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문규 후보자, ‘블랙리스트 책임’ 의혹에도 ‘예술대 총장 임명’ 찬성

문상현·주하은 기자 2023. 9. 4. 14: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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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문규 산업부 장관 후보자가 ‘문화계 블랙리스트 책임자’ 의혹을 받은 송수근 전 문체부 차관을 계원예술대학교 총장으로 임명하는 데 찬성한 사실이 〈시사IN〉 취재 결과 밝혀졌다. 당시 학생·교수들은 총장 퇴진을 요구하며 이사회의 독단적 운영을 비판했다.

방문규 산업통상자원부(산업부) 장관 후보자가 ‘문화계 블랙리스트 책임자’ 의혹을 받은 송수근 전 문화체육관광부(문체부) 차관을 계원예술대학교 총장으로 임명하는 데 찬성한 사실이 〈시사IN〉 취재 결과 밝혀졌다. 방 후보자는 학교법인 계원학원 이사로 재직 중 이사회에 참석해 총장 임명을 찬성했다. 이사회의 발표 이후 계원예술대학교 교수·학생과 문화계 단체들은 “예술인을 양성하는 기관의 총장에 예술인을 탄압하던 당사자가 임명된 현실을 참을 수 없다”라며 반발했다.

방문규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후보자가 8월24일 오전 서울 종로구 인사청문 준비 사무실로 출근하고 있다. ⓒ연합뉴스

국회 산업통상중소벤처기업위원회 더불어민주당 김성환 의원실에 따르면, 방문규 산업부 장관 후보자는 최근 국회에 ‘인사청문요청서 수정내용’ 자료를 보내왔다. 기존 자료에는 자신이 2019년 6월10일부터 10월29일까지 학교법인 계원학원 이사로 재직했다고 밝혔지만, 2018년 7월3일부터 2019년 5월28일까지도 동일한 이사직에 재직했던 이력을 추가했다.

〈시사IN〉이 방문규 후보자가 학교법인 계원학원 이사로 재직하던 시절 이사회 회의록을 확인한 결과, 그는 ‘문화계 블랙리스트 책임자’ 의혹을 받았던 송수근 전 문체부 차관을 계원예술대학교 총장으로 임명하는 데 찬성했다. 학교법인 계원학원의 2019학년도 제4차 이사회 회의록에 따르면, 이날 4번째 의안으로 계원예술대학교 총장 선임안이 다뤄졌다. 당시 최종 후보 3인 중 송수근 전 차관을 총장으로 선임하자고 김영식 당시 이사장이 제안하자 방 후보자를 비롯한 모든 이사들이 찬성했다. 당시 이사장 및 이사, 감사 등 임원 정원은 10명, 이사회에 참석한 임원은 8명(이사 6명, 감사 2명)이었다.

계원예술대학교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확인할 수 있는 방 후보자 재직 시절 계원학원 이사회 회의록은 2019학년도 제6차, 제7차 두 가지다. 두 번 모두 방문규 후보자는 불참했다. 두 이사회에는 계원예술고등학교 교감 임명, 계원예술대학교 조직개편안과 교원 징계안, 추경안 등이 안건으로 올라왔다. 방 후보자 측에 따르면 상임 이사가 아니라 보수는 없었다. 이사회에 참석할 때마다 회의비를 40만원씩 받았다. 방 후보자는 2018년과 2019년에 회의비로 각각 160만원과 120만원을 지급받았다.

방문규 산업부 장관 후보자가 송수근 전 문체부 차관의 계원예술대학교 총장 임명에 동의한 이사회 회의록 일부. ⓒ학교법인 계원학원 2019학년도 제4차 이사회 회의록 갈무리

