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애는 학교 안 보내겠다”···'공교육 멈춤의 날'에 쏟아진 응원
지난 7월 세상을 등진 서이초 교사의 49재인 4일 ‘공교육 멈춤의 날’ 행사가 열리는 가운데 시민들의 응원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특히 서초구 초등학교 교사 외에 지난 주말을 포함한 최근 나흘 새 경기와 군산에서 3명의 교사가 잇달아 숨진 채 발견되면서 파장이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교권 추락에 대한 사회적 공분이 커진 상황에서 일부 교사들은 ‘공교육 멈춤의 날’로 정하고 국회와 전국 시·도교육청 앞 집회, 연가 등을 활용한 집단행동을 예고해 왔다.
이에 교육부는 교사들이 집단행동을 할 경우 법에 따라 징계도 불사하겠다는 입장이지만 그동안 교사들의 분노가 이 정도로 분출된 전례가 없었다는 점에서 연가나 병가를 내고 추모에 참여하는 교사들이 적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일부 학교는 자리를 비우는 교사가 많아질 경우 교육활동에 지장이 있을 것에 대비해 재량휴업을 하기로 했다. 교육부가 지난 1일 오후 5시 기준으로 파악한 결과 전국 30개 초등학교(0.5%)에서 임시휴업(재량휴업)을 계획했다. 교육부가 강경 대응 방침을 밝히면서 재량휴업 학교 숫자는 당초 예상보다 줄었지만 일부 학교는 단축 수업이나 합반·학년 통합수업 등을 고려하고 있다. 또 교사들의 단체행동을 지지하면서 체험 학습을 신청하는 학부모들도 있어 실제로 수업이 평소와 같이 진행되지 않는 학교는 더 많을 것으로 보인다.
온라인상에서도 교사들의 정당한 권리인 연가 사용조차 막으려 하는 교육부에 대해 질타가 이어지고 있다. 네티즌들은 “교육부와 장관은 협박을 멈춰라“, “여태까지 모든 책임을 일선 교사들에게 떠넘겨놓고 이번에는 공교육 살리겠다는 교사들을 겁박하냐“, “수업일수 확보하겠다는데 왜 그러냐” 등 날선 비판이 쇄도했다.
교육부가 상황을 더욱 악화시켰다는 지적도 나온다. 교사들의 집단행동 움직임이 불붙었는데 징계·고발 등 자극적인 단어로 기름을 끼얹었다는 것이다. 교육부는 이날에서야 교사들을 다독이며 수습에 나섰다. 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장상윤 교육부 차관 주재 현장교원 간담회에 예고 없이 방문해 집단행동 자제 호소문을 발표했다. 이 부총리는 “선생님들의 절박한 외침을 들으며 얼마나 많은 상처가 있는지 잘 알게 됐다”며 “정상적인 교육활동에 대한 열망, 교권 회복에 대한 간절함이 실현될 수 있도록 앞장서겠다”고 호소했다.
그러나 ‘공교육 멈춤’을 막기에는 한발 늦었다는 분위기다. 서울의 한 초등학교 교사는 “지금껏 일곱 차례나 집회를 열었는데 이 부총리는 한 번도 나오지 않고 교사들을 범법자로 몰았다”며 “이제 와 이러는 것은 진정성이 느껴지지 않는다”고 세계일보를 통해 비판했다.
게다가 교육부가 교사 개인의 연가·병가를 막을 수단이 사실상 없다. 교사 징계 권한은 교육청에 있는데 서울·세종·광주·충남 등 진보 교육감 중 상당수가 교사 집단행동을 지지한다고 밝혔다. 이들 지역에선 징계 부담이 적어 많은 교사가 연가·병가를 쓸 것으로 예상된다.
‘공교육 멈춤의 날’을 지지하는 목소리도 끊이지 않고 있다. 각종 온라인 커뮤니티와 맘카페,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에서는 “선생님들을 응원하는 마음으로 체험 학습을 신청했다”, “선생님들 포기하지 마시고 꼭 공교육 정상화 이뤄내시라”, “학부모로서 교권이 회복돼야 내 아이들도 행복하다”는 내용으로 댓글이 이어지고 있다.
다른 학부모들은 "결석처리 되더라도 집에 있기로 했다", "숲을 보고 더 많은 아이들을 지키기 위해 목소리를 내는 분께 우리 애들이 배우길 바란다", "결석처리 되더라도 이번 일에 동참한다는 의미로 집에 있으려한다"며 교사들의 우회 파업에 연대 목소리를 보탰다.
교사들의 분노는 쉽게 가라앉지 않을 것으로 관측된다. 특히 지난 나흘간 교사 3명이 잇달아 스스로 세상을 떠나 교권 추락에 대한 사회적 공감대가 그 어느 때보다 커졌기 때문이다.
‘공교육 멈춤의 날’을 나흘 앞둔 지난달 31일 서울 양천구의 한 초등학교 교사가 경기 고양시의 아파트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은 채 발견됐으며 하루 뒤인 지난 1일에는 전북 군산에서 초등학교 교사가 극단적 선택을 했다.
전날 49재를 하루 앞두고 또 경기도 용인의 한 고등학교 교사가 청계산 등산로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숨진 교사는 정년퇴직을 1년 앞두고 있던 것으로 전해졌으며 유족들은 고인이 최근 학부모 민원으로 심한 스트레스를 받았다고 주장했다.
교사들은 공교육 붕괴에 대한 우려가 커질 대로 커진 상황에서도 학부모의 악성 민원과 고소·고발로 고통받는 일이 끊이지 않았음을 지적하며 실효성 있는 대책마련과 함께 아동복지법 개정 등을 요구하고 있다.
서이초 교사 49재 추모 행사는 이날 오후 3시 서이초 강당에서 서울시교육청 주최로 열린다. 행사에는 조희연 서울교육감, 임태희 경기교육감, 정성국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장, 김용서 교사노동조합연맹 위원장, 전희영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위원장 등과 고인의 학교 선후배 등이 참석한다. 오후 4시 30분부터는 서울 국회의사당 앞 대로에서 집회가 열리며 비슷한 시간대에 각 지역 교육청에서도 진행된다. 서울교대·경인교대·춘천교대·한국교원대 등 교육대학교에서도 오후 7시께 추모 집회가 예정됐다.
김태원 기자 revival@sedaily.comCopyright © 서울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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