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수산단 대체녹지 발암물질 원인자 놓고 ‘여수시 vs 기업’ 책임 공방
여수시, 토양 정화명령…기업들 “원인자 증거 없다” 반발
(시사저널=정성환 호남본부 기자)
전남 여수국가산업단지(여수산단)에서 배출되는 대기오염 물질의 차단을 위해 조성된 대체 녹지서 검출된 발암물질을 놓고 지자체와 입주 기업들 간에 '책임 공방'이 거세지고 있다. 발단은 여수산단 입주 6개 대기업이 여수시에 기부한 녹지에서 발암물질이 검출되자 시가 해당 기업들에 토지정화 행정명령을 내리면서 비롯됐다.
핵심 쟁점은 오염 원인자가 누구냐는 것이다. 여수시는 기업들이 조성한 녹지에서 발암물질이 검출됐기 때문에 이들 기업에 '오염의 책임이 있다'는 입장이다. 반면에 해당 기업들은 오염 원인자라는 '확실한 증거가 없다'며 반발하고 있다.
여수시 "대체녹지 1구간, 비소·불소 다량 검출"
4일 여수시에 따르면 롯데케미칼·여천NCC·GS칼텍스·DL케미칼·한화솔루션·그린생명과학 등 6개 기업은 지난 2019년 3월부터 2021년 9월까지 여수국가산단에 대체 녹지를 조성해 지난해 여수시에 기부 채납했다.
해당 녹지는 이들 기업이 산단 녹지에 공장을 증설하고 만든 대체 녹지다. 이 대체 녹지에 사용된 토사는 공장 증설 부지에서 유입된 것이다. 이들 기업은 공장 증설 부지에서 28만8000㎥의 토사를 이곳 대체 녹지에 반입했다.
문제는 해당 대체녹지에서 발암물질이 다량 검출되면서 시작됐다. 여수시가 주삼동 여수산단 내 대체 녹지조성지 1구간에 대해 토양 오염조사를 한 결과, 4m 깊이의 심토층에서 비소가 리터당 최대 108.99㎎, 불소는 최대 1,105㎎이 검출됐다. 공원부지의 법적 기준치를 보면 비소는 리터당 25㎎, 불소는 400㎎이다. 발암물질인 비소·불소가 기준치의 3∼4배를 초과한 셈이다.
비소는 비교적 높은 원자량과 독성으로 인해 중금속으로 분류되며 노출 시 피부·폐·심혈관계·신경계에 해로운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불소는 과다 노출 시 피부나 폐에 손상을 주는 독성 물질이다.
그러자 여수시는 최근 6개 기업에 토양 정화 행정명령을 내렸다. 이들 기업이 공장 증설 용지에서 토사를 가져와 대체 녹지를 만들었기 때문이다. 시는 성토된 흙에서 발암물질이 나온 만큼 녹지를 조성한 기업들에 오염의 책임이 있다고 봤다. 지방자치단체는 토양환경보전법에 따라 토양 오염을 인지한 경우 오염 원인자에 토양 정밀 조사와 정화 조치를 명할 수 있다.
기업들 "2015년 녹지해제 토양 조사에선 불검출"
반면, 해당 기업들은 2015년 진행된 토양오염조사 자료를 근거로 '반입된 흙에 문제가 없었다'고 맞서고 있다. 이들 기업은 공장부지 조성을 위해 관련법에 따라 토양환경 연구기관인 그린환경연구원에 의뢰해 사업지구 6곳에서 2015년 1월과 6월 두차례 환경영향평가를 위한 주변 토양에 대한 오염도 조사를 실시했다.
이들 기업에 따르면 비소와 불소를 포함해 납, 카드뮴, 아연, 수은, 등 21개 항목에 대한 조사 결과, 비소는 0.333~0.707mg/kg, 불소는 162.067~200.449mg/kg로 기준치 이하로 검출됐고, 나머지 조사 항목들도 기준치를 밑돌거나 불검출됐다.
해당 녹지를 조성한 기업 관계자는 "녹지 조성 과정에서 2015년 토양 조사를 했고 당시에는 오염물질이 나오지 않았다"며 "오염물질이 6개 회사에서 제공한 토양에서 나왔다는 게 확실하지 않은데 낙인을 찍고 있다"고 반박했다.
이에 대해 여수시 관계자는 "대체 녹지의 토양 8곳을 조사했는데 전반적으로 발암물질이 나왔다"면서 "조성한 부지에서 발암물질이 나왔는데 책임을 회피해서는 안 된다"고 재반박했다.
대체녹지 2·3구간도 추가 토양조사 불가피
여수시의 소극행정에 대한 비판 여론도 고조되고 있다. 여수시가 해당 대체녹지대에 대해 준공 또는 기부채납 전 토양오염에 대한 사전 조사나 사후 평가만 제대로 진행했어도 이처럼 큰 논란을 사전에 막을 수 있었다는 게 시민단체의 지적이다.
이번에 문제가 불거진 대체녹지대 1구간 외에도 2, 3구간이 준공 승인을 앞두고 있고 이들 대체녹지에도 녹지해제 시 나온 토사가 사용된 만큼 추가 오염도 조사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강흥순 여수환경운동연합 사무국장은 "산단 토양이 오염됐다고 의심할 수 있으니 산단 흙을 사용한 땅에 대해서는 전수조사가 필요하다"고 추가 조사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Copyright © 시사저널.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생후 7일 신생아 딸 암매장한 엄마…11살 아들도 지켜봤다 - 시사저널
- 산책하던 女 풀숲 끌고가 목조른 40대…“성폭행 하려던 것 아냐” - 시사저널
- 교사에 ‘흉기난동’ 20대…범행 전 휴대폰 번호 3번 바꿨다 - 시사저널
- “이참에 낳아볼까?”…‘신생아 특공’ 10문10답 - 시사저널
- ‘황금연휴’ 생겼는데 항공‧숙박 매진 행렬…“갈 데가 없다” - 시사저널
- “인천서 여성만 10명 살해” 협박글 올린 40대男, 붙잡히고 한 말 - 시사저널
- 신혼 첫날 태국인 아내에 강간죄 고소당한 50대 ‘무죄’ - 시사저널
- 신생아 98만원에 사들인 20대女, 2시간 후 300만원에 되팔았다 - 시사저널
- “일본인 때려잡자” 거세지는 ‘혐일’에 中 ‘자제령’ 속내는 - 시사저널
- 두려운 그 이름 ‘탈모’…머리카락 건강 지키려면? - 시사저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