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중국 쉽지 않네" 中, 세계 1위 품목 또 늘어…韓, 日과 공동 3위

정혜인 기자 2023. 9. 4. 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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닛케이 '2022년 기준 63개 품목 점유율' 조사 분석…
中, 미국에 밀린 종합 2위지만 전기차 공급망 장악
"美 주도 전기차 시장에서의 '탈중국' 더 어려워져…
韓 조선업 약진에 6개 품목 선두로 日과 공동 3위"
/로이터=뉴스1

중국 기업이 미국의 계속된 견제에도 세계 첨단 기술 분야에서의 점유율을 확대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전기차 관련 시장에서의 중국 기업 위상이 한층 높아져 미국이 주도하는 첨단기술 분야에서의 탈(脫)중국 목표 실현은 더욱 어려워졌다는 평가다.

4일 일본 경제매체 니혼게이자이(닛케이)신문은 세계 경제활동에서 중요한 산업별 주요 품목의 세계 시장 점유율을 조사한 '2022년 주요 상품 및 서비스 점유율 조사' 보고서를 발표했다. 닛케이는 매년 해당 보고서를 발표한다. 올해 조사 품목은 전년의 56개에서 63개로 늘었다.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은 시장점유율 1위 품목이 많은 순으로 정리한 종합순위에서 올해도 1위 자리를 유지했다. 선두 품목의 수는 22개로 전년(18개) 대비 4개 늘었다. 중국은 전년(15개)보다 1개 늘어나 총 16개 분야에서 1위를 차지하며 2위에 올랐다. 전기차용 배터리, 태양광 패널 등 첨단 분야도 포함됐다. 미국과 격차는 아직 있지만 중국 기업이 미·중 패권 경쟁이 치열한 첨단소재, 전기차 등 분야에서 점유율을 확대하며 미국의 견제에도 영향력을 키우고 있다고 닛케이는 짚었다.

다만 일부 전문가들은 각국 주요 기업들이 국가안보와 공급망 안정화를 이유로 탈중국 정책을 펼치고 있어 첨단 기술 분야 내 중국 기업의 영향력이 축소될 가능성도 제기한다. 피벳 쿠미코 PWC재팬 선임매니저는 닛케이에 "위험 분산을 위해 주요 시장마다 공급망을 다양화하는 것이 중요해졌다"며 "중국의 군사력으로 연결될 수 있는 분야에서는 중국(기업)의 점유율이 떨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中기업, 전기차 공급망 모든 분야서 압도적"
각 품목 점유율 상위 5개 사를 조사한 결과 중국 기업들은 전기차, 전기차용 배터리, 배터리 소재, 액정 패널 등 18개 분야에서 시장 점유율을 확대했다. 63개 조사 대상 품목에서 중국 기업 점유율이 30% 이상인 품목은 13개에 달했다.

특히 전기차 시장에서 중국 기업의 약진이 두드려졌다. 전기차 분야의 시장점유율 1위는 테슬라(18.9%)였다. 하지만 상위 5위에 포함된 중국 BYD, 상하이자동차그룹(SAIC), 지리자동차의 총 점유율은 27.7%로 전년보다 5.5%포인트 오르며 테슬라를 넘어섰다. 반면 테슬라의 점유율은 전년 대비 3.4%포인트 떨어졌다.

중국 기업들은 전기차 핵심 재료인 리튬이온 배터리 관련 시장에서도 영향력을 확대했다. 리튬이온 배터리 분야에서는 CATL(45.7%)과 BYD(14.4%)가 각각 1위와 2위를 차지하며 전체 시장의 60.10%를 차지했다. 리튬이온 배터리 절연체 분야에서 중국 점유율은 전년 대비 7%포인트 오른 63%로 절반 이상을 차지했다. 미국의 수출제한이 이뤄지는 반도체 시장에서도 중국 기업들의 존재감은 여전하다. 올해 반도체 분야에서 기업공개(IPO)를 한 중국 기업은 지난 7월 1일 기준 14개 사로 조달자금은 9조원을 넘는다.

닛케이는 "전기차 공급사슬의 상류에서부터 하류까지 중국 기업이 모든 분야를 압도한다. 전기차 시장에서 중국 의존도를 축소하는 것이 더욱 어려워지고 있다"며 "2022년도 중국의 시장점유율 축소 분야는 16개다. 하지만 (점유율) 낙폭은 최대 4% 정도에 불과하다. 스마트폰이나 가정용 에어컨의 점유율은 여전히 30%를 넘어선다"고 지적했다.

2022년 7월 28일 울산 현대중공업에서 열린 정조대왕함 진수식에서 축포가 터지고 있다. /사진=뉴스1
굳건한 삼성전자에 조선업도 강세…韓, 3년 만에 3위로
한국은 이번 조사에서 선두 품목 수를 1개 늘리며 일본과 함께 공동 3위를 기록했다. 중국, 일본 등에 밀려 4위로 내려앉은 지 3년 만이다. 한국 기업은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패널 △D램 △낸드형 플래시 메모리 △스마트폰 △평면TV 분야에서 삼성전자가 1위 자리를 유지하고, 조선 분야에서 현대중공업이 선두 자리를 꿰찼다. 현대중공업은 점유율 18.3%(전년 대비 2.2%포인트 상승)로 2년 만에 1위 자리를 되찾았고 삼성중공업은 점유율 5.7%(1.5%포인트 하락)로 4위를 기록했다.

SK하이닉스는 낸드형 플래시 메모리 분야에서 점유율을 5.6%포인트 늘리며 전년(4위)보다 두 단계 높은 2위에 올랐다. D램 분야에서는 점유율 0.6%포인트 하락했지만 2위 자리를 유지했다. LG디스플레이와 LG전자는 각각 OLED 패널과 평면TV 분야에서 2위 자리를 지켰다.

반면 일본의 선두 품목 수는 1개 줄어든 6개(자동차·오토바이·디지털카메라·레이저 복합기·CMOS 센서·휴대폰용 리튬이온 배터리)로 집계됐다. 닛케이는 "일본 기업은 조선 등 일부 분야에서 영향력을 확대했지만, 스마트워치·태블릿 등 성장시장에서의 점유율은 떨어지고 있다"며 첨단 기술 분야에서 미국, 중국, 한국에 밀려 과거 제조 강국의 위상을 잃어가고 있다고 지적했다.

정혜인 기자 chimt@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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