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교육 멈췄다"…동시다발 49재 추모집회 교사들 눈물

8개교 재량휴업 교육감·교장 "분노·회한 선생님 지키겠다"
교육부 집회 충청권 교사 2500명 연가·병가내고 참여 신청

(세종=뉴스1) 장동열 기자 = 서울 서초구 서이초등학교 교사의 49재 추모일인 4일 세종시 교육계도 하루 종일 슬픔에 빠졌다.

교사들은 숨진 젊은 여교사가 생전 학교에서 겪은 아픔에 공감하며, 교육부의 강경 대응에 대해서는 분노를 표출했다.

세종시교육청은 이날 오전 10시 교육청 1층 로비에서 최교진 교육감과 교직원, 학부모, 시민, 학생 등이 참석한 가운데 '고(故) 서이초 교사 추도 및 세종교육공동체 회복의 날' 행사를 했다.

추도식은 묵념, 분향, 헌화, 추도사 순으로 숙연한 분위기 속에 진행됐다. 몇몇 학생들은 추도 리본을 차고 고개를 숙였고, 교사들은 눈물을 훔쳤다. 교육감도 교장도 학부모도 두 손을 모으고 안타까운 마음을 감추지 못했다.

최 교육감은 "슬픔과 안타까움은 살아 있는 이들의 가슴에 깊은 상처로 새겨져 있다"며 "선생님에 대한 미안함, 교육현장의 모순을 오롯이 감내하도록 내몬 뒤늦은 분노와 회한 때문"이라고 탄식했다.

그러면서 "모든 교육주체들이 세종교육 다시 잇기에 함께해 달라"고 호소했다.

이태우 교사(한솔중)는 "수업시간에 아이를 세웠다가 변호사를 만나야 했다. 학교폭력을 말하다가 아동학대로 신고당했다"고 토로했다.

그는 "교사의 교육과 생활지도는 민원에 취약한 구조이고, 이건 시스템 문제"라며 "교사가 바라는 것은 권력을 키우려는 게 아니라 학생들이 올바른 시민으로 자랄 수 있도록 교육할 수 있고, 그러기 위해서는 교사의 교육권이 보장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교장선생님도 나섰다. 김은주 온빛초 교장은 "7월18일(서이초 교사 사망일)부터 오늘까지 무거운 마음으로 지내왔다. 하루는 선배 교사로 자책하고, 하루는 부모의 마음으로 상심하고, 하루는 교육당국에 분노했다"고 운을 뗐다.

그러면서 "교육부는 오늘 재량 휴업을 지정한 교장과 교육회복에 참여한 교사들에게 강한 징계로 압박하지만 학교장으로서 역할과 책임을 다하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 학교는 이날 재량휴업했다. 이처럼 재량휴업으로 문을 닫은 세종지역 학교는 모두 8곳이다. 인구 기준으로 볼 때 전국 최고 수준이다.

상대적으로 젊은 교사들의 비중이 높은 데다 최 교육감이 재량휴업은 문제될 게 없다며 '공교육 멈춤의 날' 행사를 지지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재량휴업을 하지 않은 학교도 교사들의 연가·병가로 단축수업이나 합반수업을 하고 있다.

이와 관련 시민단체의 반응은 엇갈린다. 진보 성향의 세종교육회의는 이날 "교사들의 고통과 아픔을 헤아리며 공교육 멈춤 행동을 지지한다"고 밝혔다.

이 단체는 성명을 내 "교육부는 참여 교사들을 학습권 침해자로 규정하고 강력한 징계를 예고하며 협박하고 있다"며 "교육부는 권위주의적 구태인 징계 예고를 즉각 취소하고, 학교와 교육의 자치를 보장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앞서 보수 성향의 세종건강한교육 학부모회 등 일부 단체는 지난 1일 "교사들을 선동하는 교육감을 보고 학생들이 무엇을 배우겠는가"라며 "교권추락 앞장서는 전교조 출신 교육감은 자격 없다"며 최 교육감의 사퇴를 촉구했다.

이런 가운데 이날 교육부가 위치한 세종에선 추모 행사가 동시다발적으로 열리고 있다.

교육청 추모 행사에 이어 오전 11시 정부세종청사 인사혁신처 앞에서 전날 숨진 60대 교사의 순직 진상규명을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개최했다.

경기교사노조는 "숨진 교사가 두 달 전 한 학부모로부터 형사고소를 당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정년을 1년가량 앞두고 고인이 된 이 교사는 고소장을 확인한 후 심적 괴로움을 호소했다"고 주장했다.

오후 4시30분 교육부 앞에서는 충청권 교사들이 참여하는 '49재 추모 및 교육부 행동 촉구 집회'가 예정돼 있다.

경찰은 이 집회에 2500명이 신고됨에 따라 기동대(160명)를 투입, 혹시 모를 상황에 대비하기로 했다.

오후 7시에는 금강보행교(이응다리)에서 11개 단체가 참여하고 있는 '교육 다시 잇기' 행사가 열린다. 이들은 LED 촛불을 밝혀 서이초 교사를 추모한 뒤 전국 처음으로 추진되는 '세종교육활동보호조례' 제정 홍보에 나설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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