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황이 몽골에서 중국 신자들 언급한 이유는

김서영 기자 2023. 9. 4. 14: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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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란치스코 교황이 4일(현지시간) 몽골 칭기즈칸국제공항에서 환송을 나온 아동과 인사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몽골을 방문 중인 프란치스코 교황이 중국 가톨릭교도들을 향해 “좋은 시민, 좋은 신자”가 되라고 이례적으로 언급했다. 교황청과 공식 수교를 맺지 않고 주교 임명 등의 문제로 갈등을 빚고 있는 중국 정부를 겨냥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3일(현지시간) AP통신에 따르면, 프란치스코 교황은 이날 몽골 울란바토르에서 집전한 미사 말미에 전현직 홍콩 주교의 손을 잡고 “형제 주교들”이라고 말했다. 교황은 홍콩 주교들의 참석을 계기로 “중국의 고귀한 시민들에게 따뜻한 인사를 보낸다”고 전했다. 이어 “중국의 가톨릭 신자들이여, 좋은 신자와 좋은 시민이 되기를 바란다”고 언급했다. 중국 본토에 비해 종교의 자유가 보장된 홍콩은 교황청과 중국의 관계를 매개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교황은 4박5일 몽골 일정에서 수신자가 중국 정부인 것으로 해석되는 메시지를 연이어 내놨다. 이날 언급한 “좋은 신자·좋은 시민”이란 표현은 교황청이 공산주의 정부를 향해 가톨릭 신자들에게 더 많은 종교적 자유를 주게끔 설득할 때 사용하는 표현이다. 교황청은 지난 7월 베트남과의 관계를 격상하며 하노이에 상주 대표부를 두기로 했을 때도 이러한 표현을 썼다.

교황은 지난 2일엔 “(교회는) 정치적인 의제가 없기 때문에 정부는 가톨릭을 두려워할 것이 없다”고 언급했는데, 이 역시 중국 정부를 겨냥한 것으로 해석된다. 교황의 방문과 이날 발언은 몽골의 관용적인 전통을 강조하며 이와 대조적으로 소수 종교를 탄압하는 중국을 노린 것이라고 AP는 전했다.

교황이 중국 내 종교에 관해 직접 언급한 사례는 드물다. 외신들은 프란치스코 교황이 역대 교황 중 최초로 가톨릭 신자가 1500명에 불과한 몽골을 찾은 데는 중국과의 관계 개선에 대한 기대가 반영된 것이라고 전했다. 몽골은 1921년 중국에서 독립했으나 여전히 중국과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다.

프란치스코 교황이 2일(현지시간) 몽골 울란바토르의 교회를 찾아 주교 및 성직자들과 만났다. 로이터연합뉴스

교황청은 중국의 주교를 직접 임명하는 문제를 두고 중국과 갈등을 빚고 있다. 중국은 1951년 공산당 정권이 수립된 이후 교황청과 공식 외교관계를 단절했으며 현재도 미수교 상태다. ‘종교의 중국화’ 차원에서 교황의 주교 임명권 또한 인정하지 않고 공산당 산하 가톨릭 애국단이 주교를 임명했다.

중국은 2018년 교황청과 잠정 협정을 맺어 중국 당국이 선정한 주교 후보자를 교황 승인을 거쳐 서품하고, 중국은 교황을 가톨릭 최고 지도자로 인정하는 내용에 합의했으나 지난해 11월에 이어 지난 4월에도 교황청과 협의 없이 주교를 임명해 반발을 샀다. 교황청은 중국 정부에 주 베이징 바티칸 상주 대표부 설치를 허용해 달라고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방문길에 교황은 전쟁 중인 러시아를 피해 중국 영공을 이용하면서 관례대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에게 “국가의 안녕을 위한 내 기도를 확언하면서, 나는 여러분 모두에게 통합과 평화의 신성한 축복을 기원한다”는 메시지를 보냈다. 교황을 보기 위해 중국 신도 일부가 몽골을 찾았으나, 중국 주교들은 여행 허가를 받지 못했다고 AP는 전했다. 중국 내 가톨릭 신도는 약 6만명으로 추정된다.

김서영 기자 westzer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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