방 후보자의 계원학원 이사 재직 시절, 일부 임원진은 공통적으로 청와대 비서실과 중앙정부 차관 근무 이력을 갖고 있었다. 방문규 후보자가 학교법인 계원학원 이사로 재직하던 시기는 방 후보자가 보건복지부 차관에서 퇴임한 지 약 1년이 지난 시점이었다. 김영식 계원학원 이사장은 교육부(당시 교육인적자원부) 차관(2004~2006년)이었다. 1990년부터 1991년까지 청와대 비서실에서 교육담당행정관을 지냈다. 논란이 된 송수근 총장도 2016년부터 문체부 차관을 역임했다. 2017년 조윤선 전 문체부 장관이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작성 및 집행 혐의로 구속돼 사의를 표명하자 장관 대행을 맡기도 했다. 2001년에는 청와대 비서실 행정관으로 근무했다. 학교법인 계원학원을 운영하는 파라다이스그룹은 각각 보건복지부와 문화체육관광부 소관 비영리법인인 ‘파라다이스 복지재단’과 ‘파라다이스 문화재단’ 역시 운영하고 있다.

송수근 전 문체부 차관은 이른바 ‘문화계 블랙리스트 책임자’라는 의혹을 받은 인물이다. 2017년 6월13일 감사원이 발표한 ‘문화체육관광부 기관운영감사’에 따르면, 송 전 차관이 단장으로 이끌었던 ‘건전 콘텐츠 활성화 TF(건전 TF)'는 특정 문화예술인·단체에 대한 지원 배제를 이행하고 관리하는 업무를 총괄했다. 김기춘 당시 대통령 비서실장은 당시 김종덕 문체부 장관에게 블랙리스트에 관련한 지시를 내렸고, 김종덕 당시 장관은 다시 송수근 당시 차관에게 “정치적인 작품 등에 국고가 지원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라고 지시했다.

송수근 전 차관이 대통령 비서실장과 장관의 지시에 따라 2015년 2월경 ‘특정 문화예술인·단체 지원배제 명단’을 소관 실·국·과에 이를 공유했다고 감사원은 판단했다. 송 전 차관은 감사원에 “건전 TF의 목적은 지원배제 컨트롤타워 역할이 아니었으며, 지원배제 관련 진행상황 관련 자료를 취합하여 대통령비서실에 보고하기 위한 것”이라고 반박했다. 하지만 감사원은 “건전 TF 회의는 대통령비서실의 직접적인 지원배제 지시와는 별도로 존재하는 시스템으로서, 건전 TF가 단순히 대통령비서실에 보여주기 위한 자료를 취합하기 위한 조직이었다는 주장은 인정하기 어렵다”라고 결론 내렸다. 다만 송 전 차관은 블랙리스트와 관련해 박영수 특검팀의 수사 등을 받았으나 기소되지는 않았다.

‘문화계 블랙리스트’ 사건에 대한 감사원의 감사 결과 ⓒ감사원 감사 결과 갈무리

학교법인 계원학원 이사회가 송수근 전 차관을 계원예술대학교 총장으로 선임하자, 학생들과 교수를 비롯해 다양한 문화예술단체가 이에 반대 의사를 표명했다. 당시 14명의 교수가 참여한 ‘블랙리스트 총장 퇴진과 학교 정상화를 위한 계원예술대학교 교수 모임’은 “이사회의 독단적인 운영으로 강행된 총장 선출 과정에서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사건 실행자’가 걸러지지 않고 총장으로 임명되는 어처구니없는 일이 벌어진 것”이라고 평가했다. 또한 ‘블랙리스트 책임자 계원예대 총장 퇴진을 위한 공동행동’에는 50개 단체와 499명의 개인이 연서명해 송 전 차관의 총장 퇴진을 요구하기도 했다.

방문규 산업부 장관 후보자가 ‘문화계 블랙리스트’ 책임자를 계원예술대학교 총장으로 임명하는 데 찬성한 것이 부적절하지 않느냐는 〈시사IN〉의 질의에 산업부 대변인실은 “당시 이사회는 후보자 경력 등을 감안하여 전체 의견을 모아 추천했다. 블랙리스트건은 당시 이사회에서 보고나 문제 제기가 없었던 것으로 기억한다”라고 답변했다.

김성환 의원은 “산업부 장관에 지명된 방문규 후보자가 그 스스로는 관료 카르텔의 일원이었다는 증거다. 윤석열 정부 ‘반카르텔’ 정치의 내로남불식 이중잣대가 드러났다”라고 말했다.

문상현·주하은 기자 kil@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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