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벽한 감자튀김이 ‘가뭄’을 부른다?…미국, 지하수 고갈 ‘위험 수위’
맥도널드 납품 등 수요 폭증도 영향
‘슈퍼 연못’도 말라 어류 생태도 위험
완벽한 감자튀김과 가뭄은 어떤 상관관계가 있을까?
미국인들이 좋아하는 예쁜 모양의 감자 등을 공급하기 위해 기업형 농장들이 지하수를 과도하게 사용한 탓에 수자원 고갈이 가속화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인근 지역의 가뭄을 악화시켜 주민들의 식수 공급을 위협하고, 어류 생태계에도 악영향을 끼치고 있다.
뉴욕타임스(NYT)는 3일(현지시간) 1940∼2022년 전국 8만여개 우물의 수위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를 토대로 기업형 농장들에 의한 미국 내 지하수 고갈 실태와 환경 영향을 진단했다.
이에 따르면 2021년 최악의 가뭄을 겪은 미네소타주에서는 가뭄으로 주민들이 어려움을 겪는 와중에도 기업형 농장들은 지하수를 펑펑 사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1만개의 호수가 있는 미네소타주는 미국의 대표적인 곡창 지대로, 여러 기업형 농장들이 감자·옥수수·콩·사탕수수 등의 작물을 재배하고 있다.
이들 농장은 한 해 동안 정부 허가량보다 최소 61억 갤런(230억 리터)의 지하수를 초과사용했다. 특히 초과 사용분의 3분의 1은 R.D.오펏이란 한 기업 소유 농장에서 발생했다. R.D.오펏은 지하수 덕에 극심한 가뭄 속에서도 맥도널드 감자튀김용으로 납품할 감자를 문제 없이 생산할 수 있었다.
기업형 농장의 과도한 지하수 사용은 대수층(지하수를 품고 있는 지층) 수위를 낮춰 지역 가뭄을 심화시켰다. 인근 하천으로 유입되는 차가운 지하수가 줄어들면서 하천의 수온이 높아졌고, 이는 결국 송어 등 어류 생태계 위협까지 초래했다. 미네소타주 일부 지역에서는 뒷마당 우물이 마르고, 가정 내 물 사용이 어려워지도 했다.
가뭄이 악화되면서 ‘슈퍼 연못’이라고 불리는 거대한 연못도 말라 밑바닥을 드러냈다. 일부 주민들은 우물이 말라붙자 샤워를 하는 등 물을 사용하기 위해 이웃이나 친인척 집으로 가야 했고, 지역 공무원들은 병원과 가정에 식수를 공급하기 위해 우물의 펌프로 20m 가량 더 깊이 퍼올려야 했다.
NYT는 이런 와중에도 농장들이 ‘A등급’으로 분류되는 예쁜 모양의 감자를 만들기 위해 과도한 물을 사용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색상이 고르고, 부드러운 모양의 ‘완벽한’ 감자를 만들기 위해선 일정한 양의 물이 공급되어야 하기 때문에 대규모 농장들이 과도하게 물을 사용한다는 것이다. 전 세계적으로 패스트푸드점이 확산하고 학교 급식 등에도 감자튀김이 자주 올라가면서 감자 수요가 급증한 것도 이러한 현상을 심화시켰다고 분석했다.
미국 수자원의 90%는 대수층에 의존하고 있다. 이 때문에 NYT는 지하수 고갈이 계속되면 미네소타주, 캔자스주와 같은 주요 곡창 지대가 타격을 입어 식량 초강대국으로서의 미국의 지위가 위협받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엘런 컨시딘 미네소타주 천연자원부 고문은 “대수층까지 파괴할 경우 미래 세대에 충분한 지하수를 남기지 못할 수 있다”고 말했다.
최서은 기자 cielo@kyunghyang.com
Copyright © 경향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단독] 강혜경 “명태균, 허경영 지지율 올려 이재명 공격 계획”
- “아들이 이제 비자 받아 잘 살아보려 했는데 하루아침에 죽었다”
- 최현욱, 키덜트 소품 자랑하다 ‘전라노출’···빛삭했으나 확산
- 수능문제 속 링크 들어가니 “김건희·윤석열 국정농단 규탄” 메시지가?
- 윤 대통령 ‘외교용 골프’ 해명에 김병주 “8월 이후 7번 갔다”···경호처 “언론 보고 알아
- 이준석 “대통령이 특정 시장 공천해달라, 서울 어떤 구청장 경쟁력 없다 말해”
- “집주인인데 문 좀···” 원룸 침입해 성폭행 시도한 20대 구속
- 뉴진스 “민희진 미복귀 시 전속계약 해지”…어도어 “내용증명 수령, 지혜롭게 해결 최선”
- 이재명 “희생제물 된 아내···미안하다, 사랑한다”
- ‘거제 교제폭력 사망’ 가해자 징역 12년…유족 “감옥 갔다 와도 30대, 우리 딸은 세상에 없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