니다.
로페즈와 카노가 오늘처럼만 함께 활약하는 횟수가 늘어난다면 충분히 가능한 일입니다. 그리고 실제로 그렇게 흘러간다면 지난해 단행한 로페즈 트레이드는 볼티모어 역사상 손에 꼽히는 역대급 트레이드로 자리매김할 지도 모르겠습니다.
◆ 김한준 기자는?
=> MBN 문화스포츠부 스포츠팀장
2005년부터 기자 생활을 시작해 정치부, 경제부, 사회부 등에서 일했습니다. 야구는 유일한 취미와 특기입니다.
[ 김한준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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