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국정원, ‘수사·재판 중인 기록 열람·복사’ 시행령 조항 삭제한다

강연주·이혜리 기자 2023. 9. 4. 15: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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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부터 대공수사권 없어지는 국정원
사건 기록 등 접근할 땐 법령 충돌 소지
유관 기관 지적에 시행령 제정안 수정
서울 내곡동 국가정보원 청사 모습. 국회사진기자단

국가정보원이 수사에 준하는 활동을 명시한 시행령 제정안의 일부 조항을 삭제하기로 했다. 국정원은 제정안에 수사·재판 중인 사건 기록을 열람 및 복사할 수 있는 권한을 담았는데, 이에 대한 유관 기관의 문제제기가 잇따르자 조항 자체를 삭제하기로 한 것이다.

4일 경향신문 취재를 종합하면, 국정원은 최근 김의겸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안보범죄 등 대응업무 규정 시행령 제정안’ 제6조를 삭제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 조항은 국정원이 대공수사권 폐지 이후에도 정보 업무에 필요하다고 판단할 경우 수사·재판 중인 사건이나 확정된 재판 기록에 접근할 수 있도록 규정한 것이다. 이 조항 3항은 국정원으로부터 수사·재판 기록의 열람 및 복사 요청을 받은 국가기관은 ‘정당한 사유가 없으면 요청에 따라야 한다’고 돼 있다.

국정원은 김 의원실에 “제정안 6조(재판확정 기록 등 열람 복사 신청)의 경우 검찰 보존 사무규칙에 배치되는 측면이 있는 등 유관기관 의견을 수렴해 내부 검토를 거쳐 동 조항을 삭제할 예정”이라고 했다. 검찰 보존 사무규칙 제20조의2(수사서류 등의 열람·등사 신청)는 수사 중인 사건기록의 열람 등 신청권자를 소송 관계인으로 한정한다. 내년부터 대공수사권이 없어지는 국정원이 사건 기록 등에 접근할 경우 법령 충돌 소지가 있다는 것이다.

앞서 경찰청과 개인정보보호위원회 등 복수의 유관기관은 제정안 6조의 수정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국정원에 제시했다. 경찰청은 대공수사권이 없는 국정원이 수사에 개입할 경우 공판 과정에서 증거 수집의 적법성이 문제될 수 있다고 봤다. 개인정보위는 제정안 6조의 ‘수사기관에 열람 또는 복사를 요청한다’는 문구를 ‘각급 수사기관에 열람 또는 복사를 요청할 수 있다’로 수정해야 한다고 했다.

국정원은 시행령 제정안 6조를 폐지하는 대신 현행 국정원법 5조1항을 근거로 정보 수집활동을 하겠다고 했다. 국정원법 5조1항은 국정원이 직무 수행과 관련해 필요한 경우 국가기관이나 그 밖의 관계기관·단체에 사실의 조회, 확인, 자료의 제출 등 필요한 협조나 지원을 요청할 수 있도록 돼 있다. 요청을 받은 국가기관의 장은 정당한 사유가 없으면 요청에 따라야 한다.

국정원은 유관기관의 지적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시행령 제정안을 수정한다는 입장이다. 국정원이 정보 수집 과정에서 관련자가 소지한 물품을 임의로 제출받아 보관할 수 있도록 한 시행령 제정안 4조도 수정 대상이다. 국민권익위원회는 제정안 4조에 대해 국정원이 물품을 임의로 제출받거나 다른 수사기관으로 이송하는 절차에 대한 ‘투명성이 부족하다’며 문구 개선을 권고했고, 국정원은 권익위의 지적을 수용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관련기사 : 국정원 시행령에 잇단 빨간불…권익위도 “투명성 부족” 개선 권고)

김의겸 의원은 “재판 중 기록 및 불송치 기록까지 전부 들여다보는 시행령 제정안 6조를 삭제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며 “향후 수정안이 제출되면 상위법에 위반되는 사항이 없는지 다시 면밀히 따져볼 것”이라고 말했다.

강연주 기자 play@kyunghyang.com, 이혜리 기자 lhr@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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