뜻밖의 수산물 소비 ‘붐’…최후의 만찬? 괴담 ‘학습효과’?
2011년 원전 사고 당시 국내 어업 생산액 2년 연속 감소…“장기적 추이 봐야”
(시사저널=조문희 기자)
"많이 걱정했는데 생각보다 매출이 줄진 않았다. 오히려 (소비자들이) 더 많이 찾아주시는 것 같다."
서울 노량진수산시장에서 H상회를 운영 중인 강아무개씨의 말이다. 지난달 24일 후쿠시마 제1원전 오염수 방류가 시작된 이후 매출 타격을 우려했지만, 예상 외로 선전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4일 수산업계에 따르면, 국내외를 뜨겁게 달군 오염수 방류 이후 11일이 지난 가운데 현재까지 발표된 소비 지표상 관련 매출은 크게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국 각지 수산시장이나 해산물 관련 축제뿐만 아니라 추석 연휴를 앞두고 수산물 선물세트도 성황리에 판매되고 있다는 후문이다.
그러나 업계에선 여전히 긴장의 끈을 놓지 않고 있다. 소비자들이 오염수 방류 전 미리 잡힌 수산물을 소비하기 위해 서둘러 구매에 나선 것이란 해석이 나오면서다. 이 때문에 오염수 방류가 수산 시장에 미칠 영향을 보다 장기적으로 평가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당국은 오염수 방류 후 수산업계 타격을 최소화하기 위해 각종 소비 진작책을 시행하기로 했다.
오염수 방류에도 수산물 매출 상승에 '방긋'
이날 해양수산부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오염수 방류 직후인 지난달 24~29일 대형마트 3사의 수산물 매출액은 방류 직전(17~23일) 대비 103% 수준으로 나타났다. 방류 직후 첫 주말인 8월25~27일 노량진 소매점 매출은 일주일 전보다 14.6% 늘었으며, 식당 매출도 21.2%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통상 무더운 여름철이 끝나는 8월 말이 되면 수산물 소비는 늘어난다. 날씨의 영향과 가을 전어철과 맞물려, 9월 초부터 수산물 매출은 큰 폭으로 증가해왔다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당초 올해에는 오염수 방류 이슈 탓에 계절 특수를 누리지 못할 것이란 우려가 고개를 들었다. 하지만 예상 외로 시장 분위기가 침체되진 않았다는 전언이다.
실제 오염수 방류 이후 열린 전국 각지 수산물 관련 축제에는 예년보다 많은 관광객이 다녀갔다. 지난달 25일부터 3일간 열린 광양전어축제에는 역대 최다 인파인 5만 명이 다녀갔고, 비슷한 시기 개최된 마산어시장축제와 부산명지전어축제의 매출은 각각 3배와 1.3배씩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이밖에 오는 9월 말 추석 연휴를 앞두고 판매되는 수산물 선물세트 매출도 호조를 보이고 있다. 홈플러스‧롯데마트 등 주요 유통업계에 따르면, 수산물 선물세트 매출은 전년 대비 30~50% 뛴 것으로 기록됐다.
"오염수 방류 영향 장기간 평가해야"
다만 이 같은 수산물 매출 상승세에도 불구하고, 관련 업계들은 "안심하진 않는다"는 입장이다. 수산물 소비가 반짝 '붐'을 보이고 있는 것은 일종의 '최후의 만찬' 성격과 같다는 분석이 나오면서다. 현재 판매되는 수산물은 오염수 방류에 앞서 미리 비축한 물량이라는 기대감이 작용해 선제적 소비를 부추겼다는 해석이다.
무역 통계에 따르면, 2011년 3월 후쿠시마 원전 폭발 사고 당시 후폭풍은 수년간 지속됐다. 사고 이후 3년 동안 일본산 수산물 수입량은 2010년의 3분의 1 수준인 3만여 톤으로 급감했고, 10년 동안 기존 수입량을 회복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일본산 수산물뿐만 아니라 국내 어업 생산액 또한 2012년 –4.8%, 2013년 –6.0%로,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2년 연속 감소한 바 있다.
이와 관련해 차덕호 노량진수산시장 상인회장은 지난달 28일 KBS라디오 《최경영의 최강시사》에서 "2011년 후쿠시마 원전 사고 때 상인들은 한 번 학습했다. 그때의 악몽이 되살아날 수 있다"면서 "우리 국민의 먹거리 민감성을 고려할 때 (매출 상승) 추세를 속단할 수 없다. 최소 한 달간은 관찰해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박성훈 해양수산부 차관도 이날 "오염수 방류 전보다 오히려 부산물 배출량이 늘어난 것으로 볼 때 소비량이 간접적으로 늘어났다고 주장할 수 있을 것 같다"면서도 "다만 이 부분은 기간도 짧고 장기적인 추이를 봐야 하므로 말씀드리기 조심스러운 부분이 있다"고 했다.
한편 정부는 오염수 방류로 인한 수산업 타격을 최소화하기 위해 800억원 규모의 다양한 소비 촉진책을 내놓았다. 전통시장 온누리상품권 환급행사의 일환으로, 현재 전통시장에서 수산물을 5만원 이상 구매하면 2만원, 2만5000원 이상 구매하면 1만원을 돌려받을 수 있다. 또 당국은 오는 9일 서울 강서 수산물 도매시장을 시작으로 인천 소래포구 시장, 서울 노량진 수산시장, 부산 자갈치 시장에서 수산물 소비 활성화를 위한 축제를 연이어 개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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