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 번의 방출→입단 테스트 자청→FA계약→마당쇠 필승조'...황혼의 문턱에서 낭만을 던지는 38세 베테랑 투수 [유진형의 현장 1mm]
[마이데일리 = 유진형 기자] 나이가 들면 기력과 체력이 떨어진다. 투수의 경우 구속과 구위 저하는 어쩔 수 없는 숙명이다. 이럴 때 베테랑 선수들은 세월에 맞서 변화를 시도하고 선수 생활의 마지막 투혼을 마운드에서 불사른다.
현재 리그 1위를 달리며 29년 만에 우승을 노리는 LG 트윈스에도 이런 선수가 있다. 바로 38살의 베테랑 투수 김진성이다.
올 시즌 김진성은 61경기 3승 1패 13홀드 평균자책점 2.48로 LG에 없어서는 안 될 핵심 불펜 투수로 활약하고 있다. 그의 세부 기록을 따져보면 LG가 아닌 리그 최고의 불펜 투수로 봐도 무방할 만큼 특급활약을 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가장 주목해야 할 기록은 WHIP(이닝당 출루허용률)이다. 그는 현재 WHIP 0.94로 리그에서 0.81의 KIA 임기영에 이어 두 번째로 낮은 출루허용률을 보여주고 있다.
그리고 좌우를 가리지 않고 모든 타자에게 피안타율도 좋다. 우타자에게 0.174, 좌타자에게 0.178이다. 김진성은 우완 정통파 투수지만 좌타자에게도 강한 면모를 보여주고 있다. 피OPS는 우타자(0.587)보다 좌타자(0.498)에게 오히려 더 강하다. 불펜 투수가 좌우를 가리지 않고 모든 타자에게 강하다는 건 벤치에서 투수 운용을 할 때 유리하다. 특히 좌투수가 부족한 LG 불펜에 김진성의 활약은 매우 큰 힘이 된다. 그리고 커브를 던지는 투수가 많은 LG 불펜에 포크볼러 김진성의 존재는 다양성 측면에서도 많은 도움이 되고 있다.
또한 시즌 중 불펜에서 선발 투수로 보직 변경에 성공한 이정용의 변신을 도운 1등 공신이다. 이정용은 선발 전환 후 최근 4경기 3승 평균자책점 0.78로 맹활약하고 있다. 그의 성공 요인은 결정구로 새롭게 장착한 포크볼이었고, 포크볼을 알려준 사람이 김진성이다. 포심, 슬라이더, 커브로 볼카운트를 유리하게 잡은 뒤 김진성에게 배운 포크볼로 상대 배트를 헛돌게 하며 위기에 강한 남자로 변신했다.
한편 김진성은 2013년 NC 다이노스 창단 멤버다. 2020년 NC가 창단 첫 우승을 차지할 당시에 한국시리즈 6경기 전 경기에 등판해 평균자책점 0을 기록하며 우승에 큰 힘을 보탰다. 우승이라는 화려한 타이틀에 가려져 있지만 사실 김진성은 선수 생활 내도록 우여곡절이 많았던 선수다.
2004년 드래프트 2차 6라운드로 SK(현 SSG)에 입단한 그는 SK와 넥센(현 키움)에서 두 번 방출당하고 28세가 되던 해 NC에서 뒤늦게 1군 데뷔를 했다. NC에서 9년 동안 마무리와 셋업맨으로 상황을 가리지 않고 등판했던 마당쇠였다. 하지만 그는 2021시즌 이후 방출됐고 9개 구단 단장에서 직접 전화를 돌려 새로운 팀을 알아봤다. 전화를 받은 차명석 단장은 "테스트는 무슨 테스트야. 너 김진성이다"라며 형식적인 입단 테스트만 하고 바로 계약했다. 이후 김진성은 LG에서 보란 듯이 재기에 성공했다.
지난 시즌 67경기 6승 3패 12홀드 평균자책점 3.10으로 활약한 뒤 37살의 늦은 나이에 첫 FA 자격을 획득했다. 그리고 LG와 2년, 총액 7억 원(계약금 3억 원, 2년 연봉 총액 4억 원)에 FA 계약했다.
선수 생활 커리어를 마감할 수 있는 위기에서 야구선수의 꿈이라고 할 수 있는 FA 대우까지 받은 김진성은 올 시즌도 변함없이 최고의 활약을 펼치고 있다. 38살의 베테랑 투수 김진성은 이렇게 황혼의 문턱에서 낭만을 던지며 LG의 우승을 위해 불사르고 있다.
[좌우를 가리지 않고 리그 최고의 불펜으로 활약하고 있는 김진성 / 잠실 = 유진형 기자 zolon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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