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전부터 추모객 줄이어…“학교에 병가, 연가 내고 왔다” 아이와 함께 한 학부모들 “현장 보고 듣는 게 의미있다 생각” ‘체험학습’ 신청하고 ‘선생님 편히 쉬세요’ 쪽지 남긴 아이들
(시사저널=정윤경 인턴기자)
숨진 서울 서초구 서이초등학교 교사의 49재 추모일을 맞아 서이초를 찾는 사람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교권 보호' 요구의 불씨를 당긴 서이초에는 4일 오전부터 시민들이 몰리고 있다. 서이초 운동장에는 이날 오전 9시부터 오후 10시까지 시민들을 위한 추모 공간이 마련된다.
추모 공간을 연지 1시간쯤 지난 오전 10시경 헌화를 위해 줄을 선 추모객은 300여 명에 달했다. 추모객 가운데는 동료 교사의 죽음을 애도하기 위해 현장을 찾은 일선 교사들도 보였다.
2년차 초등학교 교사라고 밝힌 A씨(26)는 "숨진 서이초 선생님과 같은 학번"이라며 "비슷한 시기에 대학 생활을 하고 꿈을 향해 달려온 동기라 생각돼 (학교에) 병가를 내고 왔다"고 밝혔다.
그는 "동료 교사 7명과 함께 '병가', '가족 돌봄 휴가' 등을 학교에 제출하고 추모하러 왔다"면서 "오후에는 국회 앞에서 1인 시위를 하고 집회에 동참하겠다"고 밝혔다.
지방에서 올라 왔다는 6년차 초등학교 교사 송아무개(30)씨는 "근무하는 학교가 오늘 임시휴업(재량휴업)이라 아침부터 버스를 타고 (고인에게) 인사드리러 왔다"면서 "임시휴업에 동참하는 학교가 전국에서 30곳도 안 된다는 게 속상하다"고 토로했다.
교육부가 지난 1일 오후 5시 기준으로 파악한 결과 전국 30개 초등학교(0.5%)에서 이날 임시휴업(재량휴업)을 결정했다. 하지만 일선 학교 관계자들에 따르면, 49재 추모일 당일인 이날 상당수 교사들은 연가나 병가 등을 활용해 출근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아울러 송씨는 최근 나흘 사이 경기·전북 등에서 교사 3명이 스스로 목숨을 끊은 사건을 언급하면서 "기사를 볼 때마다 '오늘 또 동료를 잃지 않을까' 조마조마하다"고 울먹이기도 했다.
'현장학습'으로 추모공간 찾은 12살 학생 "좋은 곳 가시길"
아이의 손을 잡고 애도의 마음을 전하러 온 학부모들도 다수 보였다.
초등학교 1학년, 3학년 아들 둘과 함께 온 B씨(40·여)는 "아이들에게 '선생님이 좋은 곳으로 가시기를 기도드리면 좋은 곳에 가실 수 있다'고 말했더니 흔쾌히 따라왔다"고 말했다.
초등학교 1학년 아들, 5학년 딸과 이곳을 찾은 남아무개(41)씨도 "아이들이 현장에 직접 와서 보고 듣는 게 의미가 있다고 생각해서 데려왔다"며 "'앞으로 이런 일이 되풀이되지 않게 하기 위해 우리가 추모를 하는 거야'라고 설명했다"고 전했다.
추모 공간에는 '선생님, 안전한 학교를 만들게요', '편하게 쉬세요', '하늘나라에서도 잘 지내시고 행복하세요'와 같이 고사리 같은 손으로 삐뚤빼뚤하게 쓴 쪽지가 여럿 붙어 있었다.
학교에 체험학습 신청을 하고 왔다는 최아무개(12)양은 "선생님이 좋은 곳에 가길 바라는 마음으로 왔어요"라며 쪽지를 남겼다. 이아무개(10)군도 "아침 9시부터 두 시간 동안 교문 앞에서 꽃을 나눠줬어요. 20송이씩 들고 있었는데 한 10번 정도 리필한 것 같아요"라며 구슬땀을 닦았다.
숨진 교사를 추모하기 위한 행사는 오후에도 계속된다. 서이초 강당에는 이날 오후 3시부터 조희연 서울교육감, 임태희 경기교육감, 정성국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장, 김용서 교사노동조합연맹위원장, 전희영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위원장 등과 고인의 학교 선후배 등이 참석하는 '49재 추모제'가 진행된다.
이어 오후 4시30분부터는 서울 국회의사당 앞 대로에서 49재 추모 집회가 열릴 예정이다. 전국 추모 집회는 충남교육청, 대구교육청, 대구 2·28 기념공원, 광주 5·18민주광장, 제주교육청, 인천교육청, 충북교육청, 충남교육청, 대전 보라매공원 앞 등지에서 열릴 예정이다.
※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이 있거나 주변에 이런 어려움을 겪는 가족·지인이 있을 경우 자살 예방 핫라인 ☎1577-0199, 희망의 전화 ☎129, 생명의 전화 ☎1588-9191, 청소년 전화 ☎1388 등에서 24시간 전문가의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