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섯과 함께 만끽하는 가을
‘제철 음식’은 그 자체로 요리의 주요한 테마다. 계절마다 그때 맞는 재료는 최고의 효능과 맛을 낸다. 제철 식재료를 맛보는 미식 여행이나 메뉴가 사랑받는 것도 그 때문이다.
사찰음식은 제철 음식의 대명사다. 사찰에서 이용되는 가을 재료 중 대표적인 것은 버섯이다. 불가에서는 가을 산이 내준 가장 귀한 선물로 버섯을 꼽을 정도다.
흔히 먹는 버섯의 종류는 많다. 표고, 느타리, 양송이, 팽이 등은 마트나 시장에서 쉽게 만날 수 있는 버섯이다. 송이버섯은 귀하고 비싸기로 유명하다. 능이버섯은 보양식에 주로 사용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렇다면 사찰에서 특히 사랑받는 버섯은 뭘까. 능이버섯이다. 스님들 사이에는 1 능이, 2 송이, 3 표고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맛과 향에서 능이버섯을 최고로 친다. 능이버섯은 주로 끓는 물에 소금을 넣고 데치거나 그대로 말려서 사용하는데, 능이버섯에 고추를 넣고 끓은 국을 사찰에서는 감기예방국이라고도 부른다.
송이버섯도 불교와 인연이 깊다. 깊은 산 속에서 자라기 때문에 사찰에서 먼저 먹기 시작해 민간에 전파됐다. <임원십육지>에는 “해마다 8월이면 스님들이 밀가루, 유장(기름과 장)을 갖고 묘향산, 자골산 깊은 골짜기에 들어가서 어린 송이를 따다가 줄기를 십자로 쪼개어 밀가루 장을 장입하여 엮은 띠로써 싸고, 진흙을 발라서 쌓아 올린 장작에 불을 지르고 그 속에서 익기를 기다려 이것을 나누면 향기가 차고 맛은 천하일품이라”라고 쓰고 있다.
외식업계에서도 가을의 대표 재료인 버섯을 활용한 다양한 요리들을 선보이고 있다. 사찰음식 전문 음식점인 발우공양은 능이국과 모듬버섯 강정, 표고버섯 냉면, 표고버섯구이, 능이버섯전, 자연송이국 등을 내놓는다. 계절별로 미식이벤트를 실시하는 호텔가의 버섯 잔치도 풍성하다. JW메리어트호텔 서울은 ‘올 어바웃 머쉬룸’ 프로모션을 마련했다. 참송이, 새송이, 백만송이, 모렐 등 6종의 버섯볶음과 레몬 바질 드레싱을 얹은 ‘풍기샐러드’, 표고버섯과 만가닥 등 5종의 버섯을 치즈, 베이컨, 토마토 소스와 조합한 ‘머쉬룸 포켓 피자’, 먹물 치아바타에 참송이, 새송이를 구워 얹은 ‘머쉬룸 블랙 잉크 파니니’ 등을 만나볼 수 있다. 롯데호텔 서울 중식당 도림에서는 자연산 송이를 활용한 런치와 디너코스에서 자연송이 탄탄면, 자연송이 불도장 등을 내놓는다.
소피텔 앰배서더 서울 일식당 미오에서는 가을철 송이와 참나무 등을 넣고 먹는 일본식 가을요리 도빙무시를 맛볼 수 있으며 인터콘티넨탈 파르나스 서울에서는 가을 송이버섯 크로켓을 만날 수 있다. 롤링힐스 호텔 뷔페 레스토랑에서는 ‘롤링힐스 가을 축제’라는 타이틀로 버섯을 이용한 송이우육탕면 등 가을의 풍미를 느끼기 좋은 요리들을 마련했다.
한편 송이버섯의 대표적인 산지인 경북 봉화군에서는 송이버섯을 주제로 봉화송이축제를 개최한다. 이달 21일부터 24일까지 경북 봉화읍 체육공원과 송이산 일원에서 열린다.
박경은 기자 king@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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