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부모가 교사 지켜줘야죠”…교육 공백 메우러 나온 학부모

강정의 기자 2023. 9. 4. 14: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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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 해밀초 학생들이 4일 학교 놀이터에서 밧줄놀이를 즐기고 있다. 강정의 기자
세종 해밀초 학부모 20여명 자원봉사 나서
학부모들 “교사들 지지하고 응원”

“향후 교육부가 추모에 나선 교사들을 징계한다면, 학부모들이 모여 단체 행동을 해서라도 선생님을 꼭 지켜드릴 거예요.”(학부모 여은정씨)

“우리가 교육 공백 메우기에 나선 이유는 오로지 선생님을 지지하고 응원하기 때문입니다.”(학부모 박석희씨)

서울 서초구의 한 초등학교에서 숨진 교사의 49재일인 4일 오전 세종 해밀초등학교. 이 학교에서 만난 학부모들은 한목소리로 추모에 나선 교사들을 안쓰러워하며 응원하는 말을 전했다.

해밀초는 세종지역에서 휴업을 한 8개 학교 중 한 곳이다. 세종과 충남에서는 이날 각각 8개, 5개의 학교가 휴업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해밀초 학부모 20여명은 학생들의 교육 공백이 우려되자 학교 측에 자원봉사를 하겠다고 나섰다.

이날 학부모들은 학교 놀이터를 비롯한 도서관, 실과실, 과학실 등에서 밧줄 놀이, 일본문화체험, 보드게임, 영화감상 등의 수업을 진행했다. 일일교사로 나선 학부모들은 요리 등의 관련 자격증을 가진 것으로 알려졌다.

김지원 해밀초 학부모회장은 “선생님이 집회에 참여하려는 마음을 충분히 이해한다”며 “학부모들 사이에서는 선생님들의 행동을 이해하는 공감대가 형성돼 있다”고 말했다.

세종 해밀초 학생들이 4일 학교 실과실에서 진행된 일본문화체험 수업에 참여하고 있다. 강정의 기자

학교 실과실에서는 일본 요리인 타코야끼를 만드는 체험 수업이 진행됐다. 수업에 참여한 학생 20여명은 학부모들의 지도에 따라 진행된 이색적인 요리 수업에 참가했다.

3학년 학생 문모군은 “친구 엄마와 함께한 수업이 흥미로웠다”고 말했다. 이날 해밀초에 등교한 재학생은 220여명인 것으로 확인됐다.

유우석 해밀초 교장은 “학교 휴업일이었지만 1000여명의 전체 재학생 중 220여명의 학생이 학교에 나왔다”라며 “맞벌이 등의 이유로 아이를 학교에 보낼 수밖에 없는 학부모들도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유 교장은 “학부모들이 공교육 멈춤에 대해 지지해주는 데 더해 자원봉사까지 선뜻 나서줘 감사할 따름”이라고 덧붙였다.

앞서 해밀초는 개학일인 지난 17일부터 학교재량휴업일 결정과 관련된 논의를 이어왔다. 지난 23일까지 교직원과 학부모 등의 의견을 수렴했으며, 25일 학교운영위원회를 거쳤다. 유 교장은 다음날 학교재량휴업일을 결정했다.

최근 해밀초가 552명의 학부모를 대상으로 ‘9월4일 학교재량휴업일을 지정하고자 하는 취지에 공감하시나요’라는 의견 수렴에 나선 결과, 86.9%(매우 공감한다 51.6%·공감한다 35.3%)가 ‘공감한다’고 응답했다.

해밀초 학부모들이 4일 학교 내 카페에서 학생들을 위한 음료를 제조하고 있다. 강정의 기자

한편, 공교육 멈춤과 관련, 대전지역에서는 교육청이 일선 학교들의 교외체험학습을 막기 위해 학교장을 겁박했다는 주장이 나왔다. 김현희 전교조 대전지부장은 “일부 대전지역 학교가 가정통신문을 통해 ‘9월4일에 체험학습 신청이 가능하다’는 내용을 안내한 이후, 대전시교육청은 해당 학교장들에게 전화해 ‘가정통신문을 다시 보내고 정상 등교를 안내하라’고 지시했다”라며 “가정통신문을 수정하도록 지시하며 징계 관련 위협의 발언을 하기도 했다”고 주장했다.

이윤경 대전교사노동조합 지부장은 “단위학교의 민주적인 의사결정 과정을 침해한 비민주적인 교육청의 갑질이며, 직권남용”이라고 지적했다.

교육청의 안내 이후 다수의 학교가 ‘9월4일 체험학습이 불가하다’는 내용의 가정통신문을 다시 발송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전교육청 관계자는 “개별적이고 정상적으로 학생이 신청한 교외체험학습의 경우에만 허용이 가능하다고 안내한 것”이라고 밝혔다.

강정의 기자 justic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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