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직해임 집행정지 심리마친 박정훈 대령 측 "항명 가이드라인 될듯"(종합)
군인권센터도 의견서 제출…보직해임 자체가 '수사권 박탈'
(수원=뉴스1) 배수아 이상휼 기자 = 해병대 채모 상병 순직사건을 수사하다가 보직해임된 박정훈 대령(전 해병대 수사단장)의 보직해임 집행정지 신청사건에 대한 결과가 추석 전에 나올 것으로 보인다.
4일 수원지법 행정3부는 이날 오전 11시10분께 박 대령이 해병대사령관을 상대로 낸 보직해임 집행정지 사건의 심문을 비공개로 진행했다. 앞서 박 대령은 지난 7월21일 수원지방법원에 '보직해임 집행정지'를 신청한 바 있다.
본안사건인 보직해임무효확인 소송은 아직 심문기일이 지정되지 않았다. 보통 본안소송의 경우 첫 기일 지정이 늦게 이뤄지는데다 한 번의 변론기일로 끝나지 않는다. 박 대령측은 집행정지 심문기일이 본안 판단을 상당 부분 하고 있어 내부 결정할 때 중요한 자료가 되기 때문에 집행정지를 신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 대령 측 김정민 변호사는 법정에 입장하기 전 취재진 앞에서 "수원지법에서는 국민의 판단에 기초해 상식에 맞는 결정을 할 거라고 믿는다"고 말했다. 집행정지를 신청한 계기에 대해서는 "보직을 박탈하는 건 근거도 없는 횡포"라며 "군사경찰의 독립성이 근본적으로 흔들리는 이 사태에 대해 법원이 조치를 해주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이어 "하루 빨리 복귀해서 박 대령의 규명뿐 아니라 채 상병 사망 원인이 무엇인지도 보강수사를 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날 심문은 1시간30여분간 비공개로 진행됐다. 재판부는 본안심리에 가까운 쟁점을 조목조목 지적한 것으로 알려졌다.
재판부는 군측에 "구체적인 이첩보류 지시가 있었는지에 대한 명확한 근거가 무엇이냐"고 질의했고 "이첩보류 명령에 대한 증거를 제출하라"고 주문했다.
이에 대해 군측에선 "수사서류지만 제출 가능한지 검토하겠다"고 했고, 박 대령측은 "공개하는 걸 동의하니 수사기록을 제출해달라"는 입장을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 대령측은 재판부에 "수사단장 보직을 빼앗기고 쫓겨난 상태에서는 외압의 진상을 규명하는데 지장을 받는다"고 호소한 것으로 전해졌다.
재판부는 양측에 오는 8일까지 주장을 정리해 제출하고, 15일까지는 입증자료를 제출하라고 주문했다. 해당 심문에 대한 결과는 추석 전 나올 것으로 보인다.
심문 후 나온 박 대령은 덤덤한 표정이었다.
박 대령 측 김 변호사는 "일반심리 중에서는 자세하게 심리가 진행됐고 법원도 이 사건의 중요성을 인식한 것으로 보인다"며 전반적인 심리 분위기를 전했다. 이어 "항명사건의 가이드라인이 되지 않겠나. 의미 있는 사건"이라고 덧붙였다.
임태훈 군인권센터장도 "수사단장이 공석이라는 건 수사 최고지휘관이 공백인 상태라는 것"이라며 "이렇게 되면 해병대에서 벌어지는 여러 형사사건에 대한 업무공백이 생기는 것이기 때문에 법원은 긴급히 이 사건을 살펴 수사단장을 복귀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군인권센터는 이날 "보직해임 자체가 수사권 박탈"이라는 내용의 의견서를 수원지법에 제출했다. 수사권을 뺏으려고 하는 것은 억울한 죽음의 실체적 진실을 파헤치려는 '수사 방해행위'라는 것이다.
박 대령측은 국방부 검찰단장에 대해 공무집행방해와 직권남용 혐의로 고발할 것을 검토하겠다고도 밝혔다. 임 센터장은 "채 상병에 대한 공정한 수사를 기대하기 어렵다"며 "보직해임해야 할 사람은 국방부 검찰단장"이라고 주장했다.
현장에는 박 대령을 응원하는 군 사망 유가족과 박정훈 대령의 동기 등 해병대 전우들 수십여명이 함께 했다. 고 이예람 중사 아버지도 함께해 박 대령에게 응원을 보탰다.
심문 후 법정을 나서는 박 대령에게 한 유족은 "잘 견뎌달라. 저희들의 희망이다"라고 외치기도 했다.
지난 7월19일 해병대 제1사단 소속이던 채 상병(당시 일병)은 경북 예천군 내성천에서 구명조끼 착용 없이 집중호우 피해 실종자 수색을 하던 중 급류에 휩쓸려 숨졌다.
박 대령은 채 상병 순직 사건 관련 해병대 1사단장 등 8명이 과실치사 혐의가 있다는 내용의 수사 결과를 국방부장관에게 보고했으며 경찰에 수사서류를 인계했다가 수사단장 보직 해임됐다. 이후 군검찰로부터 항명 혐의로 수사를 받았으며 구속영장이 청구됐으나 군사법원에서 기각됐다.
sualuv@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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