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일 원장 "강남은 거대 정신병동…해결책은 사람 만나는 것"

신재우 기자 2023. 9. 4. 14: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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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내고 나니 주변에서 강남이 정신 병동이 아니라 서울이 정신 병동이고 세계가 정신 병동이라고 이야기하더라고요."

4일 서울 중구 한 식당에서 책 출간 기자 간담회를 연 그는 "95년도에 강남에서 정신과를 개업했는데 정말 많은 부자들이 스스로 인생을 망치고 있었다"며 "그들을 보면 거의 99%가 사람을 안 믿고 사람의 말을 믿지 않는다. 강남은 돈이 중심이 되다 보니 관계 속에서 평화나 만족을 찾기 어렵고 이와 같은 일들이 일어나는 것 같다"고 안타까움을 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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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4일 서울 중구 한 식당에서 '강남은 거대한 정신병동이다'의 저자 김정일 정신과 원장이 기자 간담회를 진행했다.(사진=지식공작소 제공) 2023.09.04.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신재우 기자 = "책을 내고 나니 주변에서 강남이 정신 병동이 아니라 서울이 정신 병동이고 세계가 정신 병동이라고 이야기하더라고요."

서울 강남에서 정신과 의원과 정신건강센터를 운영하는 김정일 원장은 '강남은 거대한 정신병동이다'에 40여 년간의 경험을 녹여냈다.

4일 서울 중구 한 식당에서 책 출간 기자 간담회를 연 그는 "95년도에 강남에서 정신과를 개업했는데 정말 많은 부자들이 스스로 인생을 망치고 있었다"며 "그들을 보면 거의 99%가 사람을 안 믿고 사람의 말을 믿지 않는다. 강남은 돈이 중심이 되다 보니 관계 속에서 평화나 만족을 찾기 어렵고 이와 같은 일들이 일어나는 것 같다"고 안타까움을 표했다.

책에는 그간 김 원장이 진단하고 처방한 수많은 환자들의 사연이 나온다. 부자 아버지가 자신의 자식을 '더 잘하라'고 두들겨 패고, 의사 아들을 결혼 시킨 어머니는 자살을 결심하는 등 수많은 정신적 문제에 시달리는 강남 사람들의 이야기를 각색하고 허락을 구해가면서 책에 옮겼다.

"결국 가장 중요한 건 교육이에요. 어떻게 하면 정신이 건강하고 행복할 수 있을지를 아는 방법은 이야기고 그중 가장 좋은 건 살아있는 이야기잖아요. 결국 (건강하기 위해선) 인간적으로 회복을 해야 하니까 자극을 주고 싶었습니다."

분당 서현역 칼부림 사건부터 신림동 칼부림 사건 등 최근 늘어난 '묻지마 범죄'의 배경에도 정신 질환이 있다고 그는 분석했다. 김 원장은 "히키코모리(은둔형 외톨이)에게는 사회에 대한 공포가 있고 망상이나 환각을 보기도 한다. (묻지마 범죄는) 그들에게 자신을 공격하는 이들에 대한 과잉 보호인 셈"이라며 "그들은 세상을 눈으로 보는 게 아니라 뇌로 본다. 그렇게 보고 듣고 느낀 걸 거부할 수 없기 때문에 그렇게 행동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서울=뉴시스] 신재우 기자 =4일 서울 중구 한 식당에서 '강남은 거대한 정신병동이다'의 저자 김정일 정신과 원장이 기자 간담회를 진행했다. 2023.09.04. shin2roo@newsis.com


국내 최초로 히키코모리 전문 클리닉을 열기도 한 그는 "실제로 환자 중에는 자신을 방어하기 위해 회칼을 들고 다닌다며 진료 중 꺼내서 보여준 사람도 있다"며 "몸은 보조 장치가 있지만 정신의 경우에는 보조 장치를 만들기 쉽지 않기 때문에 사회성을 높여주는 치료를 하는 게 쉽지는 않다"고 자신의 경험을 털어놨다.

우리 사회에 우울증, 불면증 등 정신적 문제가 심각해진 배경에는 '돈'이 있다. 저자가 강남이라는 지역에 집중한 이유도 바로 이 떄문이다. "좋은 대학에 가고 잘 사는 것이 전부인 것처럼 어린 시절부터 커가잖아요. 맹목적으로 돈을 쫓으려고 하다 보니 열등감이라는 정말 무서운 감정이 생겨버리는 거죠. 인간은 만족을 관계를 통해 얻어야 하는 데 이런 노력을 하기 싫으니 마약이나 도박에도 빠지고 결국 중독돼 피해망상도 늘어나고 악순환이 되는 거죠."

"해결책은 결국 사람을 만나는 것"이라는 김 원장은 "어렵겠지만 자꾸 사람을 만나야 한다. 특히 어렸을 때 대인 관계를 많이 시켜야 한다. 그다음은 부모가 좋은 모범을 보여야 한다"며 "공동체감이 높을수록 정신적으로 건강한 것이고 이 때문에 부모는 내 아이만 잘 먹고 잘 살게 키우는 것이 아니라 배려하고 공감하면서 관계를 잘 맺을 수 있게 교육해야 한다"고 해결책을 제시했다.

"힘들더라도 사회생활을 해야 해요. 히키코모리의 경우 정말 안타까운 게 그런 범죄를 저지르고 교도소에 가게되면 정말 끔찍한 환경에서 평생을 보내야 하는데 나를 지키려고 했던 행동이 결국 나를 생지옥으로 데려가는 거란 말이죠. 나아가지 않으면 더 끔찍한 고통이 기다리고 있는 겁니다. "

☞공감언론 뉴시스 shin2roo@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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