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극은 자연 그대로의 공간?…"발암 물질도 검출돼"

문세영 기자 2023. 9. 4. 13: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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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주 남극연구소
호주 남극연구소가 관리하는 케이시 기지 전경. 위키미디어 제공.

남극 대륙은 대부분의 지역이 빙산과 빙하로 뒤덮인 지구에서 가장 추운 대륙이다. 사람이 거의 살지 않는 미개척 대륙인 만큼 지구상에서 가장 깨끗한 곳으로 꼽힌다. 하지만 남극 일부 해저가 항구 수준의 심각한 오염 상태에 처해있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조나단 스타크 호주 남극연구소 해양생태학자 연구팀은 호주 남극연구소가 관리하는 케이시 기지 근처 해저가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에 있는 항구 수준의 오염 상태를 보이고 있다는 연구결과를 국제학술지 '플로스원'에 발표했다. 네이처는 1일(현지시간) 이번 연구결과를 두고 "남극에 불결한 비밀이 숨어있다"고 보도했다. 

연구팀에 의하면 해저에서 발견된 오염물들은 남극에 장기간 정착해온 연구소들에서 퍼진 것으로 추정된다. 연구팀은 “이 오염물들은 오랜 기간에 걸쳐 축적된 것”이라며 “그냥 저절로 사라지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연구팀은 해저에서 채취한 샘플에서 연료에 쓰이는 높은 농도의 탄화수소, 납, 구리, 아연 등의 중금속을 발견했다. 또 상당수 샘플에서 2001년 스톡홀름 협약에 의해 국제적으로 제조가 금지된 발암 화학화합물인 폴리염화 바이페닐 성분을 확인했다. 

연구팀은 해당 샘플을 세계 항구 프로젝트 데이터와 비교했다. 세계 항구 프로젝트는 대도시 수로를 추적하는 국제 협력 프로젝트다. 비교 결과 남극 해저에서 채취한 일부 샘플의 납, 구리, 아연 농도 수준이 지난 20년간 시드니 항구 및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에서 확인된 농도와 비슷한 수준이라는 점이 확인됐다. 

연구팀은 이러한 오염 문제가 케이시 기지에 한정된 문제가 아닐 것이라고 추정했다. 뉴질랜드 스콧 기지는 지난 2021년 기지 재개발을 발표했는데 과거 이 기지는 연료 유출, 부실한 폐기물 관리 등으로 오염된 토양과 해양 퇴적물이 발견됐다. 

지구 온난화로 남극의 얼어있던 땅이 녹으면서 연구팀은 ‘이동성 토양’이 더욱 늘어날 것으로 보았다. 이는 오염물질이 해양으로 더욱 쉽게 퍼지는 원인이 될 것으로 평가했다. 

남극에서 발견되는 오염물질은 대체로 폐기물 관리에 소홀한 탓일 것으로 추정된다. 과거 연구소들이 폐기물을 연구소에서 조금 떨어진 곳에 버리는 관행이 있었기 때문이다. 

연구소들은 1991년에 이르러 환경 보호와 정화의 필요성에 대해 진지하게 논의하기 시작했다. 
같은 해 환경보호를 위한 남극조약 의정서(마드리드 의정서)가 국제 협약으로 채택됐다. 남극을 자연보호 구역으로 지정하고, 연구소들의 활동과 관련한 환경 영향을 감시하기 시작했다. 

문제는 대부분의 연구소가 1991년 이전에 지어졌으며, 폐기물에 대한 관리가 부족했던 당시의 오염물질이 이미 상당 부분 축적돼 있다는 점이다. 연구팀은 앞으로도 감시 체계를 잘 꾸려야 할 것으로 보았다. 이미 남극에  100개 이상의 연구소나 국가 시설이 설치돼 있으며, 앞으로 점점 더 붐빌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현재 각국의 연구소는 자체적인 환경 모니터링을 하고 있으며, 인근 생태계를 보호하기 위한 다양한 실천 전략을 실행하고 있다. 과거의 잘못된 관행으로 발생한 피해를 되돌리기 위한 연구도 진행 중이다. 아르헨티나 남극연구소는 박테리아를 이용해 칼리니 기지 주변 토양에서 탄화수소를 제거하고 있다. 2020년 보고에 의하면 아르헨티나 기지 주변의 오염된 토양에서 75% 이상의 탄화수소가 제거됐다. 

호주 연구팀은 오염이 남극 생태계에 미치는 영향을 평가하고 있다. 앞선 연구를 통해 남극의 오염된 지역은 그렇지 않은 지역보다 생물 다양성이 떨어진다는 점을 확인했다. 회복력이 뛰어난 종들이 주로 생존하며 종별 불균형이 발생하고 있다는 것. 이러한 영향이 지속되고 있는지, 악화되고 있는지, 개선되고 있는지 살펴보는 것이 연구팀의 추후 과제다. 

[문세영 기자 moon0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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