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기술 봉쇄 뚫고...화웨이 자체 개발 5G폰 1분 만에 매진

이종섭 기자 2023. 9. 4. 14: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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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트폰 ‘메이트60 프로’에 자체 5G칩 사용
중국 매체들 “미국 포위망 뚫고 기술 전쟁 승리”
중국 상하이 화웨이 매장에 새로 출시된 스마트폰 ‘메이트60 프로’가 전시돼 있다. EPA연합뉴스

미국의 전방위적 제재를 받아온 중국 통신장비업체 화웨이가 새롭게 출시한 프리미엄 스마트폰이 중국 국내외에서 큰 주목을 받고 있다. 이 스마트폰에 자체 개발한 5G 칩이 사용된 것으로 알려지면서 화웨이가 미국의 기술 봉쇄를 돌파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4일 계면신문 등에 따르면, 화웨이가 최근 출시한 스마트폰 ‘메이트60 프로’는 지난 3일 오후 6시8분(현지시간) 공식 판매를 시작한 지 1분만에 화웨이스토어와 타오바오(淘寶), 징둥(京東) 등 온라인 쇼핑몰에서 모두 매진됐다. 같은 시각 오프라인 판매가 시작된 베이징과 상하이, 선전, 광저우 등 주요 도시의 화웨이 매장에도 해당 제품을 사려는 사람들이 길게 줄을 늘어선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화웨이는 지난달 29일 자사 공식 온라인 쇼핑몰에서 메이트60 프로 출시 사실을 깜짝 공개하며 사전 예약판매를 시작했다. 당시 화웨이는 메이트60 프로가 세계 최초로 위성전화를 지원한다고 홍보했지만 자세한 사양은 공개하지 않았다. 그러나 이 제품이 화웨이가 자체 개발한 첫 5G 스마트폰으로 알려지면서 공식 판매 전부터 큰 관심을 모았다. 화웨이는 2020년 9월 미국의 제재로 5G 칩을 구매할 수 없게 돼 그동안 5G 스마트폰을 생산하지 못 해왔기 때문이다. 화웨이가 시장에 내놓은 5G 스마트폰 제품은 2020년 10월 출시한 메이트40 시리즈가 마지막이었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는 중국 벤치마크 사이트 안투투를 인용해 메이트60 프로를 테스트한 결과 이 제품의 중앙처리장치(CPU)가 화웨이의 반도체 설계 자회사 하이실리콘이 설계한 ‘기린 9000s’로 확인됐다고 전했다. 화웨이는 메이트40까지 하이실리콘이 설계하고 대만 파운드리(반도체 수탁생산) 업체 TSMC가 만든 ‘기린 9000’을 사용했지만 미국의 제재로 TSMC에서의 생산이 불가능해졌다. 반도체 컨설팅업체 테크인사이트는 메이트60 프로에 쓰인 기린 9000s가 중국 반도체 기업 SIMC에서 2세대 7나노미터(10억분의 1m) 공정을 적용해 만든 것이라고 분석했다.

7나노 반도체 양산은 애플이 아이폰에 사용하고 있는 4나노 공정 반도체에 비해서는 기술력이 떨어지는 것이지만, 중국이 첨단 반도체 자체 설계와 생산에 성공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중국 관영매체들은 미국의 포위망을 뚫고 중국이 기술 전쟁에서 승리한 것이라고 묘사하고 있다. 관영 CCTV는 지난 3일 앵커 논평에서 메이트60 프로 출시에 대해 “화웨이는 4년여에 걸친 미국의 전방위적 압박을 겪으면서도 쓰러지지 않고 오히려 끊임없이 장대해지며 1만여개의 부품을 국산화 했다”며 “화웨이의 포위망 돌파는 자주혁신의 가능성이 매우 많다는 것을 설명한다”고 추켜세웠다.

미국에서도 놀랍다는 반응이 나온다. 워싱턴포스트는 화웨이의 메이트60 프로 출시로 미국의 제재가 중국의 핵심 기술 발전을 막는 데 실패했다는 우려를 촉발했다고 전했다. 컨설팅회사 올브라이트 스톤브리지그룹의 폴 트리올로 선임부사장은 이 매체에 “(화웨이가) 서방의 최첨단 모델만큼은 아니지만 미국 기술 없이도 상당한 성능의 제품을 설계·생산할 수 있음을 보여줬다”며 “이는 지정학적으로 큰 의미가 있다”고 짚었다.

베이징 | 이종섭 특파원 nomad@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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