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P 분쟁에 뒤숭숭한 게임업계…'3N' 모두 저작권 소송 중
(서울=연합뉴스) 김주환 기자 = 지난해 말부터 사회적 거리 두기 해제, 외산 게임의 약진 등으로 실적 악화에 직면한 국내 게임업계가 지식재산(IP)을 둘러싼 법정 공방으로 뒤숭숭하다.
4일 업계에 따르면 넥슨은 지난 6월 수원지법에서 심문절차가 끝난 '다크앤다커' 저작권 침해 금지 가처분 사건 결과에 따른 후속 조치를 고심하고 있다.
넥슨은 국내 게임사 '아이언메이스' 소속 개발자들이 미출시 프로젝트인 'P3' 데이터를 외부로 유출하고, 이를 기반으로 '다크 앤 다커'를 만들었다며 민·형사 소송을 이어오고 있다.
2021년에는 아이언메이스 설립자인 전직 P3 개발팀장 최모 씨를 부정경쟁방지법 위반으로 경찰에 형사 고소했고, 올해 4월에는 수원지법에 아이언메이스 법인과 최씨, 명목상 대표인 박모 씨 등을 상대로 영업비밀 및 저작권 침해금지 가처분 신청을 냈다.
그러나 형사 고소 사건은 지난 7월 아이언메이스 관계자에 대한 구속영장이 법원에서 기각된 이래 현재까지 경찰 수사 단계에 머물러있다.
가처분 사건도 심리 종결 이후 넥슨과 아이언메이스 양측이 이달 초까지 서면 공방을 이어가면서 길어지는 모양새다.
장기화한 법정 공방 속에서 자신감을 얻은 아이언메이스는 국내 신생 게임 유통사 '체프게임즈'를 통해 '다크앤다커'를 판매하기 시작했다.
지난달에는 국내 대형 게임사인 크래프톤이 아이언메이스와 라이선스 계약을 맺고, '다크앤다커' 모바일 판권을 독점으로 확보하기도 했다.
크래프톤은 "향후 나올 사법적 판단을 제삼자로서 지켜보고 존중할 것"이라면서도 "해외 시장에서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준 원작 지식재산의 생명력이 이어져가길 희망한다"고 밝혔다.
업계 안팎에서는 무단 도용 논란이 있는 지식재산(IP)을 가져온 크래프톤의 처사가 부적절하다는 뒷말이 끊임없이 나오고 있다.
하지만 이런 도의적 비판과 별개로, 크래프톤이 '다크앤다커' IP 자체의 시장성을 높게 보고 선점에 나선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실제로 크래프톤의 전신인 블루홀스튜디오는 과거 엔씨소프트에서 퇴사한 '리니지3' 개발진을 주축으로 만들어졌다. 당시 '리니지3' 개발진 일부는 퇴사 과정에서 기획 자료와 소스 코드 등을 유출한 혐의로 피소당해 유죄 판결을 받았지만, 이들이 만든 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MMORPG) '테라'는 문제 없이 출시될 수 있었다.
한 업계 관계자는 "크래프톤이 아이언메이스가 진행 중인 소송 결과와는 무관하게 게임을 출시할 수 있으리라는 자신감이 있기 때문 아니겠느냐"고 분석했다.
엔씨소프트는 웹젠, 카카오게임즈와 각각 IP 저작권을 두고 민사소송을 벌이고 있다.
엔씨소프트는 웹젠의 MMORPG 'R2M'이 '리니지M'의 콘텐츠와 시스템을 다수 모방했다며 2021년 저작권 침해 중지를 청구하는 소송을 제기했다.
서울중앙지법은 지난달 선고기일에서 엔씨소프트의 손을 들어줬으나, 원고와 피고 양측이 항소하면서 2심으로 이어질 전망이다.
엔씨소프트는 지난 4월에도 카카오게임즈의 '아키에이지 워'가 '리니지2M'을 표절했다며 민사소송을 제기했다. 해당 사건은 아직 변론기일이 잡히지 않았다.
넥슨, 엔씨소프트와 함께 '3N'으로 묶이는 넷마블 역시 국내 게임사 마상소프트와 법정 공방 중이다.
마상소프트는 넷마블이 2014년 출시한 '세븐나이츠'가 'DK 온라인'의 데이터를 활용해 개발됐다고 주장하며 2021년 민사소송을 냈으나, 1심에서 패소하자 지난달 초 항소했다.
국내 대형 게임사들이 잇따라 저작권 분쟁에 휘말린 것은 IP의 중요성이 커진 업계 상황과 무관하지 않다.
넥슨을 제외한 국내 게임사 대부분은 흥행 신작 부재로 인해 최근 진행된 2분기 실적발표에서 전년 대비 영업이익이 대폭 감소하거나 적자 전환한 바 있다.
김정태 동양대 게임학부 교수는 "확률형 아이템에 의존하는 기존의 BM(수익모델)이 한계에 다다르면서 게임사들도 참신한 IP 구상에 공을 들이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런 상황에서 IP를 지키고자 기존에 관행처럼 여겨지던 경쟁작 '베끼기'도 소송으로 강력히 대응하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jujuk@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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